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로우얀스크~크라마토르스크 잇는 50km 방어선, 우크라 최후 전략요충지
ISW “푸틴, 전쟁 초기 목표 고수…돈바스·군축·영토 인정 없인 타협 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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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러시아 모스크바 크렘린에서 2025년 12월 2일 열린 회의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키릴 드미트리예프 대통령 특사, 유리 우샤코프 외교·안보 보좌관이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특사 스티브 위트코프, 사위 재러드 쿠슈너와 함께 참석하고 있다.[연합] |
[헤럴드경제=서지연 기자] 미국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종전안을 놓고 다시 마주 앉았지만, 핵심 쟁점인 영토 문제에서 접점을 찾지 못하며 논의가 또다시 멈춰섰다. 러시아가 돈바스(도네츠크·루한스크) 전역을 요구하자 우크라이나가 전략적 요충지인 ‘요새 벨트(약 50km)’를 내줄 수 없다며 강하게 반발한 것이다.
2일(현지시간) 스티브 위트코프 미국 특사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협의는 구체 내용을 공개하지 않기로 했지만,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영토 문제에서 양측 이견이 극명하게 드러났다”고 전했다.
현재 러시아는 루한스크주 전역을 장악했지만 도네츠크주 약 20%는 확보하지 못했다. 이 남은 20%가 바로 우크라이나가 2014년 이후 10년 넘게 방어선을 구축해온 ‘요새 벨트’다. 북부 슬로우얀스크와 크라마토르스크에서 남쪽 드루즈키우카·콘스티안티니우카까지 이어지는 약 50km 구간으로,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 침공을 버텨낸 최후 저지선이다.
우크라이나는 이 지역을 내줄 경우 향후 러시아의 재침공에 ‘직통로’를 열어주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본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이 “돈바스 양보는 불가하다”는 입장을 거듭 밝힌 이유다.
반면 푸틴 대통령은 돈바스 전역 철수를 지속적으로 요구하며 여지를 두지 않고 있다. 미국 국무부 마코 루비오 장관도 “러시아가 집중적으로 요구하는 것은 도네츠크 남은 20%와 요새 벨트”라고 평가했다.
푸틴 대통령의 보좌관 유리 우샤코프도 “영토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종전 합의는 없다”고 못 박았다. 미국 N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한 러시아 당국자는 “양보할 수 없는 3대 원칙이 돈바스·우크라이나 군축·서방의 영토 인정”이라고 밝혔다.
미국 싱크탱크 전쟁연구소(ISW)는 러시아의 요구가 전쟁 초기 목표와 동일하다고 분석했다. ISW는 보고서에서 “푸틴은 도네츠크·루한스크 병합과 우크라이나군의 전력 제한이라는 원래 목표에서 한 발도 물러서지 않고 있다”며 “미국과 우크라이나가 제시하는 타협안을 받을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평가했다.
서방에서는 러시아가 미국의 중재안을 일부 수용했다는 주장 역시 ‘전술적 제스처’에 불과하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핵심 쟁점인 점령지 처리 문제에서 실질적 변화가 없기 때문이다.
결국 이번 논의도 돈바스와 요새 벨트, 우크라이나군 축소 요구 등 기존 대립축을 벗어나지 못하며 또 한 번 답보 상태에 머물렀다는 평가가 나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