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달러 오일쇼크땐 물가 2.9%p 급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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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으로 촉발된 중동 정세 불안이 확산하면서 국제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설 경우 국내 소비자물가상승률이 1%포인트 이상 오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현대경제연구원이 3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연평균 국제 유가(두바이유 기준)가 배럴당 100달러에 이를 경우 소비자물가상승률은 1.1%포인트 상승 압력을 받는 것으로 추정됐다. 같은 조건에서 경제성장률은 0.3%포인트 하락하고, 경상수지는 260억달러 감소할 것으로 분석됐다.
유가가 150달러까지 치솟는 ‘오일 쇼크’ 시나리오에서는 충격이 더욱 커진다. 물가 상승률은 2.9%포인트 확대되고, 성장률은 0.8%포인트 하락할 것으로 추정됐다. 경상수지 감소폭도 767억달러에 달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이 경우 연간 성장률이 1% 안팎에 머물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고 연구원은 내다봤다.
문제는 국제 유가가 이미 빠르게 오르고 있다는 점이다. 2일(현지시간) ICE선물거래소에서 브렌트유 선물은 전 거래일 대비 6.7% 급등한 배럴당 77.74달러에 마감했다. 장중 한때 82.37달러까지 치솟으며 1년여 만의 최고치를 기록했다.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도 6.3% 오른 71.23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보고서는 미·이란 전쟁 전개 상황에 따라 국제 유가를 ▷70달러 미만(전쟁 단기 종결) ▷80달러 내외(기준 시나리오) ▷100달러 내외(비관적 시나리오) ▷150달러 이상(오일 쇼크) 등 네 단계로 구분했다. 현재 브렌트유가 장중 80달러를 넘나들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이미 ‘기준 시나리오’ 상단에 근접한 셈이다.
연평균 유가가 80달러 수준에 머물더라도 부담은 적지 않다. 이 경우 소비자물가상승률은 0.4%포인트 상승 압력을 받고, 성장률은 0.1%포인트 하락하며, 경상수지는 58억달러 감소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오일 쇼크 수준이 아니더라도 부담은 현실화될 수 있다는 의미다.
보고서는 국제 유가 상승이 단순한 에너지 가격 인상에 그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원유 가격 급등은 수입물가 상승으로 이어지고, 이는 기업의 생산비용을 끌어올려 생산자물가를 자극한다. 결국 소비자물가로 전가되면 가계의 실질 구매력이 약화된다. 이 과정에서 물가는 오르지만 소비 여력은 줄어드는 현상이 나타나며 이른바 ‘스크루플레이션(Screwflation)’ 압력이 커질 수 있다. 민간 소비가 위축되면서 내수 경기가 침체 국면에 진입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동시에 원자재 가격 급등과 교역조건 악화는 기업의 수익성을 압박하고, 이는 투자 심리 위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소비 둔화와 투자 감소가 맞물릴 경우 국내 성장률 하락 압력은 한층 커질 수 있다.
보고서는 전쟁이 장기화되면 이러한 흐름이 글로벌 차원으로 확산돼 저성장과 고물가가 동시에 나타나는 ‘스태그플레이션’ 국면에 진입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특히 해외 수요까지 위축될 경우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는 내수 부진과 수출 감소가 겹치는 이중 부담에 직면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한국 경제의 구조적 취약성도 변수다. 2024년 기준 한국의 경제 원유의존도는 국내총생산(GDP) 만달러당 5.63배럴로 OECD 37개 회원국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이다. 경제 규모는 세계 12위지만 원유 소비량은 7위에 이를 정도로 에너지 의존도가 높다. 원유 가격 상승 충격이 상대적으로 크게 반영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의미다.
특히 원유 수입 물량이 가격에 비탄력적이라는 점에서 유가 상승은 곧바로 수입액 증가와 경상수지 악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100달러 시 260억달러, 150달러 시 767억달러 감소 추정은 이러한 전제를 바탕으로 산출됐다.
연구원은 대응책으로 원유 및 원자재의 안정적 공급망 확보를 주문했다. 전략 비축유 규모 재점검과 원자재 조달 다변화, 기업의 헷지 전략 강화 등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아울러 물가 불안 품목에 대한 선제적 수입 확대와 유통 과정의 비합리 요인 통제 등 체감물가 안정 대책도 병행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연구본부장은 “지정학적 리스크가 장기화될 경우 글로벌 저성장·고물가 국면이 고착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고유가 장기화에 대비한 거시정책과 공급망 안정 전략을 동시에 가동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용훈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