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예금상품위, 홍콩ELS ‘블랙박스’ 될수 있나…“금감원이 확인해야”

29일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오른쪽부터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김주현 금융위원장, 방기선 국무조정실장, 유철환 국민권익위원장, 김혁수 국무조정실 대테러센터장. [연합]

[헤럴드경제=강승연 기자] 금융감독원이 은행의 홍콩항셍중국기업지수(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판매과정을 조사하는 가운데, ELS 상품 판매과정 전반을 다루는 은행 비예금상품위원회의 활동기록이 은행의 책임 여부를 판단할 만한 중요한 단서로 주목받고 있다.

30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강훈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홍콩 ELS를 주로 판매한 은행들은 고위험 투자상품과 관련한 비예금상품위원회를 활발하게 운영하고 있었다.

A은행은 지난 한 해 동안만 비예금상품위원회를 16차례 개최했다. 홍콩 ELS 손실 우려가 제기되기 시작한 지난해 9월부터 12월까지만 해도 6차례 회의가 열렸다.

B은행은 2022~2023년 총 38차례 위원회를 열었다. 많게는 월 3회꼴로 회의가 열렸다고 한다. C은행은 평균 월 1~2회 수준으로 비예금상품위원회를 개최하고 있다.

비예금상품위원회는 2019년 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사태를 계기로 마련된 ‘은행 비예금상품 내부통제 모범규준’에 따라 설치된 은행의 비예금 금융상품 관리기구다.

2020년 제정된 이 모범규준을 보면, 은행은 비예금상품의 기획·선정·판매·사후관리 관련 사항을 협의하기 위해 비예금상품위원회를 설치해야 한다.

위원회는 비예금상품의 판매여부, 판매대상 고객군, 판매한도, 판매절차, 판매방법, 판매전략 등 상품 기획·선정 전반을 심의·결정한다. 판매실적, 민원 및 분쟁 발생 여부, 상품 평가손익 현황 등 사후관리 전반에 대한 모니터링 결과도 보고받고 심의한다.

사후관리 과정에서 고객 피해 등 중대한 사안이 발생하거나 발생할 우려가 있으면 상품의 판매한도 축소, 판매대상 변경, 판매중단, 전담대응팀 구성 등 대응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은행은 위원회 논의사항에 대해서는 최소 10년 이상 녹취나 영상, 속기·음성변환 방식의 서면 등의 방법으로 기록·유지하도록 돼있다.

이 때문에 은행의 비예금상품위원회 회의록이 홍콩 ELS 가입자들이 주장하는 불완전판매 의혹을 해소할 실마리를 제공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홍콩 ELS 사태와 관련한 은행의 의사결정 과정을 조사 중인 금감원이 이 회의록을 확보, 분석해 판매 및 사후관리 과정 전반에 문제가 없었는지 들여다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더불어 금감원이 DLF 사태 이후로 만들어진 내부통제 제도가 현장에서 제대로 지켜지고 있는지 관리·감독했어야 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강훈식 의원은 전날 정무위 전체회의에서 “금융당국의 제도 자체는 매우 촘촘하고, 은행들도 모범규준, 지침에서 갖추라고 하는 것은 다 갖추고 있지만, 금융권의 내부통제는 지극히 형식적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느낌을 금할 수 없다”며 “이번 검사를 통해 형식적 체크리스트 말고 은행이 내부통제를 실질적으로 갖출 수 있는 방안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이복현 금감원장은 “은행이 소비자 보호를 위한 실질적·실효적 장치를 갖췄는지가 검사 대상”이라며 “은행들이 제시하고 있는 절차들이 실효적 장치인지를 보겠다”고 설명했다.

한편, 금감원은 2월까지 홍콩 ELS 주요 판매사에 대한 현장점검을 마무리한 후 3월까지 제도개선 방안을 내놓을 예정이다. 금융권에서는 제도개선 방안에 ELS 은행 판매 제한 등 고강도 대책이 담길 가능성에 예의주시하고 있다.

이 원장은 전날 정무위에서 “2019년 이후 금융소비자보호법을 시행하고 영업규준, 다양한 모범규준을 운영해 왔는데, 이번 (홍콩 ELS) 검사를 통해 제대로 지켜졌는지 보겠다”며 “금소법 시행 이후 3년여 지난 시점에 금융상품을 어떻게 분류하고, 어떤 창구를 통해 판매하며, 그 과정에서 소비자들에게 어떻게 설명·대응해야 할지를 이번 기회에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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