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현황판 모습. 이날 원달러 환율은 11.3원 오른 1,375.4원에 마감했다. [연합] |
[헤럴드경제=최정호 기자]원화 가치가 세계 주요 통화들과 비교해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달러 당 1400원 대 진입도 불가피하다고 전망했다.
블룸버그통신이 우리시간 지난 12일 오후 3시 55분 기준 달러 대비 주요 31개국 통화 가치의 변화를 의미하는 스팟 수익률을 비교한 결과, 원화는 지난달 29일 대비 2.04% 떨어졌다. 가장 높은 하락률이다. 러시아 루블(-1.69%), 이스라엘 셰켈(-1.54%), 브라질 헤알(-1.54%) 등이 원화의 뒤를 이었다.
금리 인상에도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는 일본 엔화 가치 하락률은 이 기간 1.26%였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최근 1,375.4원으로 17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때인 1997년, 글로벌 금융위기 시기였던 2008년, 코로나 사태가 마무리되며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본격화에 된 2022년 이후 처음이다.
이 같은 이례적인 원화 가치 하락과 관련, 전문가들은 미국 달러의 강세, 원화와 연동성이 높은 중국 위안화와 일본 엔화의 절하 압력 등을 이유로 꼽았다. 한국 경제 자체의 불안에 따른 약세는 아니라는 의미다.
우선 미국 달러는 고금리 장기화가 예상되면서 강세를 이어가고 있다. 실제 유로화·엔화 등 6개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105.6로 지난해 11월 이후 5개월 만에 최고를 기록했다. 최근 발표된 일자리와 소비자물가지수 등이 시장 전망치를 웃돌면서 기대했던 금리 인하도 물 건너갔다는 분위기가 팽배해진 까닭이다.
반면 중국 위안화와 일본 엔화의 경우 각국 정부의 엇갈린 통화 정책으로 절하 압력을 받으면서 이들과 동조 흐름이 강한 원화의 약세도 불가피한 형편이다. 블룸버그는 위험자산 기피 등에 따른 한국 증시 약세와 한국은행의 통화 완화 선호적인 입장이 환율 상승의 배경이라고 해석하기도 했다.
다만 이 같은 원화 약세가 과거와 같은 경제 불안과는 거리가 있다는게 정부와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최근 기자회견에서 과거보다 환율 상승에 따른 시장 불안이 크지 않은 이유로 “단순히 원화만 절하된 것이 아니라 글로벌 달러 강세의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과거와 달리 국민연금·서학개미 등의 해외 투자자산이 늘어 기본적으로 환율 변동으로 경제 위기가 오는 구조가 아닌 것도 있다”며 향후 환율 변동성이 과도할 경우 시장 안정화 조치를 통해 환율을 안정시킬 여력이 있다고 전했다.
한편 환율은 일시적으로 1400원을 상회할 수 있을 전망이다. 국민은행은 기술적으로 원달러 환율이 1388원에 접근할 수 있다며, 일시적으로는 1400원까지 오를 가능성도 있다고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