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AFP] |
[헤럴드경제=김영철 기자]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성 추문 입막음 돈’ 의혹 사건 재판에 대한 최후변론이 현지시간 기준 하루 앞으로 다가오면서 유죄로 판결이 나올 경우 펼쳐질 상황들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최후변론은 재판 과정에서 제시됐던 증거와 증인 진술을 토대로 검사는 피고인의 유죄를, 피고인 측 변호인은 무죄를 각각 재강조하는 자리다.
27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과 영국 BBC방송 등은 재판부가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해 유죄 판결을 내릴 경우 극심한 접전 상황인 이번 대선에서 그에게 상당한 정치적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다만 유죄 판결이 나와도 트럼프 전 대통령이 선거 활동을 중단할 가능성은 적다. 미국 헌법상 대통령 후보자들에 대한 자격요건에 전과가 있는 후보자를 막는 규정은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트럼프는 재판 내내 보석으로 풀려났다. 유죄 판결이 나와도 트럼프 전 대통령이 즉각 항소를 진행할 가능성이 높기에 그가 수갑을 찬 채로 법원을 떠날 가능성이 매우 낮고, 항소하는 동안 보석으로 자유롭게 지낼 것으로 예상된다고 BBC는 전했다.
문제는 유죄판결로 인해 향후 선거활동에서 유권자의 지지를 잃을 위험은 있다. 블룸버그와 모닝컨설트가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부동층 유권자 중 53%가 유죄 판결을 받을 경우 공화당에 투표하기를 거부한 것으로 나타났다.
로이터통신이 지난달 유권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공화당 지지자 4명 중 1명은 트럼프가 형사재판에서 유죄 판결을 받으면 투표하지 않겠다고 답했고 무당층 60%가 같은 응답을 보였다.
이에 대해 공화당의 여론조사 전문가인 휘트 에이어스는 만약 트럼프가 유죄 판결을 받는다면 공화당 지지자 4분의 1이 실제로 트럼프를 피할 지는 의문이지만, 조 바이든 대통령에겐 선거에서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봤다.
트럼프 전 대통령과 경선을 펼쳤던 비벡 라마스와미의 선거운동을 맡았던 공화당 컨설턴트 트리샤 맥라흘린은 평소 지는 것을 싫어하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성향을 고려했을 때 유죄 판결은 그에게 심리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유죄 판결로 인해 진행할 항소 또한 고려해야할 사안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항소할 경우 몇 달 또는 그 이상의 시간이 소요될 수 있기 때문이다.
맥라흘린은 “유죄 평결에 항소할 것이 거의 확실하기 때문에 더 많은 재원을 법률 비용으로 쓸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트럼프 전 대통령의 ‘성 추문 입막음 돈’ 의혹 사건 재판에 대한 최후변론은 현지시간 28일에 예정돼 있다. 이번 재판은 트럼프가 기소된 형사재판 4건 가운데 유일하게 11월 대통령 선거 전에 열리기 때문에 세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전직 성인영화 배우 스토미 대니얼스의 성관계 폭로를 막기 위해 자신의 개인 변호사이자 ‘해결사’였던 마이클 코언을 통해 13만달러(약 1억7000만원)를 지급한 뒤 해당 비용을 법률 자문비인 것처럼 위장해 회사 기록을 조작한 혐의를 받고 있다.
최후변론이 끝나면 다음 날인 29일 이번 사건을 맡은 뉴욕 맨해튼 형사법원의 후안 머천 판사가 배심원단을 상대로 직접 이번 사건의 쟁점과 적용 법률 등을 쉽게 풀어 설명해주는 배심원 ‘설시(說示·Instructions)’를 할 예정이다.
배심원 설시가 끝나면 배심원단은 그날부터 유무죄 여부를 가리기 위한 심리에 착수한다. 혐의에 대한 유죄 평결이 내려지려면 배심원단의 만장일치 결정이 필요하다.
유죄 평결이 내려지면 머천 판사는 양형 판단 후 몇 주 이내에 선고를 내려야 한다. 판사 재량에 따라 벌금형이나 보호관찰 처분, 실형 등이 선고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