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오전 6시 서울 용산구 배문중학교에 마련된 청파동제2투표소에 시민들이 투표를 하러 대기하고 있다.[이용경 기자] |
[헤럴드경제=이용경 기자] 제22대 국회의원 선거가 10일 오전 6시부터 전국에서 일제히 실시됐다. 특히 대통령실이 들어서며 정치 1번지로 부상한 서울 용산구는 한강벨트 최대 격전지인 만큼 시민들의 투표 분위기도 접전 양상을 띄었다. 아침 일찍부터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기 위해 투표소를 찾은 시민들은 “국민을 위한 정치를 해달라”고 당부했다.
이날 오전 6시 서울 용산구 배문중학교에 마련된 청파동제2투표소는 비교적 한산한 분위기 속에서 시민들의 투표가 진행됐다. 아침 시간에는 주로 노년층 유권자들이 많았다.
청파동에 거주하는 임기환(86)·윤연순(82) 부부도 이른 아침부터 투표소를 찾았다. 임씨는 “잠이 없다. 평소에도 새벽 2시~3시면 일어나기 때문에 일찍 투표하러 왔다”고 했다. 제22대 국회에 바라는 점으로는 “온 국민을 편안하게 해줄 수 있는 국회의원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투표를 마치고 나온 황모 씨(84)도 “요즘은 국회의원들이 대부분 하는 일이 없는 것 같다”며 “이번 선거에서는 지역구를 위해 열심히 일할 사람이 당선돼 지역 발전과 함께 국민들이 잘 살게 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서울 용산구 수성에 나선 권영세 국민의힘 후보와 설욕전에 나선 강태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각종 여론 조사에서 접전 양상을 보이고 있다. 여론조사 못지 않게 용산구 시민들의 투표 분위기도 선거 결과를 예상할 수 없을 만큼 치열했다.
원효동에 거주하는 60대 부부 문모·이모씨는 “권 후보를 지지한다”며 “지금껏 열심히 해왔고, 말 한마디 한마디가 거짓이 안 섞인 것 같아 앞으로도 잘해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권 후보를 지지한다고 밝힌 70대 이모씨는 “뚜껑을 열어봐야 (선거 결과를)알겠지만, 국민들이 너무 이념이나 사상으로만 투표를 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평가했다.
신모(33)씨는 “권 후보를 특별히 지지하지는 않지만, 민주당 후보를 지지할 수 없어 부득이 여당 후보에 투표했다”며 “지난 총선 때도 두 후보가 맞붙었는데, 지지율에 크게 차이가 없었던 것 같아 이번 결과가 어떻게 될지는 두고 봐야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반면 민주당 강 후보를 지지한다고 밝힌 40대 후반 허모씨는 “공약을 보면 적어도 국민의힘 권 후보보다는 낫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현역 의원인 국민의힘 권 후보는 지난 제21대 총선 당시 890표라는 간소한 차이로 민주당 강 후보를 꺾고 신승, 4선 의원이 됐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본투표를 하루 앞둔 지난 9일 오후 서울 용산역 광장에서 ‘윤석열 정권 심판론’을 강조하며 강 후보에 대한 지지를 호소했다. 특히 이 대표는 이태원 참사를 언급하며 “용산에서 선거운동을 마무리하는 이유는 이태원 참사를 포함해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방기한 정권에 반드시 책임을 묻겠다는 민주당의 의지를 보여주고자 하는 것”이라며 “국민의힘 권영세가 아니라 민주당 강태웅을 선택하는 게 바로 가장 확실하게 책임을 묻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시민들은 정치권의 극단적 대립 행태를 비판하기도 했다. 서계동에 거주하는 천용일(64)씨는 “정치인들이 사소한 것들을 가지고도 싸우는 모습들에 염증을 느껴 원래는 투표를 안 하려고 했다”며 “하지만 투표를 안 하면, 정치인들이 잘못할 때 잘했다느니 못했다느니 논할 자격이 없을 것 같아 우선 투표권을 행사하러 왔다”고 말했다.
용달업에 종사하는 이상덕(68)씨는 “지금 정치인들 하는 모습들을 보면 꼴보기도 싫다”며 다음 국회에서는 상대방의 말을 많이 들어주고, 대화와 타협을 통해 정책을 펴는 정치인이 나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 같은 서민들은 누가 되든 물가가 안정되고, 젊은 청년들 취직 잘 되는 게 최고”라며 “국민들이 안정감을 느낄 수 있도록 허구한 날 싸우지 말고, 열심히 일들 좀 했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이미 사전투표를 마쳤지만, 이날 오전 투표참관인으로서 투표 과정을 감시한 김재형(21)씨는 “경제적으로나 사회적으로나 일단 지식이 해박한 사람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효창동에 거주하는 강미혜(36)씨는 투표를 마친 뒤 ‘22대 국회의원들에게 바라는 점’을 묻는 기자의 질의에 “정당 소속과 상관 없이 지역을 생각하는 사람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시민들은 38개 정당이 난립한 ‘비례대표 투표’에 관해서는 반응이 엇갈렸다. 강씨는 “거대 양당 이외에도 소수의 의견을 낼 수 있는 정당이 많이 있다는 것은 좋은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영길(61)씨는 “비례대표 정당이 많은 것은 별로 바람직하지 않아 보인다”며 “국민을 위한다는 분명한 목적을 가지고 나와야 하는데, 이번 선거에는 본인들의 필요에 의해 출마한 비례대표가 많은 것 같다”고 지적했다.
10일 오전 7시 서울 용산구보건분소에 마련된 원효로제1동제1투표소에 시민들이 투표를 하고 있다.[이용경 기자] |
오전 8시께 원효로제1동제1투표소가 마련된 용산구보건분소에는 투표 줄이 길게 이어졌다. 간혹 투표소를 잘못 찾아온 경우도 있었다. 본투표는 사전투표와 다르게 주민등록지로 지정된 투표소에서만 투표를 할 수 있는데 착각한 것이다. 또 신분증을 놓고 투표소를 찾아 다시 집으로 돌아가는 사람들도 있었다.
원효로제1동제1투표소에서 투표한 시민들 역시 차기 국회에 대해 우려와 당부를 아끼지 않았다.
원효동에 거주하는 40대 조모씨는 “소속 정당을 위해 일하는 것이 아닌, 진정으로 이 나라를 위해 일하는 국회의원이 나오길 기대한다”고 당부했다.
오전 8시 20분께 투표소를 함께 찾은 30대 박모·권모 커플도 “민생을 위하는 국회를 만들어 달라”고 강조했다.
박씨는 “사람보다는 당을 보고 뽑은 것 같다”며 “이는 곧 인물이 없다는 말과 같은데, 이번 선거에서 당선될 국회의원은 소속 정당도 중요하겠지만 본인들의 역량을 쌓아 국민들에게 좋은 정치를 보여주는 일을 많이 만들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권씨도 “22대 국회는 민생을 챙기고 생산적 논의를 하는 국회가 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제22대 총선 당일인 10일 오전 11시 기준 전국 평균 투표율은 14.5%로, 지난 총선 대비 0.8%p 낮게 집계됐다. 대표적 경합지인 서울은 13.2%로 전국 평균보다 비교적 낮았는데, 용산의 경우 11.7%를 기록해 서울 중구(13%), 성동구(12.9%), 광진구(13.1%), 동대문구(13.2%) 등 접전 지역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저조한 투표율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