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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013년 16세 4개월 어린 나이의 아마추어로 LPGA투어 CN 캐나디언여자오픈에서 대회 2연패를 달성한 골프신동 리디아 고. [사진=LPGA] |
어릴 때 또래의 아이들 보다 유난히 골프를 잘 치는 아이를 골프신동이라고 부른다. 골프신동들은 초등학교 골프대회에서 독보적인 성적을 내고 중고등학교 때 까지도 선두권을 유지하면서 대형 선수가 될 수 있는 천재로 기대되지만 갑자기 사라지고 만다. 이런 현상은 국내뿐 아니라 미국이나 유럽에서도 자주 나타나는데 그 이유는 무엇일까?
두 가지 비교 우위
골프 신동이 다른 아이들 보다 잘 치는 큰 이유는 골프 천재이기 때문이 아니라 다음의 두가지 비교우위 때문이다.
첫째는 체격적인 우월성이다. 골프 신동들은 대부분 신체적인 조건이 다른 아이들 보다 뛰어나서 훨씬 장타자이다. 어린 나이에 다른 아이들보다 장타를 친다면 시합에서 성적이 좋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성장하면서 다른 아이들이 점차 골프신동의 체격을 따라잡게 되고 샷의 거리도 비슷해져서 골프 신동의 신체적인 유리함은 사라지게 된다.
둘째는 기술적인 우월성이다. 골프 신동은 조기 교육 덕분에 스윙이나 숏게임에서 훨씬 많은 기술을 먼저 배웠다. 다른 아이들이 모르는 기술을 사용할 수 있으니까 더 잘 치는 것은 당연하지만 그 기술들은 비밀의 기술이 아니므로 다른 아이들도 천천히 다 배우게 된다. 그래서 기술의 우월함도 결국 대등한 수준으로 발전한다.
번 아웃
골프신동의 신체적 기술적 우월성이 사라질 때 쯤 선수들은 모두 비슷한 수준에서 만나게 되고 거기서 누가 다음 수준으로 올라갈 수 있는지 새로운 경쟁을 하게 되는데 이 때 골프신동은 심리적으로 큰 타격을 입게 된다. 경쟁하는 선수들의 기량이 자기보다 한참 뒤떨어져 있었는데 그들은 발전하여 대등한 경쟁을 하고 자기는 더 이상 발전하지 못하고 있다는 실망을 하며 자신감을 잃고 만다. 뒤따라온 아이들에게 반복해서 패배하면 결국 분노와 죄절감으로 인해 골프를 포기하게 되는데 이것이 번 아웃이다.
골프신동이 번 아웃으로 사라지는 것을 막지 못하는 것은 부모의 책임이 크다. 아이가 신동이라고 칭찬받고 동료들이 부러워할 때 부모가 앞장서서 환호하며 내 아이가 골프 천재라 믿는다. 또 시합에 나가면 우승을 해야 한다는 압박감을 준다. 골프를 이해하는 현명한 부모였다면 뒤따라오는 다른 아이들과 비슷한 수준에서 다시 만날 것이라는 예고를 해 주면서 마음의 준비를 시키고 겸손한 자세로 장기전에 대비해야 했다.
마라톤 같은 선수육성 과정
골프 선수를 육성하는 과정은 마라톤 경주와 비슷하다. 레이스 초반에 독주하던 선수는 반환점을 돌 때 까지도 선두를 유지할 수 있었지만 결국 따라오는 선두 그룹과 합류하게 된다. 이 때 선두 그룹에서 다시 한번 치고 나가야 되는데 이미 정신적으로 너무 지쳤고 우승하기 어렵다는 상황을 인식하면서 기권하게 된다. 레이스의 작전을 짜주는 감독이 부모인데 부모가 마라톤을 이해하지 못해서 작전에 실패하는 것이다.
골프 신동이라고 칭찬받는 부모는 아이가 번 아웃 될 수 있다는 위험을 인식하고 정신적으로 지치지 않도록 대비해야 한다. 뒤 따라가는 아이의 부모는 언젠가 비슷한 수준에서 다시 만날 것이라는 사실을 가르쳐 주며 천천히 뚜벅뚜벅 따라가면 된다. 골프 천재는 서둘러 훈련해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때가 되면 그 재능이 모습을 드러내는 것이다.
*골프 대디였던 필자는 미국 유학을 거쳐 골프 역사가, 대한골프협회의 국제심판, 선수 후원자, 대학 교수 등을 경험했다. 골프 역사서를 2권 저술했고 “박노승의 골프 타임리프” 라는 칼럼을 73회 동안 인기리에 연재 한 바 있으며 현재 시즌2 칼럼을 연재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