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티이미지뱅크] |
[헤럴드경제=박세정 기자] “음원 시장도 유튜브 천하”
음원 시장까지 결국 유튜브에 ‘먹혔다’. 유튜브뮤직이 국내 음원 시장에서 토종 멜론을 앞지르고 사상 처음으로 1위 자리를 꿰찼다. 동영상 스트리밍에 이어 뮤직까지, 국내 콘텐츠 플랫폼이 글로벌 공룡 유튜브에 장악됐다.
유튜브뮤직의 ‘파죽지세’에는 막강한 유튜브 가입자를 기반으로 한 ‘끼워팔기’가 있었다는 논란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도 이에 조사까지 나섰지만 정작 1년이 넘도록 제대로 된 조사 결과를 내놓지 않고 있다. 유튜브 ‘끼워팔기’에 손을 놓고 있는 사이, 국내 음원 시장을 집어 삼키는 유튜브의 장악력이 더욱 커질 것이라는 업계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유튜브뮤직의 월간이용자수(MAU)는 650만명으로 멜론(624만명)을 앞질렀다. 모바일인덱스 통계 기준, MAU에서 유튜브가 멜론을 앞지른 것은 지난 2018년 유튜브뮤직이 국내 서비스를 시작한 후 사상 처음이다.
유튜브뮤직은 최근 2년 새 무서운 기세로 성장했다. 2022년 1월 408만명에 불과했던 MAU는 2년 만에 200만명 이상 증가했다. 같은 기간 멜론은 769만명에서 624만명으로 100만명 이상 감소하며 유튜브뮤직에 1위를 내줬다.
멜론 뿐 아니라 다른 토종 음원 기업들 역시 하락 추세다. 2022년 초 400만명에 육박했던 지니는 지난해 말 294만명까지 MAU가 쪼그라들었다. 플로도 271만명에서 202만명으로 MAU가 줄었다.
업계에선 유튜브뮤직 이용자 대부분이 유튜브 프리미엄 가입자로 추정하고 있다. 유튜브는 유튜브 프리미엄 가입자에게 유튜브뮤직을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유튜브 프리미엄의 구독료는 월 1만450원에서 지난해 12월 1만4900원으로 대폭 인상된 바 있다.
국내 유튜브 프리미엄의 가입자 수는 최소 600만명 수준이 될 것으로 업계는 추산하고 있다. 유튜브뮤직이 국내 시장에서 빠르게 영향력을 확장할 수 있었던 것도 막강한 가입자 기반에 무료 서비스가 더해져 가능했던 것이라는 분석이다.
[123rf] |
이 때문에 유튜브의 ‘끼워팔기’식 시장 장악은 계속해서 논란이 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도 지난 2월 유튜브의 끼워팔기 문제에 대해 현장 조사를 실시했지만 1년이 지난 지금까지 조사와 관련해 아무런 발표도 하지 않은 상태다.
음원업계에선 유튜브뮤직의 국내 장악이 현실화 된 만큼, 시장 질서를 흐트러뜨리는 끼워팔기 행위를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공정위의 ‘방임’이 계속된다면 동영상 시장에 이어 음원시장도 유튜브가 시장을 독점하는건 시간문제”라며 “이는 최근 구글이 유튜브 프리미엄 가격을 한국에서만 대폭 인상한 것처럼 소비자 피해로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토로했다.
업계 1위로 시장 영향력은 커졌지만, 정작 유튜브뮤직을 운영하는 구글은 제재의 ‘사각지대’가 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정부가 내놓은 플랫폼법(플랫폼 공정경쟁촉진법) 적용 대상에서 구글이 빗겨갈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다.
플랫폼법은 독점 지위를 가진 거대 플랫폼 기업의 횡포를 막는다는 취지로 도입이 추진되고 있다. 업계에선 연매출 1조4700억원(이용자 수 750만명 이상)이거나 4920억원(시장점유율 75% 이상) 이상인 플랫폼 기업이 규제 대상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구글코리아의 감사보고서상 2022년도 매출은 3449억원이다. 국내에서 구글은 국내 앱스토어 사업으로 거둔 소득 신고와 세금 납부를 싱가포르에 하고 있기 때문에 정작 국내 매출로 잡히는 숫자가 크지 않다. 한국재무관리학회가 작년 10월 한 세미나에서 밝힌 구글 코리아의 2022년도 실제 매출은 감사보고서상 3449억원의 최대 30배인 10조5000억원으로 추정된다. 국내 콘텐츠 플랫폼 시장에서 막대한 영향력을 끼치고 있지만 정작 규제 대상에서 빗겨가고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또다른 업계 관계자는 “시장은 구글, 유튜브 천하가 되고 있는데, 정작 규제는 국내 기업들만 받게 돼 역차별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