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차단 속 가족엔 침묵 강요
시신 인계 거부 사례도…고문 의혹 제기
“전쟁 혼란 틈타 반정부 인사 제거” 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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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란에 대한 미국의 공격을 반대하는 시위자가 7일(현지시간) 백악관 앞에서 이란 깃발을 들고 시위하고 있다. [로이터] |
[헤럴드경제=서지연 기자] 이란이 미국·이스라엘과의 전쟁 혼란 속에서 수감자들을 비밀리에 처형하고 있다는 인권단체들의 주장이 제기됐다. 인터넷 차단으로 외부와의 소통이 어려워진 가운데, 유족들은 사형 집행 사실조차 뒤늦게 통보받거나 침묵을 강요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7일(현지시간) 가디언에 따르면 노르웨이에 본부를 둔 인권단체 이란인권(IHRNGO)은 이란에서 지난 3월 이후 최소 24명이 처형됐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6명은 단 이틀 동안 사형이 집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인권단체들은 최근 사형 집행 급증이 지난 1월 대규모 반정부 시위에 연루돼 사형 선고를 받을 가능성이 있는 수백 명의 수감자와, 전쟁 중 간첩 혐의로 체포된 이들의 신변에 대한 우려를 키우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란은 두 달 넘게 인터넷 접속을 제한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이란 내부와의 소통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지만, 일부 수감자 가족과 활동가들은 암호화 채널이나 위성 인터넷을 통해 외부에 상황을 알리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3월 처형된 10대 레슬링 선수 살레 모하마디의 가족은 가디언에 보낸 메시지에서 “형이 처형된 뒤 정부 지지자들이 집 앞에 반복적으로 모여 구호를 외치고 괴롭힘을 이어가고 있다”며 “가족들은 심각한 심리적 트라우마를 겪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매일 밤 악몽에 시달린다”고 호소했다.
유엔 이란 인권 특별보고관 보고서에 따르면 이란은 지난해 최소 1600명을 처형한 것으로 추정된다. 대부분은 마약이나 살인 혐의였지만, 인권단체들은 당국이 전쟁을 틈타 정부 비판 세력을 제거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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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란 반정부 시위 현장. [AP] |
최근 처형된 인물 중에는 지난 2022년 ‘여성, 생명, 자유’ 시위 당시 체포된 쿠르드족 시위자 메흐랍 압둘라자데도 포함됐다. 또 다른 쿠르드족 남성 나세르 바케르자데와 신체 장애가 있는 야구브 카림푸르도 이스라엘을 위한 간첩 혐의로 처형된 것으로 전해졌다.
프랑스에 본부를 둔 쿠르디스탄 인권 네트워크(KHRN)에 따르면 이들 중 일부는 처형 전 고문을 당했고 가족에 대한 협박도 받았다고 주장했다. 압둘라자데는 사형 집행 전 음성 메시지에서 “그들은 나를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고문하고 있다”며 자백을 강요받았다고 밝혔다.
KHRN 측은 당국이 일부 시신을 가족에게 인계하지 않고 알 수 없는 장소로 옮겼다고 비판했다. 레빈 라흐마니 KHRN 이사회 멤버는 “가족들이 교도소에 가도 시신을 넘겨받지 못하고 있다”며 “이는 비인도적인 행위”라고 말했다.
이란 북동부 마슈하드에서도 1월 시위와 관련해 체포된 시위대 3명이 알려지지 않은 장소에서 교수형에 처해졌다는 주장이 나왔다. 현지 소식통은 유족들이 사형 전후로 침묵을 강요받았으며, 최소한 시신이라도 수습하기 위해 압박에 응하고 있다고 전했다.
마흐무드 아미리-모가담 IHRNGO 대표는 “많은 구금자들이 자백을 강요받기 위해 신체적·정신적 고문을 당했다”며 “수백 명이 사형에 처할 수 있는 혐의로 기소될 수 있다는 점을 깊이 우려한다”고 말했다.
그는 “전쟁으로 정권의 인권 침해와 사형 집행이 가려졌다”며 “당국은 이런 상황을 악용해 자신들이 존재적 위협으로 보는 주민들에 대한 탄압을 강화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