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BCN 뱅크가 지난 1일부터 오토론 프로그램을 폐지함으로써 가주지역 한인은행 중 오토론을 제공하는 은행은 한미은행과 태평양은행 2곳만이다.윌셔윌셔은행과의 합병작업과 그에 따른 구조조정 문제로 묻혀 있었지만 BBCN의 오토론 상품 폐지는 사실 적지 않은 의미가 있는 조치다.
한인은행의 오토론은 한때 쏠쏠한 수입원이었다. 영어에 익숙하지 않고 크레딧 점수마저 좋지 않은 한인들은 다른 금융기관의 2~3배에 달하는 높은 이자율과 비싼 다운페이먼트 규정을 감수하고 한인은행의 자동차융자를 썼다.한국어로 자동차 구매 대금을 빌릴 수 있다는 편리함이 크게 어필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세월이 흐르면서 오토론은 한인 은행들에게 ‘버리자니 아깝고 먹자니 불편한’ 닭갈비(계륵)같은 상품이 돼버렸다.
한인 고객들의 영어 실력은 향상됐고 크레딧 점수도 쌓였다. 인터넷의 발달로 보다 다양한 옵션을 검색해 선택할 수 있게 됐다. 특히 오토론 전문 온라인 뱅크의 등장과 자동차 제조업체들이 ’0% 이자율’ ‘노(No) 다운페이먼트’를 앞세워 자체적인 융자시스템을 도입한 것이 결정타였다. 오토론이 더 이상 높은 수익을 기대할 수 없는 상품이 돼버린 것이다.
오토론을 폐지한 한인 은행 관계자는 오토론 폐지가 수익성 악화에 따라 내려진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입을 모은다.현재 서비스를 유지하고 있는 한미와 태평양 은행 관계자들 조차 오토론 시장의 어려움을 인정하고 있다.
태평양 은행의 한 간부는 “오토론의 수익성이 예전에 비해 크게 떨어졌다. 오토론과 관련한 은행규정도 까다롭게 강화됐고 경쟁 기관도 너무 많다. 은행고객과 한인 소비자의 편의를 위해 다양한금융상품을 제공한다는 입장이지만 상황이 어려운 게 사실”이라고 전했다.
한미은행 관계자도 “각 자동차 회사의 자체 파이낸싱이 자리 잡으면서 수익성이 떨어졌다.한미은행 구좌에서 자동이체시 0.50% 디스카운트라는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있지만 경쟁력을 갖기가 쉽지 않다”라고 말했다.
최근 대형 자동차 딜러를 통해 차를 구입했다고 밝힌 한 한인은 “한인 은행을 통해 차를 구입해 봤는데 이자율이 일반 딜러나 타인종 은행보다 비교도 안되게 비쌌다. 딜러의 경우 이자율도 싸고 기존에 타던 차량을 트레이드 인으로 처분할 수 있는데다 다양한 무료 서비스와 선물도 받을 수 있다. 앞으로 한인은행에서 오토론을 받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한인은행 오토론의 경쟁력 부족을 지적했다.
한편 BBCN 오토론의 기존 고객은 이번 서비스 폐지에 아무런 영향을 받지 않는다. 신규고객을 받지 않을 뿐 기존 고객에 대한 업무는 대출 상환이 끝날 때까지 계속되기 때문이다. 최한승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