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이블코인, 달러 유동성 질서의 재편 [크립토 인사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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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스테이블코인 정책은 달러 유동성의 발행, 보관, 상환, 감독 규칙을 정하는 작업으로 전개되고 있다. 지니어스법(GENIUS Act)은 그 출발점이다. 이 법은 지급형 스테이블코인 발행 주체를 한정하고 1대1 준비자산, 상환정책 공시, 월별 준비자산 공개, 준비자산 재사용 제한, 외부 회계법인 검증과 경영진 인증, 자금세탁방지와 제재 준수, 적법한 명령 집행 역량까지 포함한다. 준비자산의 토큰화된 형태도 허용하며 파산 시 준비자산의 별도 보호와 보유자 우선순위도 규정했다. 스테이블코인은 거래소 내부 유동성 수단을 넘어 달러 체계의 한 층위로 편입되고 있다.

미국 통화감독청 규정안은 이 법적 틀을 운영 규칙으로 바꾼다. 신규 발행자에게는 원칙적으로 36개월 동안 최소 500만달러의 자본금 하한을 적용하고, 사업모델과 위험구조에 맞춘 개별 최소자본을 함께 요구한다. 여기에 12개월 총비용에 해당하는 운영 백스톱 자산이 더해진다. 준비자산은 상시 식별 가능해야 하고 다른 자산과 분리 보관되어야 하며, 총 공정가치는 발행 잔액 이상을 유지해야 한다. 유동성 기준도 구체적이다. 하루 유동성 10%, 5영업일 내 유동성 30%, 단일 기관 집중도 제한, 가중평균 만기 20일 기준까지 제시된다. 월말 준비자산 구성은 외부 회계법인 검증과 함께 공개되고, 최고경영자와 최고재무책임자의 인증도 필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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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 규율도 중요하다. 통화감독청 규정안은 준비자산과 지급형 스테이블코인, 개인키 수탁을 감독 범위에 넣고 안전한 개인키 관리, 백업과 복구, 내부통제, 정보보안, 정보시스템, 내부감사, 서비스 제공자 관리, 무단 접근 발생 시 고객과 감독당국 통지까지 요구한다. 또한 원칙적으로 12개월마다 종합검사를 실시하고 필요시 원격검사도 가능하게 했다. 공시 양식에는 토큰화된 준비자산이 별도 항목으로 들어가며 후반부 질의사항에서는 상호운용성, 크로스체인 브리지, 자동 공시, 전자서명 기반 위조토큰 방지까지 검토 대상으로 제시된다. 기술 구조와 감독 구조를 한 몸처럼 묶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재무부 규정안은 이 질서를 주 규제까지 확장한다. 주 단위 규제도 준비자산, 상환, 자본, 유동성, 운영 백스톱, 리스크관리 등 핵심 체계가 연방 틀과 실질적으로 유사한 수준에 도달해야 한다는 원칙을 세웠기 때문이다. 자본은 보통주자본과 추가 기본자본을 요구하고, 운영 백스톱은 연방 기준 이상을 유지해야 한다. 유동성과 분산, 금리위험 관리도 연방 기준과 같은 수준의 결과를 내야 한다고 명시한다. 복수의 발행 체계를 열어두지만 실질 기준은 연방 수준으로 수렴한다. 발행 주체는 다양해져도 달러 기반 디지털 유동성이 움직이는 기준선은 분산되지 않도록 설계했다는 뜻이다.

변화의 방향은 선명하다. 스테이블코인을 둘러싼 논의의 중심이 거래소와 투자자에서 은행, 지급, 기업 재무, 회계, 수탁, 규제 준수로 옮겨갔다. 미국이 제도화하고 있는 것은 달러가 디지털 환경에서 발행·이동·상환되는 방식 전체다. 지니어스법과 통화감독청·재무부 규정 정비는 스테이블코인을 결제 수단의 도입 차원에 묶어두지 않고, 달러 유동성의 작동 규칙을 연방 감독 질서 안에서 다시 쓰고 있다. 그 흐름은 디지털 시대 달러 패권의 지지 기반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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