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영 아나운서가 스포키 입중계를 통해 LG야구 중계를 하고 있다. 입중계는 라디오처럼 화면 없이 말로 전달하는 식으로 이뤄진다. [LG유플러스 스포키 캡처] |
[헤럴드경제=고재우 기자] “으어억~ 미쳤어 홍창기.” (이수영 아나운서)
기막힌 반전이 일어났다. 티빙이 프로야구 중계권을 재판매하지 않으면서 이용자 감소를 걱정했던 LG유플러스의 스포츠 플랫폼 ‘스포키’ 이야기다.
스마트폰으로 야구를 볼 수 있는 시대. 마치 라디오처럼 듣기만 가능한 스포키를 누가 이용하느냐는 우려가 적잖았지만, 이수영 아나운서(31)와 도형국 캐스터(31)의 ‘입중계’는 스포키 이용자가 오히려 증가하는 주요 원동력이 됐다.
입중계는 편파중계의 일종이다. 일반 스포츠중계와 달리 철저히 자신이 응원하는 팀의 입장에서 경기를 바라본다. 현재 이 아나운서와 도 캐스터를 포함한 스포키 10개 팀이 진행하는 편파중계 일 평균 조회수는 ‘약 25만회’를 넘는다.
도형국(왼쪽부터) 캐스터, 이수영 아나운서. [LG유플러스 제공] |
22일 LG유플러스 본사에서 만난 이 아나운서와 도 캐스터는 입중계에 대한 애정을 여과 없이 드러냈다.
두 사람이 입중계를 시작한 건 불과 얼마 전이다. 도 캐스터가 기존에 아프리카TV, 유튜브 등에서 활동했었고, 지난해 한국시리즈부터는 이 아나운서가 투입됐다.
LG유플러스의 입중계 제안을 받기까지 힘들었다. 아프리카TV, 유튜브에서 나오는 수익은 없었다. 지난해부터 캐스터 일을 시작했던 도 캐스터는 초등부를 포함해 각종 대회 등을 누볐으나 수입이 많지 않았다.
이수영 아나운서가 스포키 입중계를 통해 LG야구 중계를 하고 있다. 입중계는 라디오처럼 화면 없이 말로 전달하는 식으로 이뤄진다. [LG유플러스 스포키 캡처] |
이 아나운서의 투입은 더 극적이었다. 그는 애초에 야구에 별 관심이 없었다. 그러다 한국시리즈에서 LG의 오랜 숙원이 풀리면서 LG는 이 아나운서의 ‘최애’가 됐다.
“한국시리즈 때 LG가 우승하니까 재밌었고, 올해 홍창기 선수가 첫 홈런을 치니 말이 안 나올 만큼 좋더라고요.” (이수영 아나운서)
스포키의 위기는 역설적이게도 이들에게 기회였다. 프로야구 이용자가 상당 부분을 차지했던 스포키에 티빙의 프로야구 중계권 재판매 불가는 청천벽력 자체였다.
이런 와중에 스포키는 입중계 10개 팀에 손을 내밀었다. 이 아나운서, 도 캐스터 등의 매력은 LG팬들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날 것’에 가까운 입담이었다.
“티빙 덕분에 입중계가 나올 수 있었습니다. 일반 스포츠중계와 입중계는 다른 점이 많은데, 편하게 방송할 수 있고, 감정 표현도 폭 넓게 할 수 있어요. 이게 뭐라고 봐주시는 시청자도 있고, 적은 돈이라도 벌 수 있으니까요.” (도형국 캐스터)
도형국 캐스터가 스포키 입중계를 통해 LG야구 중계를 하고 있다. 입중계는 라디오처럼 화면 없이 말로 전달하는 식으로 이뤄진다. [LG유플러스 스포키 캡처] |
이제 이 아나운서와 도 캐스터의 목표는 스포키와 함께 성장하는 것이다. 여기에 더해 ▷현실에 없는 나만의 팀을 직접 만들고 경쟁하는 ‘내맘대로 프로야구’ ▷매 경기마다 진행되는 ‘OX 예측 퀴즈’ ▷KBO선수와 구단들의 역대 모든 기록을 전문가 수준으로 제공하는 ‘기록실 서비스’ ▷자체 개발 및 고도화한 인공지능(AI) ‘익시(ixi)’ 기반의 ‘승부 예측 서비스’ 등도 역할을 했다.
실제로 두 사람이 포함된 입중계 10개 팀은 적잖은 성과를 가져왔다. LGU+에 따르면 현재 일평균 편파중계 조회수는 약 25만회(3월 23일~5월 22일 기준)다. 3월 일간활성이용자(DAU) 18만5000명이었으나, 4월 21만2000명까지 늘었다.
“입중계가 경력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거 같지는 않아요. 하지만 아나운서라는 간판을 달고 돈을 벌 수 있구나라는 생각에 즐겁게 일하고 있어요.” (이수영 아나운서)
“대다수 캐스터가 돈을 잘 버는 것은 아니에요. (스포키 합류는) 돈을 벌기 위한 직업이라기 보다 스포키와 함께 성장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도형국 캐스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