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양주 스토킹 살인 살릴 기회 놓쳤다…잠정조치 건너 뛰어 [세상&]

경찰, 추적 장치 부착 취하지 않아
“모든 잠정조치 신청하는 게 원칙”
“3-2호를 신청 않아 아쉬운 부분”
경찰, 수사·청문 감찰 착수하기로


지난 2021년 10월 제주시 연동의 한 주택에서 열린 신변 보호용 인공지능 폐쇄회로(CC)TV 시연회에서 경찰이 신변보호대상자가 CCTV를 통해 침입자를 확인, 스마트워치로 경찰에 도움을 요청하는 모습을 재현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이영기 기자] 경기 남양주 스토킹 살인 사건과 관련한 경찰 대응의 적절성이 연일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사망한 피해자는 경찰에 여러 차례 위험상황을 알렸지만 경찰의 시급한 조치가 뒤따르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결국 경찰은 내부 감찰까지 진행하기로 했다.

17일 경찰 관계자에 따르면 경찰은 스토킹 피해자에 대한 보호 조치 시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곤 원칙상 가능한 ‘잠정조치’를 모두 신청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남양주 사건에서는 모든 조치가 취해지지 않았다.

잠정조치는 접근금지부터 구금까지 5단계로 구분된 스토킹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한 조치다. 구체적으로는 ▷1호(접근금지) ▷2호(전기통신 이용 접근금지) ▷3호(유치장 또는 의료기관 유치) ▷3-2호(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 ▷4호(유치장 구금)로 나뉜다.

이번 문제가 되는 부분은 경찰이 3-2호를 건너뛰고 4호만 신청했다는 점이다. 경찰이 4호를 신청하고, 국과수에서 관련 자료를 분석하는 동안 참변이 일어났다.

3-2호도 충분히 신청할 수 있었다는 게 경찰 내부의 설명이다. 한 경찰 관계자는 “3-2호와 4호가 결정되는 데까지 걸리는 시간은 1~2일로 비슷하다”라며 “신청하기 위한 요소에도 큰 차이는 없고, 담당 수사관이 결정하는 사안이다. 어떤 조치가 더 신청하기에 까다롭다거나 그렇지는 않다”고 설명했다.

스토킹 연출 일러스트. [게티이미지뱅크]


이에 피해자 보호를 담당했던 경기북부경찰청도 유감을 표했다. 경기북부경찰청 관계자는 “3-2호 또는 4호를 신청할 때 수사관이 판단하는 것”이라며 “결과적으로 3호의2를 신청하지 않은 것에 대해 아쉬운 부분이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피해자는 지난 14일 오전 8시 58분께 경기 남양주시 오남읍의 한 길거리에서 과거 교제하던 40대 남성 A씨에게 살해당했다.

참변이 벌어지기 전까지 피해자는 자신의 위험한 상황을 알리기 위해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했다. 특히 자신의 차량에서 A씨가 설치한 것으로 추정되는 위치추적 의심장치를 두 차례나 발견해 경찰에 신고한 상태였다. 그러나 그에 대한 신병 확보는 한 달 넘게 지체됐다.

피해자는 지난 1월 28일 서울 노원구의 한 카센터에서 자신의 차량에서 피의자인 A씨가 설치한 것으로 의심되는 위치추적 장치가 발견됐다며 경찰에 1차 신고했다.

이에 신고를 접수한 구리경찰서는 해당 장치에 대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감정을 의뢰하고 A씨에게 2월 13일과 27일 두 차례 출석을 요구했다. A씨는 변호인을 선임해 조사받겠다며 일정을 미뤘다.

그 사이 피해자는 2월 21일 자신의 차량에서 또 다른 위치추적 의심 장치가 발견했다. 112에 다시 신고했다. 이에 경기북부경찰청은 지난달 27일 두 사건을 병합해 구리경찰서를 책임관서로 지정하고 구속영장 신청과 잠정조치 4호 신청 등을 검토하도록 수사지휘를 내렸다.

하지만 국과수 분석에 시간이 긴 시간이 소요됐고, 위치가 가까워지면 경고를 보낼 수 있는 잠정조치 3-2호도 취해지지 않았다.

이규연 청와대 홍보소통수석이 지난 16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스토킹 범죄 대응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


이번 남양주 스토킹 살인 사건에 대한 경찰의 실책이 드러나자 이재명 대통령은 감찰을 지시했다. 이규연 홍보소통수석은 16일 진행된 브리핑에서 “희생자를 애도하고 유가족에게 심심한 유감을 전하면서, 이번 사태에 책임이 있는 관계자들을 감찰한 뒤 엄하게 조치하라고 지시했다”고 말했다.

경찰도 즉각 내부 감찰에 나섰다. 경찰청은 이날 언론 공지를 통 “감찰담당관실은 경찰의 부실 대응에 대해 즉시 감찰조사에 착수했다”며 “전반적인 사건처리 과정에 대해 신속하게 조사하고 그 결과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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