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정보기술(IT) 발달 덕분에 한 번 가보지도 않은 먼 곳의 주택을 온라인으로 구매해 세를 놓는 ‘노트북 집주인’이 늘고 있다고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뉴욕시에 사는 잭 크로닌(28) 씨는 미시시피주 잭슨시를 한 번도 방문하지 않았지만, 이 지역에 있는 침실 3개짜리 집을 26만5천달러(약 3억5천600만원)에 샀다.
그리고 한 번도 만난 적이 없는 세입자를 들이고 월세 2천300달러(약 309만원)를 받고 있다.
크로닌씨와 같은 노트북 집주인들은 대개 대도시권의 IT 고소득 전문직들이다. 이들은 임대용 부동산 소유를 주식이나 채권 투자와 함께 핵심 투자수단으로 보고 있다.
노트북 집주인이 늘어난 것은 이런 과정을 단순화하고 온라인으로 주택구매를 가능하게 한 기술발전 덕분이기도 하다고 WSJ은 설명했다.
예컨대 데이터 서비스 업체들이 판매 가격, 현지 범죄율·학교 현황 등 주택 구매와 관련한 자세한 정보를 제공하고, ‘루프스톡’, ‘어프리시에이트’와 같은 온라인 부동산 업체는 주택 매수 희망자와 금융업체, 현지 부동산 관리인을 연결해준다. 또 콘텐츠 게시자와 온라인 포럼은 투자 전략과 조언을 제공한다.
부동산 컨설턴트 존 번스는 “모든 것이 온라인으로 가능하다”며 “이는 ‘게임 체인저’가 됐다”고 말했다.
부동산 정보업체 코어로직에 따르면 투자 목적의 주택 구매가 전체 단독주택 매매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지난해 2월 17%에서 올 2월 28%까지 커졌다.
크로닌씨 같은 개인이나 주택을 10채 이하로 보유한 소기업이 전체 투자목적 주택 매수의 절반가량을 차지했다.
전문직들이 주로 투자하는 지역은 중저소득 임차인들이 많은 남부지역 대도시였다.
부동산 정보업체 ‘애텀 데이터 솔루션스’에 따르면 올 상반기 전체 주택 매매에서 다른 주(州) 투자자가 차지하는 비율은 노스캐롤라이나주 롤리(4.24%), 조지아주 애틀랜타(5.26%), 테네시주 멤피스(8.61%) 등 남부지역 대도시가 평균보다 훨씬 높았다.
이처럼 다른 주에 거주하는 노트북 집주인들의 매매가 늘고 임대료도 상승하면서 해당 지역에 사는 사람들의 ‘내 집 마련하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잭슨 남부 지역의 시의원 에런 뱅크스는 투자 목적의 주택 매수 증가로 임대료가 올라 “사람들이 평생 세입자에 머물게 되는 악순환에 갇히게 된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투자 목적 주택구매로 세입자들이 학군이 좋고 안전한 지역에 접근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는 반론도 있다.
이미 기존 주택의 가격이 뛰어올랐고 매물조차 많지 않아 사람들이 주택매매 시장에서 밀려나 주택을 임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어프리시에이트의 케빈 오트너 최고경영자(CEO)는 “다른 주에 있는 이런 사람들이 거주자들이 살기에 좋은 집을 제공하는 한, 그들은 또한 해당 지역사회를 위해 봉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