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추적 꿈에도 모르고’ 34억 수표 가로챈 피싱조직 일망타진…9억원 압수 [세상&]

피해자 “아내 사망보험금 등 피같은 돈 잃을뻔”

지난 3월 서울 강동경찰서 소속 경찰관들이 보이스피싱 수거책 1명을 검거하는 모습. [서울 강동경찰서 제공]


[헤럴드경제=이영기 기자] 경찰의 추적을 모른 채 피해자의 돈을 가로채려고 했던 보이스피싱 조직이 일망타진됐다. 경찰은 피해자에게 수표를 받으려던 조직원을 현장 검거한 후 연결된 조직원들까지 검거했다. 또 범죄 수익 8억7000만원을 압수해 피해자들에게 돌려줬다.

서울 강동경찰서는 통신사기피해환급법 위반 등 혐의를 받는 보이스피싱 수거책과 전달책 등 7명을 검거하고 이 중 3명을 검찰에 구속 송치했다고 15일 밝혔다.

이들은 지난달 6일부터 31일까지 검찰과 금감원 직원 등을 사칭하며 범죄를 벌여왔다. 일당은 “계좌가 범죄에 연루된 정황이 발견됐다”며 피해자들에게 접근했다. 범행 기간 동안 피해자 10명에게 34억6700만원 상당의 수표를 가로챘다.

지난 3월 서울 강동경찰서 소속 경찰관들이 보이스피싱 수거책 1명의 뒤를 몰래 쫓고 있다. [서울 강동경찰서 제공]


이들은 텔레그램 등으로 윗선의 지시를 받고 “금융감독원에 예탁해야 하니 계좌의 현금을 모두 인출해 수표로 바꾸라”고 피해자들을 속인 것으로 조사됐다. 한 피해자는 ‘고수익 보장’을 내세운 주식 투자 사기에 속아 17억원의 수표를 전달했다.

경찰은 지난달 12일 ‘피싱범에게 1억5000만원의 수표를 건넸다’는 신고를 받고 인근 폐쇄회로(CC)TV 영상을 추적해 이튿날 수거책 1명을 검거한 것을 시작으로 수사를 확대했다.

경찰은 일당으로부터 모두 8억7000만원의 수표를 압수하고 피해자 3명에게 돌려줬다. 이들 모두 경찰의 연락을 받고 나서야 보이스피싱에 속은 사실을 알아챘다.

피해금 20억원 중 5억원을 돌려받은 이모씨는 “‘비공개 수사를 하고 있으니 가족에게도 말하지 말라’고 해서 속을 수밖에 없었다”며 “퇴직금과 아내의 사망보험금을 포함해 피 같은 돈을 잃을 뻔했다”고 말했다.

경찰 관계자는 “전화로 수사·공공기관 등을 사칭해 계좌를 점검한다는 명목으로 현금 인출을 요구하는 것은 100% 사기”라며 각별한 주의를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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