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동혁은 “의회 폭거 맞서기 위한 계엄” 주장
여권 악재 속에서도 내홍만…野 역할론 약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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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상섭 기자 |
[헤럴드경제=김해솔 기자] 12·3 비상계엄 사과 여부를 둘러싼 국민의힘 내 여진이 이어지고 있다. 송언석 원내대표와 권영세 의원 등 적잖은 당내 인사들이 계엄에 대해 고개를 숙였으나, 정작 당을 이끄는 장동혁 대표는 사과 없이 “의회 폭거에 맞서기 위한 계엄이었다”는 입장만 재확인했다. 이를 두고 당내에서는 ‘또 다른 계몽령 주장’ 등 비판이 나왔다. 계속되는 내홍에 국민의힘이 제1야당으로서의 정부·여당 견제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한다는 지적마저 제기된다.
김재섭 국민의힘 의원은 4일 KBS 라디오 ‘전격시사’에서 “지난해 국회에 진입해 계엄 해제 표결을 했던 국민의힘 의원이 열여덟 분인데 그 가운데 한 분이 장 대표”라며 “그러면 장 대표는 ‘의회 폭거에 맞서기 위한 계엄’ 해제 표결을 한 분인데 정당했던 계엄이라는 말과 배치되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앞서 김 의원을 비롯한 국민의힘 의원 25명은 전날 “비상계엄을 미리 막지 못하고 국민께 커다란 고통과 혼란을 드린 점에 대해 당시 집권여당 일원으로서 거듭 국민 앞에 고개 숙여 사죄드린다”며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했다.
송 원내대표도 따로 기자회견을 열고 “극도의 혼란 속에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12·3 비상계엄이 선포됐고 국민들께서는 큰 충격과 고통을 받았다”며 “국민 여러분께 다시 한번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탄핵 정국에서 비대위원장을 지낸 권영세 의원 등은 SNS 등을 통해 사과했다.
반면 장 대표는 “12·3 비상계엄은 의회 폭거에 맞서기 위한 계엄이었다”며 “2024년 12월 3일부터 시작된 내란몰이가 2025년 12월 3일 막을 내렸다”고 주장했다.
계엄에 대한 뚜렷한 사과 메시지는 없었다. 장 대표는 “계엄에 이은 탄핵은 한국 정치의 연속된 비극을 낳았고, 국민과 당원들께 실망과 혼란을 드렸다”며 “하나로 뭉쳐 제대로 싸우지 못했던 국민의힘도 그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당 대표로서 책임을 통감한다”고만 했다. 이에 김재섭 의원은 “장 대표는 반성과 성찰은커녕, 계엄이 불가피했다는 식의 또 다른 ‘계몽령’을 선언했다”며 “몹시 실망스럽다”고 비판했다.
최근 내란특검이 청구한 추경호 의원 구속영장 기각과 ‘문진석-김남국 인사 청탁 문자’ 논란, 장경태 더불어민주당 의원 성추행 의혹 등 야권 입장에선 호재가 이어지는 상황이다. 그러나 계엄 이후 1년간 국민의힘이 분열된 모습만을 보이며 제대로 된 반격의 기회를 좀처럼 잡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한동훈 전 대표는 이날 오전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지금 민주당은 국민의힘을 믿고 폭주하고 있다. (여권이) 어떤 식의 잘못을 하더라도 우리 국민의힘 쪽에서 윤어게인, 계몽령, 계엄이 정당했다는 식의 메시지 하나 나오면 모든 이슈가 그냥 끝나 버린다”며 “어제 같은 경우도 ‘김현지 이슈’가 터졌는데 계몽령, 윤어게인 메시지 한 방에 그냥 끝나 버렸다. 이런 식으로는 우리가 역할을 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한 전 대표는 전날 국회도서관 앞 쪽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당시 여당 당대표로서 계엄을 미리 예방하지 못한 점에 대해 다시 한번 국민께 깊이 사과드린다”고 밝힌 바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