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릭터를 위해 끊임없이 연구하는 그녀, ‘어떤살인’ 신현빈


영화‘어떤 살인(감독 안용훈)’에서 성폭력 피해자 ‘지은’역할로 ‘지은’이가 되기 위해 모든 것을 쏟아 부은 배우가 있다. 그는 지은이의 마음을 이해하고 지은이의 아픔과 외로움을 느끼기 위해 캐릭터를 공부하고 분석하고 또 연구했다. 캐릭터와 온전히 한 몸이 될 수 있는 배우, 바로 충무로 신예 ‘신현빈’이다.

영화에서 수동적이고 소심했던 지은이의 모습과 달리, 실제 만나본 배우 신현빈은 웃음이 많고 할 말은 해야 하는 활발한 성격의 소유자였다. 인터뷰 내내 웃음이 떠나질 않았던 그와 만나 영화 전반에 관련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영화 ‘어떤 살인’은 언어장애가 있지만 게임 디자이너의 꿈을 향해 살고 있는 20대 여성 ‘지은(신현빈 분)’을 중심으로 ‘지은’이 어느 날 집으로 향하던 골목길에서 성폭행을 당하면서 일어나는 일을 그린 작품이다.

“박형사와 다투는 신이었어요. 감독님께서는 오감을 동원해서 피비린내 나는 느낌을 최대한 살려줬으면 좋겠다고 하셨어요. 그런데 준비하면서 어느 순간 너무 역겨운 느낌이 실제로 나는 거에요. 일주일 동안은 밥도 제대로 못 먹을 정도였죠.”

이번 영화는 신현빈에게 감정적으로나 육체적으로나 힘들었던 작품일 것이다. 영화의 소재부터 캐릭터의 성격까지 고려한다면 무거운 감정이 끊기지 않고 이어져야 하기 때문이다. 유지해야하는 감정선 때문에 잠도 못잘 것이라 생각했던 그는 오히려 감정 유지에 필요한 에너지로 인해 숙면을 취할 수 있었단다.

“촬영기간은 한 달 반에서 두 달 정도였어요. 촬영 기간 중 여느 때처럼 친구랑 영화보고 밥 먹었는데 친구가 ‘되게 힘든가 보다’라고 말하더라고요. 표정이 가라앉았다고. 정작 내 마음은 괜찮았는데…촬영할 때 외롭다고 느낀 적은 있어요. 영화 속 제 편이라곤 소이언니 밖에 없었고 소이언니 말고는 다 제 적이잖아요. 그래서 그런지 다들 저를 챙겨줘도 묘하게 혼자라는 기분이 들었어요.”


캐릭터에 온전히 몰입했기 때문일까. 촬영 중 그는 행복할 때도 주위에서 힘들어 보인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고 한다. 영화 속 지은이는 어둡고 슬픔을 간직한 인물인데 신현빈은 캐릭터에 완전히 사로 잡혀 있었던 듯하다. 외로움까지 느꼈다는 것을 보면.

“성폭행을 당하는 장면을 찍을 당시, 누군가에게 일어날 수 있는 일이지만 저에게는 없는 경험을 표현하느라 그 점이 힘들었어요. 오히려 남자 분들이 더 고생하셨죠. 그 분들은 먼저 연습도 많이 하고.. 거친 연기이기 때문에 저와 상의도 많이 했어요. 연습 때 그분들이 제 팔을 잡는 데도 “잡아 볼게요”라며 친절하고 구체적으로 합을 맞췄어요. 찍는 순간에는 힘들긴 했어요.“

지은이가 남자들로부터 성폭행을 당하는 신은 영화에서 중요한 장면이다. 지은이가 전혀 다른 삶을 살게 되는 시발점이기 때문이다. 이 신은 신현빈에게도 쉽지 않은 장면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자기보다는 가해자 역을 맡은 남자 분들이 더 고생하셨다면서 촬영현장을 설명했다.


“지은이의 캐릭터를 잡을 때 감독님의 조언을 많이 참고했어요. 감독님이 볼 것도 많이 알려주셔서 영화를 꽤나 많이 봤어요. 말도 더듬고 안 좋은 일도 많이 겪는 캐릭터가 많이 없었으므로 편하게 하라고 조언해 주셨는데..그래서 더 연기하기 까다로웠던 것도 있는 것 같아요. 이런 캐릭터가 전례에 있었다면 연기하기 조금 더 수월 했을텐데…”

신현빈은 캐릭터를 잡기 위해 공부를 많이 했다. 비슷한 종류의 영화를 분석하고 언어 장애 연기를 위해 전문 서적을 찾아 읽었다. 특히 언어 장애에 관련하여 여러 유형의 장애가 있다는 것을 알아내 감독님과 어느 정도의 장애 수준을 연기해야하는지 분석하고 연습했다. 그는 이번 캐릭터 표현에 엄청난 노력을 한 것 같았다.

“소이(자겸 역)언니의 연기, 감정이 저에게 많은 도움이 됐어요. 제가 극중에서 이렇게 까지 지은이를 생각해주는 사람을 잡을 수 없는 사람이었다는게 마음 아팠죠. 언니와 친분이 있어서 그런지 촬영할 때에 말을 많이 하지 않고 서로의 눈빛만 봐도 어떤 이야기를 하려고 하는지 알 수 있었어요. 소이언니에게 의지도 많이 됐었구요.”

지은이의 힘듦을 덜어준 배우라고 하면 바로 윤소이일 것이다. 신현빈은 영화 촬영을 할 때 윤소이에게 많은 의지가 됐다고 했다. 극중 오롯이 지은이만을 생각해주는 역할은 여형사 ‘자겸’ 역을 맡은 윤소이이기 때문이다. 지은이와 자겸의 연기 밸런스는 영화를 이끌어 가는데 중요한 요소였을 것이다.

신현빈은 아직 보여줄 것이 많은 배우다. 아직 못해본 역할이 많아 앞으로 어떤 역을 맡을지 기대가 된다고 말하는 그의 눈빛에서 자신감과 당참이 보였다. 어떤 역이든 소화할 준비가 돼있는 흰 도화지 같은 배우. 그의 당찬 행보가 기대된다.
주희선 이슈팀기자 /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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