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상습 사기범의 아프리카 투자 사기, 경찰은 혐의없음…검찰 보완수사로 잡혔다[세상&]

지인 속여 네차례 걸쳐 7870만원 편취한 60대
경찰 ‘혐의없음’ 판단… 검찰 보완수사로 덜미


ChatGPT를 활용해 생성한 이미지. 이미지와 기사는 직접 관련 없음.


[헤럴드경제=양근혁 기자] 검찰이 실체가 불분명한 해외 사업을 빙자해 지인으로부터 투자금 명목의 돈 수천만 원을 가로챈 60대 남성을 재판에 넘겼다. 경찰은 실제 사업이 추진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이 남성에게 사기 혐의가 없다는 판단을 내렸지만, 검찰의 직접 보완수사 과정에서 덜미를 잡혔다.

3일 헤럴드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의정부지검 고양지청 형사3부(부장 정혜승)는 지난달 30일 60대 남성 A씨를 사기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A씨는 2016년 5월부터 2023년 3월까지 사업을 진행할 의사나 능력이 없었음에도 ‘아프리카(에티오피아, 탄자니아) 소재 변압기 제조공장 사업에 투자하면 기술 타당성, 재무검토 등 사업 추진 비용으로 사용 후 수익을 지급하겠다’는 취지로 40대 남성 B씨를 속여 총 7870만원을 가로챈 혐의(사기)를 받는다.

A씨와 알고 지내던 사이였던 B씨는 2016년에 한 번, 2021년에 두 번, 2023년에 한 번으로 총 네 차례에 걸쳐 A씨에게 투자금 명목의 돈을 준 것으로 파악됐다. 이후 B씨는 2024년 6월 경찰에 A씨에 대한 고소장을 접수했다.

경찰은 조사 과정에서 A씨가 제출한 계좌거래내역 및 영국 투자회사 측과 주고 받은 이메일 등을 확인한 뒤, 2024년 12월 A씨에 대해 불송치 결정했다. 당시 경찰은 A씨가 일부 투자금을 용도대로 사용한 것으로 보이고, 이메일 내역 등이 ‘사업을 계속 추진 중이지만 지연되고 있을 뿐’이라는 A씨 주장에 부합한다고 결론을 내렸다.

경찰의 결정에 대해 B씨가 이의신청을 하면서 사건은 지난해 1월 검찰로 송치됐다. 검찰은 A씨의 투자금 사용처를 보다 구체적으로 확인하고, 영국 투자회사 측이 사업에 투자를 결정했다는 A씨 주장의 진위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증거 등을 추가로 확보할 필요가 있다는 취지로 경찰에 보완수사를 요구했다.

하지만 지난해 4월 경찰은 A씨를 다시 조사하는 등 보완수사를 한 이후에도 ‘혐의없음’ 의견으로 검찰에 사건을 재송치했다. A씨가 사업과 관련해 기술 자문료를 지급한 내역과, 영국 투자회사 측과 주고받은 추가 이메일을 제출하는 등 본인의 주장에 부합하는 추가 자료를 냈다는 취지였던 것으로 파악됐다.

검찰은 올해 초 인사 이동 후 사건을 재배당하고 지난 2월부터 직접 보완수사에 나섰다. A씨를 불러 두 차례 소환조사 하고, 계좌거래내역과 제출 자료를 살폈다. 아울러 A씨의 별건 사기 사건 수사기록도 검토했다. A씨는 이 사건에 앞서 사기 혐의로 한 차례 벌금형을 받았고, 세 차례에 걸쳐 사기 혐의에 대해 불기소 처분을 받은 전력이 있었다.

검찰은 조사 과정에서 A씨가 사업 관련 지출 내역이라고 주장했던 송금 대상이 과거 A씨와 함께 ‘필리핀 태양광 사업’ 투자금 편취 혐의로 입건됐던 피의자였던 것을 확인했다. A씨가 제출한 또 다른 송금 내역들은 과거 사건의 피해자들에게 피해금을 변제한 것으로, 아프리카 사업과는 무관한 것도 파악했다. 검찰은 A씨가 B씨로부터 받은 투자금 전액을 자신의 생활비와 기존 채무 변제 등으로 소비했다고 판단했다.

검찰은 영국 투자회사 측과 주고받은 이메일을 근거로 실제 사업을 추진했다는 A씨의 주장에 대해서도 신빙성이 없다고 결론을 내렸다. 이메일에서 회사 이름을 다르게 기재(오기)한 내용을 발견했고, 해당 회사의 존재를 확인할 만한 객관적 자료도 없다고 봤기 때문이다. 이를 바탕으로 검찰은 사업에 투입된 자금 없이 얼마든지 허위로 만들어낼 수 있는 이메일 외에는 추진 사업의 실체를 확인할 수 있는 자료가 전무하다고 판단하고, A씨를 재판에 넘겼다.

이 사건을 담당한 남정하 의정부지검 고양지청 검사(변호사시험 10회)는 헤럴드경제에 “경찰에서 혐의가 없다고 판단해 불송치했던 사건을 직접 수사를 통해 혐의를 규명하면서 기소까지 이르게 됐다”며 “이 사건은 특이하거나 특별한 사건이 아니다. 전국 검찰청 검사실에서는 비슷한 사건들을 매일 마주하고 있다”고 했다. 남 검사는 “검찰의 보완수사가 사회적으로 이목이 쏠린 사건에서 이뤄지는 예외적인 것으로 오해가 되는 점이 안타깝다”며 “억울한 피해자가 있는 민생 사건의 암장을 막기 위해선 법률가 시각에서의 수사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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