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도 급격한 ‘전동화 전환’에 제동…‘하이브리드’ 현대차·기아 긍정효과

현대차·기아 글로벌 점유율 향상 도움 관측
70% 무공해차 목표 국내정책 부작용 우려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전임 조 바이든 정부의 ‘전기차 우선’ 정책을 사실상 폐기한 데 이어 유럽연합(EU)이 오는 2035년부터 내연기관 자동차 판매를 전면 금지하기로 한 방침을 사실상 철회했다.

글로벌 완성차 업계 전반으로 확산하던 ‘전동화 전환’ 움직임이 한풀 꺾인 가운데 완성차 업계에서는 하이브리드차(HEV) 분야에서 강세를 보이는 현대자동차·기아에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전망과 더불어 세계적 흐름과 달리 급격한 전기차 전환을 추진하는 우리 정부의 ‘역행’에 따른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EU 집행위원회는 16일(현지시간) 2035년 신차 탄소 배출 감축량을 당초 목표인 100%가 아닌 90%로 낮추도록 완화하는 법 개정안을 공개했다.

개정안은 2035년부터 전기차 판매만 허용하겠다는 원래 방침에서 한발 물러나 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PHEV)부터 디젤차에 이르기까지 일부 내연 기관 차량의 판매도 가능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EU가 전기차 전환 속도를 낮추게 된 것은 중국 전기차 브랜드 공세와 무관하지 않다. 에너지 전문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10월 세계 각국에 차량 등록된 전기차 총 대수는 약 1710만2000대로로 전년 동기(1362만5000대)대비 약 25.5% 증가했다. 특히, 중국 전기차 제조사인 BYD와 지리그룹은 각각 약 332만2000대(전년 동기 대비 4.8%↑), 178만대(전년 동기 대비 64.7%↑)의 전기차를 판매하며 나란히 1, 2위에 올랐다.

가성비를 전면에 내세운 중국 전기차 브랜드 공세가 이어지자 주요 자동차 업체들과 자동차를 주력 산업으로 하는 독일, 이탈리아 등은 내연차 금지 정책 추진을 반대하는 목소리를 높여왔다.

EU의 이번 조치에 유럽 완성차 업계는 환영하는 분위기다. AFP에 따르면 유럽 최대 자동차 제작사 폭스바겐은 “실용적이고, 경제적으로 타당한 조치”라며 환영의 뜻을 밝혔다.

미국, 유럽이 속도조절에 나선 것과 달리 우리 정부는 2035년 신차의 70% 이상을 무공해차(전기·수소차)로 보급한다는 목표를 고수하고 있다. 이에 완성차·부품 업계는 “미국 관세부담, 전기차 캐즘(대중화 전 일시적 침체기) 등의 어려움으로 전기차 투자 여력이 부족한 상태에서 과도한 (전기차) 보급목표는 업계 규제부담을 가중시킬 뿐만 아니라 부품업계의 생존을 위협할 수 있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EU의 이번 조치가 북미, 유럽 시장에서 하이브리드차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는 현대차·기아가 글로벌 시장 점유율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실제로 현대차·기아의 지난달 미국 하이브리드차 판매량은 3만6172대로 전년 동월과 비교해 무려 49% 증가했다. 유럽 시장에서도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지난달 현대차 코나 하이브리드카 판매량은 2794대로 전기차 모델(2481대)을 넘어섰다.

특히, 양사는 전동화 전환 연착륙을 목표로 급격한 전동화 전환이 아닌 기존 하이브리드의 성능을 개선한 차세대 시스템과 순수 전기차의 장점을 결합한 ‘주행거리 연장형 전기차(EREV)’ 중심의 포트폴리오 전략을 실행 중이다.

실제로 현대차는 최근 미국 뉴욕 맨헤튼에 있는 ‘더 셰드’에서 열린 ‘2025 최고경영자(CEO) 인베스터 데이’에서 차세대 하이브리드와 더불어 주행거리 연장형 전기차를 중심에 둔 친환경 라인업 확대 방안을 발표한 바 있다.

완성차 업계 관계자는 “하이브리드차는 전기차 특유의 조용하고 편안한 주행 감성을 제공하면서도 충전 스트레스를 줄일 수 있는 장점이 있어 국내외 시장에서 수요가 꾸준히 늘고 있다”며 “현대차·기아는 하이브리드 분야에서 글로벌 톱티어 수준의 기술력을 확보있고, 판매량도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특히, 하이브리드차와 순수 전기차 개발을 병행하는 전략을 펴고 있는 만큼 ‘속도 조절 국면’으로의 전환이 호재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재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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