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세지는 ‘조진웅 은퇴’ 논란…“소년법 취지 어긋나” vs “처벌받아도 평가 대상”

한인섭 서울대 교수 “조진웅, 응당한 제재 받아”
조국 대표 SNS에 오스카 와일드 명언 인용
박경신 고려대 교수 “사람 평가에 필요한 사실”

 

‘소년범’ 논란 하루 만에 은퇴를 결정한 배우 조진웅

[헤럴드경제=손미정 기자] 배우 조진웅이 소년범 사실을 인정한 뒤 21년 간 연예계 생활의 마침표를 찍은 가운데, 조진웅의 과거에 대한 보도와 이어진 은퇴 결정을 둘러싼 논란이 점화되고 있다. 조진웅의 은퇴 발표를 놓고 이미 법적 제재를 받은 청소년 시절 과오를 들추는 것이 ‘소년법 취지에 어긋난다’는 일각의 비판이 제기되자, 처벌을 받은 사안일지라도 여전히 한 인물에 대한 평가 대상이 될 수 있다는 반박이 나오면서다.

한인섭 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7일 페이스북을 통해 소년법의 목적이 반사회성을 교정하고 건전한 성장을 돕는 것임을 고려할 때, 과거 소년법상 보호 처분 이력을 문제 삼아 비난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한 교수는 “(조진웅은) 청소년 시절에 잘못을 했고, 응당한 법적 제재를 받았다”면서 “청소년 범죄에 대해서는 처벌을 하면서도, 교육과 개선의 가능성을 높여서 범죄의 길로 가지 않도록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한 교수는 “자신의 과거 잘못을 내내 알리고 다닐 이유도 없다. 누구나 주홍 글씨를 새기고 살지 않도록 만들어낸 체제 속에서 우리는 살고 있다”면서 “그 소년이 어두운 과거에 함몰되지 않고, 수년간 노력해 사회적 인정을 받는 수준까지 이른 것은 상찬 받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한 교수는 수년 전의 과거사를 끄집어내려는 시도를 ‘생매장’이라고 표현하며 “이런 생매장 시도에 조진웅이 일체 활동을 중단하겠다는 건 아주 잘못된 해결책이다. 일제는 그(조진웅)가 좋아했던 독립운동가에 대해 어떤 개인적 약점을 잡아 대의를 비틀고 생매장시키는 책략을 구사했다”고 지적했다.

배우 조진웅

이날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 역시 페이스북에 “성인(the saint)과 죄인(the sinner)의 유일한 차이는 모든 성인은 과거가 있고, 모든 죄인은 미래가 있다는 점이다”란 오스카 와일드의 명언을 게재했다. 타인이나 자신을 과거의 실수 하나로 단정하지 말아야 한다는 의미를 담은 문장으로, 조진웅을 둘러싼 소년범 논란을 비판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조진웅의 과거사가 그의 은퇴로 이어진 것에 대한 비판적 의견들에 대해, 같은 날 박경신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장문의 반박글을 올렸다.

박 교수는 조진웅의 과거사에 대한 보도를 ‘생매장’이라고 표현한 한 교수의 문장과 문구에 “동의하기 어렵다”면서 “(언론의 보도는) 국민이 주변 사물과 사람들을 평가함에 있어서 필요하다고 생각한 사실을 밝혀내었을 뿐”이라고 반박했다.

이어 박 교수는 “전두환과 노태우가 법에 대한 처벌을 받았다고 해서 국민들이 그들의 내란 및 학살이라는 과거를 근거로 그들을 비난할 수 없는가”라고 반문하며 “국민은 사람들을 평가함에 있어서 사법처리를 이미 받은 사안은 반드시 평가 대상에서 삭제해야 하는가”라고 덧붙였다.

또한 “인기를 끌고자 한다면 거기에 맞는 노력을 해야한다”면서 “타인들이 나를 싫어하게 되는 계기가 된 사실을 밝히고 서로 공유한다고 해서 이를 ‘사적 제재’나 ‘생매장’이라고 한다면 우리 스스로를 바보로 만들고 살아가야 한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조진웅은 전날 소속사를 통해 “모든 질책을 겸허히 수용하고 오늘부로 모든 활동을 중단한다. 앞으로 한 인간으로서 스스로 바로 설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성찰하겠다”며 은퇴를 선언했다. 고교 시절 범죄를 저질러 소년보호처분을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된 지 하루 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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