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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스코 포항제철소에서 비전AI가 접목된 크레인이 선재코일을 트레일러에 자동으로 상차하고 있다. [포스코 제공] |
[헤럴드경제(포항)=권제인 기자] 지난 22일 포스코 포항제철소 선재 창고를 찾았다. 창고 안에는 수시로 울리는 알림음, 매케한 냄새 속에서도 질서 정연하게 선재코일 상차 작업을 하는 트레일러의 분주한 움직임이 쉼없이 이어졌다. 압연 공정을 마치고 ‘선’ 형태로 둘둘 말린 선재코일이 완성되자, 리프트와 컨베이어벨트가 입체창고로 선재코일을 곧장 싣고갔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창고 천장에서 내려온 크레인이다. 크레인에 달린 C자형 후크는 입체창고에 쌓여있던 선재코일의 중심에 정확히 들어가, 무려 8톤에 달하는 선재코일 4개를 번쩍 들어 올렸다. 크레인이 대기 중인 트레일러 위로 이동해 선재코일을 정확한 위치에 조심스레 내려놓자 상차 작업은 2분 만에 마무리됐다.
작업이 진행되는 동안 사람의 개입은 한 번도 일어나지 않았다. 1973년 준공된 포항제철소가 인공지능(AI) 기반 물류 자동화의 산실로 거듭났음을 확실하게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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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스코 포항제철소에서 비전AI가 접목된 크레인이 선재코일을 들어올리기 위해 정확한 위치에 C자형 후크를 걸고 있다. [포스코 제공] |
포스코 포항제철소는 인공지능(AI) 기술을 접목한 스마트 물류 시스템을 구축하며 ‘안전’과 ‘효율’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 혁신의 핵심은 거대한 크레인이 사람의 개입 없이도 제품의 형상을 스스로 인식하고 정밀하게 움직이도록 만든 ‘스마트 안전 및 운영 로직’이다.
포스코는 이를 통해 비정형 제품인 선재코일의 상차 작업을 자동화하는 데 성공했다. 선재코일은 철강재를 가늘게 뽑아 나선 형태로 감은 제품으로, 제품마다 크기와 포장 형태가 다르다. 선재코일은 개당 무게가 다른 철강 제품 대비 가벼워 여러 번의 상차 작업이 필요하지만, 제품마다 규격이 달라 자동화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포스코는 피지컬AI와 비전AI 기술을 도입해 문제점을 해결했다. AI가 라이더(LiDAR) 센서를 활용해 선재코일의 외경, 내경, 폭 등을 인식해 크레인 후크가 진입할 위치와 깊이를 자동으로 계산하도록 했다. 또한 크기, 길이 다양한 트레일러의 제원을 데이터화해 AI가 스스로 최적의 상차 지점을 찾아내도록 설계했다. 정밀도는 20㎜ 이내로, 라이더 센터의 탐지율은 99.5%에 달한다.
이를 통해 과거 수동 조작 시 발생했던 미세한 오차를 제거하고, 설비 간의 충돌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차단했다. 크레인은 트레일러에 선재코일을 내려놓기 직전 속도를 줄여 파손 가능성을 낮췄고, 선재코일이 서로 부딪치지 않도록 간격을 유지하며 상차했다. 뿐만 아니라 수시로 드나드는 트레일러를 인식해 크레인이 이동 속도를 줄이거나 작업을 잠시 멈추도록 자동화했다.
크레인 자동 운송시스템을 개발한 김병국 포항제철소 주임은 “생산성, 안전, 품질 세 가지 측면을 모두 확보할 수 없다면 AI 자동화가 불가능하다는 전제하에 시스템을 개발했다”며 “현장의 안전 리스크를 기술로 해결해 동료들이 마음 놓고 일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진 것에 가장 큰 보람을 느낀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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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스코 포항제철소에서 비전AI가 접목된 크레인이 선재코일을 트레일러에 자동으로 상차하고 있다. [포스코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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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스코 포항제철소에서 상단에 달린 카메라가 선재코일에 부착된 라벨 정보를 인식해 제품을 검수하고 있는 모습. [포스코 제공] |
더불어 포스코는 선재코일 검수 작업에도 비전AI 기술을 도입했다. 검수는 고객에게 제품을 운송하기 전 알맞은 제품이 실렸는지 마지막으로 확인하는 작업으로, 과거에는 사람이 일일이 육안으로 제품에 달린 라벨을 확인해야 했다. 시력 1.0의 기자가 직접 살펴봤지만 바코드인식, 라벨, 인증마크, 메탈태그 등을 작은 글씨를 한 번에 살펴야 해 오랜 시간이 필요했다.
특히, 선재코일에 돌아가 보이지 않는 라벨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안전에 대한 우려도 컸다. 원통형의 선재코일이 돌아가는 경우 작업자가 직접 올라타 라벨을 찾아야 했다. 차체와 선재코일의 높이가 합산 3m에 달해 낙상 사고 시 부상 가능성이 높았다.
포스코는 카메라와 비전AI를 활용해 안전과 업무 효율성 문제를 한 번에 해결했다. 양측에 달린 카메라 12대는 차량이 정차하면 라벨을 찾은 뒤, 이를 확대해 제품 정보와 주문 정보를 대조한다. 이를 통해 차량당 제품 검수 시간은 5분에서 2분으로 크게 줄었으며, 인식 성공률은 98%에 달한다. 330초 내 인식에 실패한 경우 사람이 개입하도록 설정돼 있지만, 81초 만에 검수를 끝내는 경우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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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스코 포항제철소에 AI 검수 시스템이 도입되기 전 작업자가 일일이 선재코일에 부착된 제품 라벨을 확인하고 있다. [포스코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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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외에도 포스코는 자재조달 물류 자동화 기술을 기반으로 자재의 입고·저장·배송·재고관리 과정을 통합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 준공된 광양제철소 포스코풀필먼트센터(PFC)를 통해 여러 자재 창고를 하나로 통합하고 재고관리, 현장 배송 등의 서비스를 직원들에게 제공한다.
먼저 입체 저장 설비를 도입해 기존보다 저장 효율을 9배 높였으며, 자동운반차량(AGV) 물류 로봇을 도입해 자재 입고, 배송, 출하 등을 모두 자동화했다. 또한, 데이터 기반의 자재 수요예측과 재고관리를 가능하게 하는 WMS(창고관리시스템)를 통해 현장 직원이 창고에 직접 방문하지 않아도 재고를 실시간으로 확인하고, AI 자동발주 시스템과 연계해 재고 소진시 자동 발주가 가능하게 했다.
포스코 관계자는 “PFC는 제조업 최초로 자재의 입고, 저장, 배송, 재고관리 전 과정을 통합 운영하는 자재조달 혁신을 구현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며 “자재의 효율적인 관리를 통해 조업 및 정비 담당자들이 본연의 업무에 더욱 집중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