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례없는 숙청에 군 최고사령부 전멸…시진핑 다음 행보는?

2인자 장유샤 숙청…중앙군사위원 7명중 5명 축출

사실상 시진핑 단독체제…후임지명 서두르지 않을 듯

내부 결속 가능성…대만 위협 수위 두고는 이견 갈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해 12월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협정 및 계약 서명식 후 걸어가면서 주변을 살피고 있다. [로이터]

[헤럴드경제=김영철 기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군부 핵심 간부들을 대거 축출했다. 약 200만명의 인민해방군(PLA)을 이끄는 최고 의사결정 기구인 중앙군사위원회(CMC)의 핵심 인물들이 모조리 사라지면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다음 행보에 이목이 쏠린다.

시 주석은 숙청된 빈자리에 당장 후임을 임명하지 않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25일(현지시간) 국제외교 전문매체 더 디플로멧은 “앞으로의 큰 질문은, 시진핑이 중국 인민해방군을 사실상 단독 통치할지, 아니면 장유샤(張又俠·76) 중국공산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주석과 류전리(劉振立·62) 중앙군사위원 겸 연합참모부 참모장의 후임을 임명할지”라며 “특히 시 주석은 숙청된 중앙군사위 위원 자리를 즉각 채우지 않은 전력이 있다”고 설명했다.

싱가포르국립대(NUS) 중국 정치 분석가인 알프레드 우 역시 더 타임스에 “친강 전 외교부장이 2023년 숙청되고 2년 반이 지났는데도 후임이 명확히 채워지지 않은 것을 보면 시 주석이 후임 임명에 서둘러 움직이지 않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시 주석이 내년 당대회에서 또 한 번, 즉 4연임을 확보하는 과정에서 내부에서 불만이 새어 나오지 않도록 하는 데 더 신경 쓰고 있다”고 분석했다.

앞서 지난 24일 중국 국방부는 해방공중국 인민해방군 2인자인 장유샤과 류전리를 기율 위반과 위법 행위를 저지른 혐의로 입건돼 조사를 받고 있다고 발표했다. 중국군 기관지 해방군보도 25일자 사설에서 두 사람의 혐의가 “중앙군사위 주석 책임제를 짓밟고 파괴한 행위”라고 설명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5일 중국군 고위 인사들을 대상으로 진행된 비공개 브리핑 내용을 인용해 장 부주석이 핵무기에 대한 주요 기술 자료를 미국 측에 넘긴 혐의를 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중국 당국은 중국의 핵 프로그램을 총괄하는 국유기업 중국핵공업집단공사(CNNC) 전 총경리 구쥔에 대한 수사 과정에서 장 부주석과 연관된 혐의를 포착한 것으로 전해졌다.

장 부주석 등 축출 이후 중앙군사위에 남은 핵심 인물로는 시진핑과 지난해 말 부주석으로 승진한 장성민이 유일하다. 시진핑을 군사위 주석으로 두고 있는 중앙군사위는 부주석 2인과 위원 4명 등 7인으로 구성돼 있는데 이번 축출을 끝으로 두 명만 남은 셈이다. 이에 따라 시 주석이 2022년 제20차 중국공산당 전국대표대회에서 3연임을 확정한 후 임명한 중국군 수뇌부 인사 6명 중 5명이 숙청됐다.

장성민의 경우 경력 대부분을 정치위원으로 보낸 인물로, 실질적인 군작전 지휘 경험은 거의 전무하다. 이에 장성민이 직을 유지한 것은 차기 후계의 신호가 아닌 빈자리 채우기에 가까운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시 주석은 숙청을 통해 중앙군사위에서도 사실상 1인 지도 체제를 확립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하지만 다양한 관점과 이해관계를 대표하는 국가 최고 국방 의사결정 기구가 작전 경험이 극히 제한적인 두 사람만 남았다는 점에서 제 기능을 수행할 수 없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로 인해 중앙군사위를 중심으로 당분간 내부 결속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잦은 지도부 숙청에 더해 최고위층에 대한 군부 인사들의 불만이 커지면 인민해방군 최고지휘부의 불안정은 더욱 심화될 수 있다.

한편 대만에 대한 위협 수위에 대해선 이견이 갈린다. 중앙군사위의 주요 지휘관 자리가 공백인 탓에 사실상 기능 마비 상태에 놓여 있어 대만해협을 위협하는 행보는 당분간 줄어들 것이라는 의견이 있는 반면, 내부 혼란을 분산시키기 위해 외부로 시선을 돌리는 전략을 택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디플로멧은 “이 같은 변동성은 인민해방군의 전쟁 수행 능력을 필연적으로 제약해 단기적으로 전면전 가능성을 낮춘다”면서도 “다만 조직이 내부에서 무너질 위험이 커진 상황에서, 내부 결속을 만들기 위한 아주 제한적인 군사 작전은 여전히 가능하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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