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대 국회 임기가 30일 시작된 가운데 국회 관계자들이 출근하고 있다. 이번 국회는 192석의 범야권과 개헌저지선을 지켜낸 108석 국민의힘의 ‘여소야대’ 구도로 의원 300명이 4년간 입법활동을 이어간다. 임세준 기자 |
22대 국회가 30일 문을 열고 4년 임기를 시작했다.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을 비롯한 야당은 해병대 채모 상병 순직 사건과 이 사건 수사 과정에서 불거진 외압 의혹 관련 사건 등 현안 관련 특검을 곧장 추진한다는 방침이어서, 여야 대립은 더 격화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당 정책조정회의에서 “21대 국회 마지막날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해 국회 재의 투표도 할 수 없었다. 이쯤되면 막가자는 거 아닌가”라며 “민주당이 반드시 다시 관철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 원내대표는 “해병대원 특검법(채상병 특검법)도 빠르게 재추진하겠다”고 했다.
민주당은 22대 국회 ‘1호 법안’으로 민생회복지원금 관련 조치 법안과 채상병 특검법을 동시에 추진한다. 채상병 특검법의 경우 21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에서 재표결 끝에 부결됐는데, 특별검사 추천권한을 비교섭단체까지 확대하고 수사 대상은 공수처 수사에 대한 외압 의혹 관련 불법행위까지 넓히는 내용을 담아 새로 입법에 나선다.
조국혁신당도 특검법을 ‘1호 법안’으로 정했다. 조국혁신당은 이날 이른바 ‘한동훈 특검법’을 당론 1호 법안으로 채택해 단독 발의했다. 박은정 의원 대표 발의로, 조국 대표 등 소속 의원 전원이 이름을 올렸다. 한동훈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검사·장관 재직시 비위 의혹, 자녀 논문 대필 의혹 등 가족 비위 의혹 등에 대한 특검 수사 도입 근거를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22대 국회 문을 열자마자 야권이 특검 카드를 곧바로 꺼내들어 정부·여당을 압박하고 나서는 상황에서, 발의 법안 대비 법률 반영 처리율 역대 최저(35.1%)를 기록하는 등 ‘최악의 국회’라는 비판을 받았던 21대보다 22대 국회가 더 험난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정치적 내전 상태였던 21대 국회는 민주화 이후 최악의 국회라고 본다”며 “그런데 22대 국회는 21대보다 더할 것”이라고 했다. 박 평론가는 “이런 혼란한 상황을 수습하고 바꾸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할 사람이 대통령인데 변화 여지가 없다”고 지적했다. 또 “제1야당인 민주당의 경우엔 총선에서 압승을 했기 때문에 총선 민심을 고려하면 바뀔 수가 없다”며 “2년 뒤 지방선거가 있고 다시 대선이 있다는 점에서 정권을 바꾸기 위한 투쟁과 윤석열 정권 공격에 앞장설 수밖에 없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어 “제일 중요한 건 집권당인 국민의힘인데 지금 사실 대통령실의 여의도 출장소 같은 느낌을 인정할 수밖에 없잖나”라고 덧붙였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어느 국회 때보다도 극한 대치가 이어질 것 같다”며 “범야권은 대통령 탄핵 명분을 축적하는 데 집중할 것으로 본다”고 했다. 엄 소장은 “그래서 개원하자마자 특검법을 추진하는데 이것을 밀어붙이면서 사실상 국정 불능 상태로 정국을 몰아가지 않을까 싶다”고 내다봤다.
민주당은 21대 국회에서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했던 김건희 여사 관련 특검법, 방송3법 등도 22대 국회에서 다시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여당과 견해차를 좁히지 못했던 쟁점 법안들도 새로 입법을 계획하고 있어 ‘거부권 정국’이 계속될 것이란 관측이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전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지금 국회가 헌법이 부여한 권능을 제대로 인정받지 못 하고 있다”며 “22대 국회부터는 법이 정한 자료 제출 거부, 출석 기피, 위증에 대해 단 하나의 예외도 두지 말고 엄하게 처벌해 절대로 진실을 감추는 거짓말 또는 법률에 어긋나는 행위를 못 하도록 해달라”면서 고발 조치 필요성 등을 강조했다.
이 같은 언급을 두고 국회를 통해 정부·여당을 견제하겠다는 의지를 강조한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특검 같은 경우 대통령 거부권에서 걸리지 않나”며 “그 대신 압도적 의석수를 보유한 상황에서 국정조사나 청문회 같은 것을 한껏 활용해 정권을 더 압박하겠다는 뜻”이라고 분석했다. 박상현·안대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