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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3일 밤 반헌법적 비상계엄이 선포되고 꼭 1년. 그 사이 비상계엄 선포와 해제를 이끌었던 주요 인물들의 명암은 극명하게 엇갈렸다. 윤석열 전 대통령은 헌정사상 첫 구속·기소·체포된 현직 대통령이라는 오명을 쓰고 내란 우두머리로 재판을 받게 됐다. 계엄군의 표적이었던 이재명 당시 제1야당 대표는 지지율 60%의 대통령이 됐다. 한덕수 전 총리는 대통령 권한대행과 ‘권한대행 탄핵’, 대선 출마 등을 거쳐 윤석열 정권 수성에 나섰지만 실패로 돌아갔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국회를 지켜내고 계엄 해제 표결을 이끈 주역으로 떠올랐다.
▶유력 대선후보…‘사법리스크’ 발목=비상계엄 해제에 이어 윤석열 전 대통령이 헌법재판소에서 탄핵되자 이 대표는 제1야당 대표에서 유력 대통령 후보로 거듭났다. 그런데 내란청산 여론이 들끓으며 당선에 다가가던 그때 ‘사법리스크’가 다시 발목을 잡았다. 대법원이 지난 5월 상고심이 제기된 지 35일만에 이 후보에 대한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을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하면서다. 소부에 회부된 지 9일, 전원합의체 회부 2일 만이었다.
이 후보는 비상계엄으로부터 꼭 6개월 후인 6월3일 제21대 대통령으로 당선됐다. 사상 초유의 비상계엄 선포와 해제, 두 번째 대통령 탄핵 이후 치러진 대선이었지만 이 후보의 득표율은 49.42%로 절반을 넘기지 못했다.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41.15%)와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8.34%)의 득표율 단순합산에 미치지 못했다는 점에서 ‘압승’하지 못했다는 시각도 있었다.
그러나 집권 6개월차 이 대통령의 지지율은 60%대로 순항 중이다. 이 대통령 직무 수행을 긍정적으로 평가한 이유 중 ‘외교’가 43%로 가장 높은 응답 비율을 보였고, 이어 ‘경제·민생’이 11%를 기록했다.
▶헌정사상 첫 체포·구속·기소 현직 대통령=지난해 12·3 비상계엄을 선포한 윤석열 전 대통령은 1년이 지난 현재 내란 우두머리 혐의 등으로 5개 재판을 받는 처지가 됐다. 임기 반환점에서 치러진 제22대 총선에서도 민주당에 완패하면서 윤 전 대통령은 국정동력을 크게 잃던 상황이었다. 극에 달했던 국회와 긴장감에 결국 윤 전 대통령은 반헌법적·반민주적 방식으로 대응했다.
비상계엄은 약 2시간30분 만인 4일 오전 1시께 국회의 해제 결의안 가결과 같은 날 오전 4시30분께 국무회의 의결로 일단락됐다. 윤 전 대통령의 이후 모든 행보는 최초가 됐다. 두 차례 표결 끝에 탄핵소추안이 가결됐고, 두 차례 시도 끝에 체포됐다. 헌정사상 현직 대통령이 체포·구속·기소된 건 모두 처음이었다. 지난 3월7일 구속 기한 만료로 잠시 석방되면서 이른바 ‘탄핵반대파’ 결집 현상이 나타나기도 했으나 정권 교체는 막지 못했다.
▶계엄 해제 ‘주역’ 우원식…내란 방조 혐의 한덕수·추경호=우원식 국회의장은 계엄군이 국회 본관 창을 깨고 진입하던 순간 비상계엄 해제를 위한 절차적 정당성을 갖추려 노력했다. 1964년 6·3사태 선례를 참고해 계엄 해제 표결을 ‘결의안’ 형태로 하기로 결정했고 이를 짧은 시간 내 상정했다. 또 국회의원들의 표결·심의권을 침해하지 않기 위해 당시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협의해 4일 오전 1시 본회의를 소집했다. 오전 1시가 되자마자 결의안을 상정했고, 1분 뒤 재석 190인 만장일치로 계엄 해제 결의안이 가결됐다. 우 의장은 그날의 기록을 담은 회고록 ‘넘고 넘어’를 출간한데 이어 당시 주요 현장을 탐방하는 ‘다크투어’도 진행한다.
대통령 권한을 대행했던 한덕수 전 국무총리와 당시 여당 원내대표였던 추경호 국민의힘 의원은 내란 방조 등 혐의로 사법 절차를 밟게 됐다. 한 전 총리는 지난해 12월 14일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후 대통령 권한대행이 됐으나 당시 야당 몫의 대법관 후보자를 임명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탄핵 당했다. 헌정사상 최초로 대통령 ‘권한대행의 권한대행’ 체제가 뒤따랐다. 한 전 총리는 탄핵심판 이후 대선 국면에서는 국민의힘 대선후보로 나서려다 좌절하기도 했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와 지지율이 높은 한덕수 무소속 후보가 단일화해야 한다는 을지‘문덕’, ‘김덕수’론을 띄웠으나 무산됐다. 한 전 총리는 현재 내란 우두머리 방조 혐의 등으로 징역 15년을 구형받았다.
추 의원은 계엄 해제요구안 심의·표결을 방해한 혐의로 구속 위기에 처했으나 이날 영장이 기각됐다. 이번 영장기각으로 여당은 사법개혁에 더욱 고삐를 조이는 반면 야당은 “내란몰이를 중단하라”며 대대적 반격에 나서는 등 내년 지방선거를 앞둔 정치권의 갈등이 한층 거세지는 모습이다. 주소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