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캘리포니아주가 패스트푸드 업계의 최저 시급을 기존 15.5달러에서 29% 올린 20달러로 공식 인상한 1일 평소 자주 찾던 동네 패스트푸드 업체를 둘러봤다.
지난해 9월 개빈 뉴섬 가주 주지사가 서명한 신속법안에 따라 미 전국 60여개 이상 매장을 운영하는 업체들이 적용 대상인 만큼 맥도날드, 피자 헛, 치폴레, 웬디스 등 누구나 알만한 패스트푸드 체인은 모두 임금 인상 대상에 포함된다. 조심스럽게 안을 둘러 보니 평소 안면이 있던 직원 중 상당수가 눈에 띠지 않았다. 대부분 해고됐다는 것이 직원들의 말이다.
칼날을 피해간 동료 직원들은 “임금이 오르는 것 자체는 나쁘다고 볼 수 없지만 지금이 적절한 시기인지 모르겠다”라며 “다음은 내 차례가 아닌가 걱정이 앞선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업주 입장에서도 해고와 관련해 할 말이 많다. LA 카운티 북부지역에 다수의 패스트 푸드 매장을 운영하고 있는 한 업주는 “이기적이라고 비난할 수도 있지만 업주 입장에서는 임금 인상에 따른 지출이 커진 만큼 직원을 해고하거나 제품 단가를 올리는 것이 해법일 수 밖에 없다”라며 “제품 가격 인상의 경우 본사와의 조율 등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우선 일부 직원을 정리해 잠재적 손실을 줄였다”고 설명했다.
패스트푸드 매장 10개를 운영한다고 가정하면 이번 임금 인상에 따라 매년 47만달러의 추가 지출이 발생한다고 한다. 해고를 최대한 자제한다고 해도 제품가격을 종류별로 5~15% 정도는 올려야 기존 수익이 유지된다는 것이다.
최근 가주의 실업률과 임금 인상폭 등을 봐도 이번 임금인상은 현실에 맞지 않는다는 생각이 든다.
올해 2월 현재 가주의 실업률은 5%를 넘기면서 전국 최고 수준에 도달했고 최저 임금 인상폭도 지난 10년간 약 2배로 타주를 크게 앞서고 있다.
실업률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임금을 올리면 신규 고용과 이직 등도 줄어들기 마련이며 업체나 업주들이 가주 지역 매장을 매각하거나 폐업 또는 타주 이전을 생각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가주정부의 분석에 따르면 가주 지역 패스트푸드 식당에서 일하는 근로자 중 약 50만명 이상은 용돈을 버는 10대가 아닌 가족을 부양하는 성인이며 현재 가주의 집값과 기타 물가를 고려할 때 시간당 20달러도 부족하다는 것이다.
1시간 20달러씩 하루 8시간을 일할 경우 한달에 약 3000달러 가량을 벌게 되는데 현재 가주에서 이 돈으로는 정상적 생활이 힘든 것이 사실이다.
경제학자들도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최저 임금이 계속 올랐지만 일자리가 줄어들지 않은 점을 지적하며 임금 인상의 정당성을 강조하고 있다.
한편 이번 임금 인상은 일반 소비자 입장에서 달갑지 않다.
제품 가격이 오르는데다 매장 직원들이 줄어들면 대기시간이 길어지고 서비스도 악화되니 좋지 않다.
업체 관계자들은 현재의 임금 인상세가 계속된다면 미래의 레스토랑 체인들은 키오스크 확대로 인력을 줄이고 조리 관련 기계 설비를 업데이트해 최소 인원만 유지하는 방향으로 전환할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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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한승/취재팀 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