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최고치 찍었다…온실가스에 갇힌 대한민국 [세상&]

지난해 이산화탄소 배경농도 3.2ppm 상승
아산화질소 등 주요 온실가스 농도 지속 증가


강현석 국립기상과학원장이 28일 오후 기상청 국립기상과학원 정책 브리핑에서 발언하고 있다. [기상청 제공]


[헤럴드경제(제주)=전새날 기자] 우리나라 대기 중 이산화탄소(CO₂) 농도가 또다시 최고치를 경신했다. 주요 온실가스 농도가 지속 증가하는 등 기후 대응의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이산화탄소 배경농도 관측이래 최고치 기록


기상청은 28일 오후 제주 국립기상과학원에서 브리핑을 열고 ‘2025 지구대기감시보고서’에 기반한 관측 결과를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이산화탄소 배경농도는 432.7ppm으로 관측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전지구 평균(425.6ppm)보다 7.1ppm 높은 수치다. ppm은 대기 100만 개 분자 중 이산화탄소가 차지하는 비율을 뜻한다.

증가 속도도 가팔랐다. 전년 대비 상승 폭(3.2ppm)은 최근 10년 사이 두 번째로 크다. 1999년부터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랜 기간 관측해 온 안면도 관측 결과에 따르면 이산화탄소 배경농도는 2000년 이후 연평균 2.5ppm씩 높아졌다. 최근 10년간은 해마다 평균 2.6ppm씩 높아졌다.

특히 우리나라 이산화탄소 농도는 전지구 평균보다 약간 높은 수준에서 증가 추세를 보인다. 전지구 평균 증가 속도는 2000년 이후 연 2.3ppm, 최근 10년 연 2.6ppm이다.

연도별 이산화탄소 배경농도 추이 그래프. 파란색이 우리나라 평균, 검은색이 전지구 평균치다. [기상청 제공]


이산화탄소 외 다른 온실가스도 전반적으로 증가세를 보였다. 아산화질소(N₂O)와 육불화황(SF)은 모두 관측 이래 최고치를 경신했고 전지구 평균보다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온실가스 증가세는 다양한 관측에서도 일관되게 확인되고 있다. 김상백 국립기상과학원 지구대기감시연구과장은 “지상 관측값과 위성 관측값의 계절 변동 패턴이 거의 동일하게 나타났다”며 “서로 다른 방식의 관측 결과가 일치한다는 점에서 신뢰도가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메탄 증가 속도 둔화·염화불화탄소는 감소세


김상백 지구대기감시연구과장이 28일 오후 기상청 국립기상과학원 정책 브리핑에서 발언하고 있다. [기상청 제공]


다만 메탄(CH₄)은 최근 들어 증가 속도가 둔화하는 모습이 확인됐다. 지난해 우리나라 메탄 배경농도(2023ppb)는 전년 대비 2ppb 증가해 최근 10년(2015~2024년) 평균 증가율인 연 10ppb보다 증가 속도가 늦춰진 것으로 나타났다. 전지구 평균 역시 둔화했다.

김 과장은 “메탄은 대기 중 수명이 10여 년으로 이산화탄소보다 짧다”며 “감축 정책 효과가 상대적으로 빠르게 나타날 수 있는 특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온실가스이자 성층권오존 파괴 물질인 염화불화탄소(CFCs)는 뚜렷한 감소세를 이어갔다. 전지구적으로 염화불화탄소 농도는 1993년도 정점 대비 20% 수준으로 감소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전년 대비 4.8% 감소했다.

이는 1989년 발효된 몬트리올 의정서에 따라 각국이 단계적인 규제에 나선 효과로 분석된다. 앞서 1980~1990년대 남극 성층권 오존 구멍에 대한 국제적 우려가 제기되면서 국제사회는 환경 협약을 맺고 염화불화탄소 배출을 제한하기 시작했다.

안면도와 전지구의 염화불화탄소류(CFCs) 배경농도가 감소추세에 접어든 모습. 1989년 몬트리올 의정서 이후 전 세계의 단계적인 규제에 따른 효과로 해석된다. [기상청 제공]


우리나라 온실가스 농도가 전지구 평균보다 높은 배경을 두고 국립기상과학원은 다양한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했다. 김 과장은 “이산화탄소는 배출 이후 대기 중에서 섞이는 데 수개월이 걸리고 수명도 100년 이상 지속된다”며 “특정 국가의 배출만으로 농도를 설명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우리나라가 위치한 동아시아 대기 흐름의 영향은 온실가스 농도에 중요한 변수로 꼽힌다. 중국 등 주변 나라에서 유입되는 대기와 혼합되면서 상대적으로 높은 농도가 나타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온실가스 농도 증가 속도가 지금처럼 유지된다면 2050년 우리나라 이산화탄소 농도는 약 499ppm 수준에 이를 수 있다는 전망도 제시됐다.

김 과장은 “2000년 이후 우리나라 연평균 기온이 약 1.3도 상승했다”며 “온실가스 농도 증가와 기온 상승이 동시에 나타나는 추세를 확인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다만 탄소중립 정책 이행 여부에 따라 실제 결과는 크게 달라질 수 있다”고 부연했다.

강현석 국립기상과학원장은 “우리나라 온실가스의 입체적 현황이 과학적으로 확인되고 있는 만큼 기상청은 신속하고 정확한 지구대기감시정보를 제공할 것”이라며 “특히 기후변화 원인 물질의 기원 추적·영향·효과 분석 등에 대한 역량을 한층 강화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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