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父후광’ 그림자실세→3대 최고지도자
IRGC 총사령관·우라늄 비축권 보유
혁명수비대 “완전한 복종” 충성 맹세
“아들 안된다” 하메네이 유언 안먹혀
트럼프, 또 ‘참수작전’ 나설지 주목
![]() |
|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발발한 이란 전쟁이 10일째 이어지며 석유 저장고와 담수화 시설, 도심 건물까지 겨냥하는 난타전으로 격화하고 있다. 사진은 8일(현지시간)이스라엘 폭격을 당한 이란 테헤란의 샤흐런 석유 저장소 모습. [EPA] |
이란 지도자회의가 8일(현지시간)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의 후계자로 그의 차남 모즈타바 하메네이(56·사진)를 새로운 최고지도자로 공식 선출한 것은 국가의 존립을 건 전쟁 중에 ‘반미 보수 강경파’인 하메네이를 앞세워 항전의지를 더욱 불태우고 전쟁 위기를 정면돌파해 나가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 것으로 해석된다.
▶아버지 후광 업은 모즈타바…혁명수비대 총사령관=모즈타바는 1969년 이란의 대표적인 시아파 성지 가운데 하나인 마슈하드에서 태어났다. 그는 하메네이의 여섯 자녀 중 둘째 아들이다. 부친이 팔레비 왕조의 세습 통치에 반대하는 혁명운동가로 활동하고 이후 대통령을 거쳐 최고지도자에 오르기까지의 과정을 가까이서 지켜봤다. 모즈타바는 고등학교 졸업 후 1987년 이란 혁명수비대(IRGC)에 입대해 1988년까지 이어진 이란과 이라크 전쟁 후반기에 복무했다. 당시 부대에서 만난 혁명수비대 정보수장 호세인 타에브 등과 인연을 맺었고, 이후 정보·보안 기관 핵심 인사들과 수십 년간 관계를 다졌다.
1989년 부친 하메네이가 사망한 초대 지도자 아야톨라 루홀라 호메이니의 뒤를 이어 최고지도자에 올랐을 당시 모즈타바는 이란 중부 종교도시 곰에서 최고의 성직자들로부터 수학했다. 이때 본인이 직접 신학교에서 강의하며 종교 지도부와 인맥을 쌓았고, 지도자들 사이에서도 신망을 얻었다. 모즈타바는 공식 직책은 거의 없었지만, 이란 정보·보안 기관 내 핵심 인사들과 수십년간 교류하면서 ‘막후 실세’로 영향력을 행사해왔다.
최고지도자가 된 모즈타바는 이제 이란 국정 전반에 걸쳐 최종 결정권을 갖게 된다. 군부 실세인 이란 혁명수비대(IRGC)의 총사령관직을 수행하며, 본인 결단에 따라 핵무기 제조에 사용할 수 있는 고농축 우라늄 비축분에 대한 통제권도 갖는다. 강경파인 혁명수비대를 기반으로 이란 권력의 정점에 올랐다는 점에서, 향후 미국과 이스라엘과의 전쟁에서도 강경 노선을 유지하며 장기전을 택할 가능성이 고조된다.
이란 혁명수비대는 모즈타바가 최고지도자로 선출된 직후 새 지도자에 충성을 바치겠다며 ‘완전한 복종’을 선언했다. 이란 안보 수장인 알리 라리자니 최고국가안보회의 사무총장도 새 최고지도자를 중심으로 단결하자고 촉구하며 모즈타바를 공개적으로 지지하고 나섰다. 이란 지원을 받는 레바논 무장단체 헤즈볼라는 텔레그램에 ‘축복받은 이슬람 혁명 지도자’라는 문구와 함께 모즈타바의 초상화를 공유했다.
이란의 주요 대리 세력으로 꼽히는 예멘 후티 반군도 텔레그램에 발표한 성명에서 모즈타바의 선출을 환영하며, 이번 결정이 이란의 적들에게 “강력한 타격”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모즈타바가 새 최고지도자로 선출됐다는 보도는 지난 3일부터 나왔으나, 이란은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격 위협에 하메네이 후계자 최종 결정과 발표를 보안 우려로 미뤄왔다.
한편 이란 내부적으로는 세습 통치를 비판해온 이슬람 공화국 체제에서 아버지를 이어 최고지도자에 오른 것은 상당한 반발을 불러올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란의 이슬람 신정체제는 높은 지식과 신실함, 고결함을 갖춘 이슬람 법학자에 의한 통치된다는 점이 특징이다. 이런 점에서 점에서 모즈타바의 종교적 자격 시비 역시 정통성 논쟁으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하메네이의 빈 자리에 그의 아들이 앉게 된다면 경제난과 민생고에서 촉발된 올해 초 반정부 시위에서 정권 퇴진 운동을 벌인 이란 국민을 더 자극할 수도 있다.
▶트럼프 “하메네이 아들 용납 못해…경량급”…이스라엘과 또 참수작전 주목=미국은 아직 이란의 최고지도자 선출에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그러나 모즈타바의 선출은 미국의 거센 비난에 직면할 가능성이 크다고 외신들은 예상했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란 최고지도자의 후계 구도에 자신이 관여해야 한다면서 “하메네이의 아들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힌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5일 미 인터넷매체 악시오스와의 전화 인터뷰에서도 “하메네이의 아들은 경량급”이라고 평가절하했다.
이란이 이처럼 트럼프 대통령이 ‘용납불가’를 선언한 인물을 차기 지도자로 선택한 것은 결국 이번 전쟁에서 미국에 쉽사리 굴복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으로 해석된다. 이란이 미국과 이스라엘을 상대로 강경한 저항을 이어가고, 미국과 이스라엘도 대이란 공세 수위를 높일 수 있어 전쟁이 장기화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이란 입장에서는 세계 에너지 수송의 길목인 호르무즈해협에 대한 사실상의 봉쇄와, 미군기지 공격을 명분삼은 주변국 겨냥 공세 등으로 유가를 포함한 국제 경제에 혼란을 초래함으로써 미국이 장기전을 하기 어려운 상황으로 몰고 가겠다는 구상으로 보여진다.
특히 개전 직후 알리 하메네이의 거처를 급습해 그를 제거했던 ‘참수 작전’이 모즈타바를 겨냥해서도 재개될지에 이목이 쏠린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3일 이란에서 “지도자가 되고 싶어 하는 것처럼 보이는 모든 사람은 결국 죽음을 맞는다”고 발언한 데 이어 이날 ABC 방송 인터뷰를 통해 “우리의 승인을 받지 않으면 그(이란의 새 최고지도자)는 오래가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영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