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터뷰]손호준 “이미지 변신? 아직 노리고 배역 맡을 때 아냐”

많은 대중이 손호준에 대해 ‘응답하라 1994(이하 응사)’ 속 해태의 유쾌한 모습을 기억 속에 저장해놨다. 2006년부터 연기를 해오고 있는 손호준이지만 해태 캐릭터가 많은 사랑을 받았기 때문. 이에 손호준을 응사 이전과 이후로 연기행보를 나눠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비밀’은 손호준이 가지고 있는 밝은 이미지를 싹 걷어냈다. 그래서 ‘비밀’ 속 손호준의 연기가 더 큰 울림과 앞으로의 가능성을 환하게 비춘다.

‘비밀’은 만나서는 안 될 살인자의 딸, 그녀를 키운 형사 그리고 비밀을 쥐고 나타난 의문의 남자 세 사람이 10년 뒤 재회하며 벌어지는 미스터리 드라마다. 손호준은 극중 싸우다가 국도변에 내려놓은 약혼자 유신(공예지)이 살해되자 10년 동안 마음의 짐을 살아가고 있는 남자 철웅 역을 맡았다. 손호준은 생기를 잃은 눈빛, 당당히 펴질 일 없는 어깨, 구부정한 등, 마치 내려놓을 수 없는 십자가를 지고 언덕을 올라가는 남철웅을 섬세하게 그려냈다. 생각도, 고민도, 많아 보일 법한 캐릭터다.

“남철웅에 대해서 많이 알고 싶었어요. 제가 경험해보지 못한 감정이라서 스스로를 이해 시키고 납득하기 위해서 감독님과 이야기를 많이 했어요. 감독님이 두 분인데 여자 감독님께서는 감성적인 부분을 다뤄주셨고, 남자 감독님은 큰 그림을 잡아주셨어요.”

손호준은 ‘비밀’ 시나리오가 재미있었고, 읽을 수록 결말이 궁금해졌다고 털어놨다. 또 결말을 다 보고 난 후에는 많은 것들을 생각하게 만들었던 의미 있는 작품이라고. 또 그 어느 때보다 집중하기 위해 작품 속에서 거리를 둬야 하는 김유정과 대화도 최소화 시켰다. 이런 아픔과 상처로 가득한 캐릭터를 연기 하다보면 배우도 함께 지쳐버릴 경우가 많지만 손호준은 자신과 캐릭터를 분리한다.

“제가 살면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의리, 예의, 믿음입니다. 믿음은 친구, 연인, 등 모든 관계에서 중요하거든요. 연기할 때도 믿음이 중요한 것 같아요. 그 상황을 최대한 믿을 수 있는 상황을 만드는거죠. 그래서 아역 배우들 볼 때 감탄할 때가 많아요. 엄마가 아프다고 믿어버리고 펑펑 울어버릴 수 있는 그 순수한 믿음을요. 연기할 때 저도 그렇게 많이 새기려고 해요.”

철웅은 유신이 죽은 후 10년 동안 단 한 순간도 잊지 않고 괴로워한다. 자신의 잘못으로 유신이 살해 당했다는 사실을 떨쳐버리지 못하고 스스로 용서하지 못한다. 이건 사랑일까. 죄의식일까.

“그 부분에 대해 생각을 진짜 많이 했어요. 유신이를 사랑한걸까. 내 잘못으로 인해 유신이 죽게 됐는데 그에 따른 죄책감, 그리고 죄책감을 떨쳐버리기 위해 복수를 하는 것인가 등 많이 생각하게 되더라고요. 철웅이라는 친구가 유신이가 만약 본인과 관계없이 죽임을 당했다면 10년 동안 그리워하고 복수를 꿈꾸며 살아갈 수 있었을까. 그랬다면 정말 사랑일텐데요. 저는 전자보다는 후자라고 생각했어요. 사랑보다는 죄의식이 컸을 것 같아요. 자신을 용서할 수 없는게 아닐까요. 때문에 정현(김유정) 주위에서 떠나지 못하고, 자신의 마음이 가벼워지기 위해 무서운 방법을 찾은 것 같아요.”

‘응답하라 1994′에서 함께 호흡을 맞췄던 성동일과 다시 만났다. 그 때는 같은 하숙집에서 정답고 코믹하게 지지고 볶았지만 이번에는 팽팽하게 대립한다. 손호준은 성동일에 대해 확고한 믿음을 드러내며 함께하는 시간이 공부가 많이 됐다고 밝혔다.

“워낙 ‘응사’ 때부터 많이 가르쳐주셨어요. 본인이 돋보이는 방법보다는 제가 상황에서 어떻게 연기해야 더 표현이 잘되는지 조언을 잘 해주세요. 아버지라고 하는데 정말 이번 촬영을 통해 또 한 번 감사했고, 많이 배웠습니다.”

물론 아쉬운 것도 있다. 연인과의 결혼을 앞둔 평범한 한 남자, 그리고 자신의 실수로 연인을 잃고 살아가는 이유를 잃은 남자의 모습에 확연한 차이를 두고 싶었다. 하지만 촬영 여건 상 시간의 흐름대로 촬영할 수 없었단다.

“유신이를 잃고 10년 후에는 그 친구가 아픔을 가지고 살아오면서 많이 수척해진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는데 아쉬워요.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고 하잖아요. 체중감량은 물론 분위기 등을 더 확연하게 보여주고 싶었는데 그 점이 아쉽네요.”다고 하는데, 그런 변화를주지 못했다.

‘비밀’을 통해 이미지 변신을 하겠다는 생각은 없었다. 손호준은 ‘응사’ 전에도 배우였고, 지금도 똑같이 연기를 해나가고 있을 뿐이다.

“사실 그 전부터 어두운 캐리터도 많이 연기 했는데 ‘응사’ 때 보여줬던 밝은 모습을 많이 기억해주시는 것 같아요. 하하.”

아직 이미지 변신을 위한 캐릭터를 고를 생각도 없다. 우리는 배우 손호준이라고 부르지만 그는 자신을 ‘배우가 되어가는 중’이라고 겸손을 표했다. 배우가 되어가는 과정이라며 끊임없이 성장하길 스스로 바란다는 손호준의 다음 작품이 벌써 기대된다.

“배우는 제가 배우라고 생각한다고 되는게 아닌 것 같아요. 많은 분들이 저를 배우라고 인정해주셔야 비로소 진정한 배우라가 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어떤 역할을 할지 계획을 세우거나 하진 않습니다. 모두가 인정해줬을 때, 캐릭터를 배우로서 선택할텐데 지금은 그 때가 아니라고 생각해요.”

유지윤 이슈팀기자 /jiyoon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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