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현지생산 늘고 중동 수출 감소
中 저가 전기차 공세에 인센티브 부담 확대
한국산 車 경쟁력 시험대
국내 생산 캐파 유지가 핵심 과제
“한국판 IRA 지원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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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월 27일 오후 경기 평택시 평택항에 수출을 앞둔 차량이 세워져 있는 모습. 평택=이상섭 기자 |
[헤럴드경제=정경수 기자] 현대자동차·기아의 수출 물량이 3년 연속 감소세를 보이면서 한국 자동차 산업의 생산 경쟁력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미국 현지 생산 확대와 중동 지역 지정학 리스크 등 외부 변수 영향이 컸지만, 중국 자동차 업체들의 공격적인 글로벌 수출 확대가 본격화하면서 한국산 자동차의 입지가 흔들릴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18일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에 따르면 현대차·기아의 올해 1~4월 수출 물량은 총 73만5758대로 집계됐다. 2023년 76만6196대로 정점을 찍은 뒤 2024년 75만4267대, 지난해 73만8544대에 이어 3년 연속 내리막 곡선을 그렸다.
현대차·기아 수출 물량은 2020년 49만242대 수준에서 2021~2022년 60만대 수준으로 올라선 뒤 2023년에는 76만대를 돌파하며 빠르게 증가했지만 최근 들어 정체 국면에 진입했다는 평가다.
한국 완성차 수출에서 현대차·기아가 차지하는 비중도 낮아지고 있다. 현대차·기아 비중은 2021년 84.9%까지 올랐지만 올해 들어서는 78.1% 수준으로 떨어졌다. 현대차그룹 수출 물량이 감소한 반면 한국 완성차 전체 수출은 증가한 영향이다. 올해 1~4월 한국 완성차 전체 수출은 94만2208대로 전년 동기 대비 2.3% 늘었다. 제너럴모터스(GM) 한국사업장과 KG모빌리티 등의 수출 확대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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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현대차·기아가 미국 관세 이슈 대응을 위해 현지 생산을 확대하고 있는 데다, 중동 지역 지정학 리스크가 겹치며 일부 지역 수출이 감소한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기아의 경우 올해 1~4월 캐나다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61.9%, 멕시코는 79.7% 증가했지만 미국은 10.3%, 중동·아프리카는 30.3% 감소했다. 현대차 역시 러시아·CIS와 중동 지역 물량 감소 영향이 컸다.
현대차는 올 하반기부터 미국 메타플랜트(HMGMA)에서 기아 스포티지 하이브리드 생산을 시작한다.인도 생산능력 확대도 추진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 ‘현지 생산-현지 판매’ 체제가 강화되면서 한국 공장의 수출 역할이 일부 축소되는 구조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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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년 7월 31일 오전 경기도 평택항 내 자동차 전용부두에 선적을 기다리는 수출용 차량이 세워져 있다. 평택=임세준 기자 |
업계가 가장 우려하는 부분은 중국 자동차 업체들의 급격한 수출 확대다. 중국 업체들은 내수 부진을 해외 시장 판매 확대로 만회하며 글로벌 시장 점유율을 빠르게 끌어올리고 있다. 중국승용차협회(CPCA)에 따르면 중국의 올해 4월 승용차 수출은 전년 동월 대비 80.7% 증가했다.
특히 4월에는 중국의 전기차·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 등 친환경차(NEV) 수출 비중이 처음으로 내연기관차를 넘어섰다. 중국 업체들은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중동·남미·동남아 시장을 빠르게 잠식하고 있다. 현대차·기아가 강세를 보였던 신흥시장에서도 중국산 전기차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공세가 거세지고 있다.
이항구 한국자동차연구원 연구위원은 “중국 업체들이 수출 물량을 공격적으로 밀어내면서 글로벌 시장 경쟁이 더 치열해지고 있다”며 “장기적으로 한국에서 생산해 수출하는 구조가 가격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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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월 27일 오후 경기 평택시 평택항에 수출을 앞둔 차량이 세워져 있는 모습. 평택=이상섭 기자 |
국내 생산 기반 약화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국내 시장에서도 BYD 등 중국 브랜드 진출이 본격화되는 가운데 국내 생산기지가 경쟁력을 유지하려면 안정적인 수출 성과가 뒷받침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수출 둔화가 장기화될 경우 국내 생산 물량 감소와 생산기지 매력도 저하, 나아가 일자리 축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 현대차의 올해 1분기 국내 생산량은 전년 동기 대비 3.3% 감소했다. 올해 4월까지 내수 판매량이 8.9% 줄어든 것이 영향을 미쳤다.
특히 현대차 울산 1·4공장 라인은 전동화 전환을 위한 설비 개선 과정에서 생산 조정이 진행되고 있다. 내년께 철거된 후 재건축에 들어간다. 국내 생산능력이 줄어들 수 밖에 없는 구조다. 업계에서는 향후 전기차 전환과 글로벌 공급망 재편이 동시에 이뤄지는 과정에서 국내 공장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한 정책 지원 필요성이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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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차 울산공장 직원들이 차량을 조립중이다. [현대차 제공] |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국내생산촉진세제’ 도입 필요성도 다시 거론된다. 국내생산촉진세제는 기업이 국내에서 재화를 생산하기 위해 투자한 비용에 비례해 세제 혜택을 제공하는 제도로, 일명 ‘한국판 IRA(인플레이션감축법)’로 불린다. 이재명 대통령도 대선 후보 시절 관련 공약을 내놓은 바 있다.
조철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현지 생산 확대 자체가 반드시 국내 수출 감소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장기적으로는 국내 생산 캐파를 얼마나 유지·확대할 수 있느냐가 핵심”이라며 “국내 생산 투자가 유리하다는 신호를 줄 수 있는 세제와 정책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