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18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새네제이 SAP센터에서 열린 ‘엔비디아 GPU 테크놀로지 콘퍼런스 2024’ 기조연설에서 차세대 AI 반도체 ‘B200′을 소개하고 있다. 오른손에 들고 있는 것이 실제 기판에서 최초로 구동한 제품이며 왼손에 있는 것은 B200 샘플이다. [연합AFP] |
SK하이닉스 HBM3E [SK하이닉스 제공] |
[헤럴드경제=김민지 기자] 엔비디아가 차세대 그래픽처리장치(GPU) 제품을 대거 공개한 가운데, HBM(고대역폭메모리)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에게도 새로운 먹거리 시장이 대거 열렸다. AI 반도체 붐으로 올해 HBM 생산량이 2배 이상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면서 이를 둘러싼 메모리 업체들의 경쟁도 치열해질 것으로 분석된다.
엔비디아가 이번에 공개한 ‘GB200 그레이스 블랙웰’은 CPU 1개와 B200 GPU 2개를 연결한 슈퍼칩이다. CPU 36개와 GPU 72개를 ‘NV링크’라는 엔비디아의 인터페이스로 연결해서 하나의 큰 컴퓨팅 유닛을 만들었다. CPU와 GPU 등을 합침으로써 기존 H100 대비 최대 30배 연산 처리 성능이 향상됐다.
B200은 8개의 24GB(기가바이트) HBM3E가 탑재될 전망이다. H100(4개), H200(6개) 등 기존 제품보다 탑재 개수가 늘었다. HBM은 여러개의 D램을 수직으로 쌓아 올려 성능을 높인 제품으로 GPU 등 AI 반도체에 필수적으로 쓰인다.
GB200이 GPU 72개 연결한 큰 컴퓨팅 유닛이기 때문에, 제품 하나에 탑재되는 HBM3E만 576개가 될 것으로 보인다. HBM은 일반 D램보다 5배 가량 가격이 높은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꼽힌다. AI 반도체 시장의 80% 이상을 점유하고 있는 엔비디아를 사로잡는 다면 높은 수익성을 기대할 수 있는 것이다.
엔비디아가 차세대 GPU를 공개한 날 SK하이닉스는 5세대 HBM(고대역폭메모리) 제품 HBM3E의 대량 양산을 세계 최초로 시작했다고 밝혔다. 지난 1월 초기 양산을 시작하고 고객사와 함께 품질인증을 거친 후 3월 말부터 제품 공급을 시작한다. 지난해 8월 HBM3E 개발을 알린 지 7개월 만에 이룬 성과다.
SK하이닉스는 “HBM3에 이어 현존 D램 최고 성능이 구현된 HBM3E 역시 가장 먼저 고객에 공급하게 됐다”며 “HBM3E 양산도 성공적으로 진행해 AI 메모리 시장에서의 경쟁 우위를 이어 가겠다”고 밝혔다.
삼성전자 역시 엔비디아 제품 공급을 노리고 있다. 삼성은 지난달 세계 최초로 HBM3E 12단 제품 개발에 성공했다며 상반기 내 양산을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삼성은 이번 엔비디아 GTC에서 처음으로 외부에 12단 HBM3E 제품을 전시 및 공개한다.
HBM 시장은 올해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트렌드포스는 전세계 D램 시장에서 HBM이 차지하는 점유율이 지난해 8.4%에서 올해 말 20.1%까지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연간 비트그로스는 260%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가 세계 최초 개발한 HBM3E 12H D램 제품 이미지 [삼성전자 제공] |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가 HBM 생산량을 대거 늘리며 시장 확대를 이끌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올해 말까지 약 13만장의 HBM 생산에 나설 예정이다. 지난해 말 기준 4만5000장이던 생산능력과 비교하면 1년새 생산량을 2.8배 늘린다. 앞서 삼성전자는 HBM 공급 역량을 업계 최고 수준으로 유지하기 위해 지난해 대비 올해 2.5배 이상 생산능력(캐파)을 확보해 운영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SK하이닉스도 올해 말 12만~12만5000장의 HBM 생산능력을 목표로 지난해 말(4만5000장)대비 2.7배 이상 생산량을 늘린다.
마이크론 생산 능력은 지난해 말 3000장에서 올해 말 2만장으로 증가할 전망이다. 마이크론은 최근 HBM3E 대량 양산을 시작했다고 밝히며 엔비디아 H200에 탑재된다고 공개적으로 발표했다.
한편, HBM 시장은 현재까지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가 양분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지난해 HBM 시장 점유율은 SK하이닉스 53%, 삼성전자 38%, 마이크론 9%로 나타난다. 올해는 HBM3E 시장이 본격적으로 열리면서 이를 둘러싼 3사의 경쟁도 치열해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