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새 당대표 가장 중요한 자질은 선거 승리” [헤경이 만난 사람-황우여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황우여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7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헤럴드경제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임세준 기자

소리 없이 강하다. 느릿한 말투에 호탕한 웃음, 혹자는 ‘존재감 없는 정치인’, ‘스텔스(적의 레이더에 포착되지 않게 하는 기술)’라고 비판하지만 황우여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함께 일해 본 정치인들은 하나같이 그를 ‘어당팔(어리숙해 보이지만 당수가 팔단)’이라고 평가한다.

황 위원장은 1996년 이회창 전 총리와 인연으로 국회에 입성했는데 당시 이 전 총리가 유일하게 공천권을 행사하겠다고 선언한 인물로 전해진다. 이후 5선을 지낸 황 위원장은 2012년 새누리당 대표에 선출돼 ‘박근혜 정부’ 출범 공신으로 자리매김했다. 황 위원장은 박근혜 정부 시절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을 지내기도 했다. 황 위원장이 임기를 마친 지 10년이 지났지만 아직까지 제 임기를 다 채운 국민의힘 계열 정당 대표는 없다.

8년 만에 정치 일선에 복귀한 황 위원장은 7일 헤럴드경제와 만나 ▷여의도연구원 개편 ▷당원교육 ▷홍보기능 강화 등을 국민의힘 ‘3대 개혁과제’로 꼽았다. 황 위원장은 “요즘 정치권에는 정치적 냄새가 나지 않는다”며 “K컬쳐가 있듯 K정치를 해야 한다”고 밝혔다.

“여의도연구원, 여론조사보다 정책 R&D 핵심부서 돼야”

황 위원장은 2013년 10월 당시 여의도‘연구소’를 여의도‘연구원’으로 승격한 장본인이다. 황 위원장은 “여의도연구소 당시 외부인사를 데려와 당 정체성과 갈등을 일으키거나 자료가 유출되는 등 문제가 심각해서 여의도연구원으로 개편했다”며 “다시 와보니 예전 (여의도연구소 때) 문제가 다 드러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황 위원장은 “일각에서는 ‘정치과잉’이라고 하지만 저는 ‘정치부재’라고 본다”며 “특정 제도를 둘러싼 갈등이 있을 때 해소 방법을 우리 민족 내에서 끌어내야 한다”고 했다.

황 위원장은 독일의 중도우파 성향의 정책연구소인 ‘콘라트 아데나워 재단’과 미국 보수주의 성향 싱크탱크인 ‘헤리티지 재단’ 모델을 따라 여의도연구원을 재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 재단은 전통적인 국가의 가치관, 국방의 강화, 기업의 자유 등을 기치로 내걸고 정부 정책결정에 큰 영향을 끼치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보수정당의 싱크탱크를 목표로 삼아 정책을 개발해야 한다. 보수가치에 대한 산출물이 필요하다”며 “여의도연구원이 지금은 여론조사를 하는 곳으로 (잘못 인식)되고 있는데 정책 연구개발(R&D) 핵심부서로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황우여 위원장은 ‘3대 개혁과제’의 관통하는 키워드로 ‘보수가치의 재건’을 주장했다. 황 위원장은 “국민이 큰 세금을 들여서 보수와 진보라는 두 개의 정당을 키우고 있다”며 “그렇다면 보수는 보수다워야 하고 진보는 진보다워야 한다”고 짚었다. 그는 “지지하는 당을 가지고 있지 않은 중도층은 보수나 진보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따라서 중도외연을 확장하자고 말하지 않을 수 없다”면서도 “그런데 방법론을 볼 때 보수, 진보 각자 색을 옅게 해서 (중도에게) 다가가야 한다고 생각하기 쉽다. 그래선 안 된다”고 했다. 그는 “보수정당의 정체성을 확실히 하고 설득해야 한다. 보수와 진보 간 토론 과정에서 중도가 어디를 선택해야 하는지 선택지를 ‘확실히’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부연했다.

최근 정치권에서 활발히 논의되는 ‘지구당 부활’에 대해 황 위원장은 “한다면 할 수 있겠지만 정당법 전체 체계가 달라지는 것”이라며 부정적 입장을 내놓았다. 황 위원장은 “국민 부담 경감 등을 고려해서 (지구당을 금지)했는데 이를 뛰어넘는 필요성이나 문제가 해소될 것인지를 검토해야 하고 여야가 합의를 봐야 한다”며 “급한대로 보완책을 연구해보라고 지시했다. 전체 정당 구도를 바꾸는 것보다 처벌조항을 손대는 것이 낫지 않겠냐. 현재는 당원협의회가 사무소를 설치하면 처벌을 받는데 이 조항을 손 볼 수 있는지 연구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당헌당규 급하게 고치면 문제점만 남길 것”

황 위원장은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6번째 당대표(비대위원장 포함)다. 2년 동안 수차례 지도부가 교체된 이유를 두고 황 위원장은 “당대표가 흔들리면 비대위(가 출범하거나) 새로운 당대표를 뽑는 전당대회를 여는 것이 공식화했는데 승계제도가 없어졌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당대표가 궐위 상태가 될 경우 이어받을 수석최고위원 등이 당대표직을 물려받는 조항이 없기 때문에 계속해서 새 당대표를 뽑아야 한다는 것이다.

황 위원장은 “단점을 보완한 단일지도체제라고 보는 것이 낫다”며 “당대표가 흔들리면 당 전체가 흔들리기 때문에 (단일지도체제와 집단지도체제를) 반반씩 절충하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황 위원장은 “2인 지도체제는 승계제를 보완한 지도체제”라며 “수석최고위원도 어디까지나 최고위원이라 대표의 권한을 이어받거나 나누는 것이 아니다. 대표가 자의든 타의든 그만둬야 할 때는 2등이 대표직을 맡고 전당대회를 또 하지 말자는 취지”라고 강조했다. 2인 지도체제가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의 출마를 견제하기 위해 고안된 것 아니냐는 일각의 주장에 반박한 것이다.

다만 황 위원장은 “너무 예민하면 (이번 비대위에서는) 연구과제로 두고 다음 (지도부로) 넘길 수도 있지 않겠냐”며 “이번에 전당대회 룰을 고치면 당의 안정에는 도움이 되지만 정무적으로 예민한 시기이고 정치적 고려가 많이 따른다면 당이 시끄러워질 것이다. 전당대회가 왜곡될 필요는 없다”고 했다. 당대표 선출 시 일반여론조사 비율을 높여야 한다는 주장에도 그는 “도저히 할 수 없다고 하면 다음에 하면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반적인 정당이론은 당우(黨友)의 의견이 포함돼야 한다”며 “(일반 민심 반영을 높일 경우) 역선택 등 당대표 선출 방법이 불순해진다는 걱정이 있다”고 했다. 당원투표 100%·당대표 중심 단일지도체제를 유지할 가능성을 열어둔 것이다.

황 위원장은 “당헌당규는 헌법을 개정하듯이 여유를 가지고 하는 것인데 급하게 하면 문제점만 남길 수도 있다”며 “당헌당규개정특별위원회 이야기를 들어보고 정 안 되면 데미지를 당이 그대로 안고 가야 한다. 어쩔 수 없다”고 했다.

황 위원장의 주장은 여상규 당헌당규개정특위 위원장 입장과도 비슷하다. 여 위원장은 7일 진행된 3차 회의 후 기자와 만나 “(당대표 선거에) 민심 반영 비율을 8대 2로 갈지 7대 3으로 갈지 굉장히 팽팽하다”며 “(지도체제와 관련해) 단일체제로 그대로 갈지 2인 지도체제로 바꿀지 의논을 시작했는데 전당대회를 앞두고 급조된 특위에서 지도체제를 논의하는 것은 적합하지 않다는 의견부터 다양한 의견이 표출됐다”고 전했다. 여 위원장은 “특위 위원 사이에 이견이 좁혀지지 않아서 개정안을 도출할 수 없으면 개정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황 위원장은 7월 25일 이전에 전당대회를 치러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앞서 국민의힘 전당대회선거관리위원회는 7월 25일에 전당대회를 열기로 잠정 결정했는데 이보다 빠르게 열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황 위원장은 “올림픽 전에 전당대회를 열면 하루도 안 가고 국민 관심이 올림픽으로 넘어간다. 그래서 올림픽 이후에 하자고 했더니 휴가철이기도 하고 ‘일부러 늦추는 것 아니냐’는 유언비어가 돌더라”며 “(7월 25일보다) 당겨야 한다”고 답했다.

차기 당대표에게 가장 중요한 자질로 황 위원장은 “선거에서 이기는 것이다. 지방선거도 있고 대통령선거도 있지 않냐”며 “당을 안정화하고 선거준비를 탄탄히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당정소통, 지금도 잘 이뤄져…尹은 ‘1호 당원’”

황 위원장은 ‘당정관계 재정립’ 방향을 묻는 질문에 “당정간 소통은 지금도 잘 이뤄지고 있다”며 “당정이 대립해서 싸우는 것은 안 된다. 우리 1호 당원은 대통령이기 때문에 서로 이야기도 잘하고 수시로 당정협의를 하며 각자 의견을 녹여내야 한다”고 답했다.

황 위원장은 “특히 여당의 경우에는 대통령과 괴리를 (좁혀야 한다)”며 “대통령은 행정부의 수반이기 때문에 전문적 관료와 함께 일하지만 (정책들이) 국민의 마음에 맞지 않는 경우가 생긴다”고 했다. 그는 “대통령도 선거 직전에는 국민 마음을 잘 알고 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관료와 소통하며 국민의 마음과 멀어질 수 있다. 그런 것을 (당이) 전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황 위원장은 “(국민 마음을) 잘 전달해야 하는데 투쟁하는, 갈등 구도로 가면 안 된다”며 “당에서 (대통령을) 잘 설득하고 토론하는 분위기를 주도해야 하고 대통령도 그것을 인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황 위원장은 윤석열 대통령 측근으로 알려진 신평 변호사가 본인의 전당대회 출마설을 제기하며 ‘한동훈 대항마’라고 표현한 것에 대해 “비대위원장이 (당대표) 후보가 되는 것은 모순”이라고 부인했다. 그는 “정치하는 사람은 명분이 중요하다”며 “그런데 자꾸 임기응변만 하고 실리만 따지고 정무적 계산만 하는 상황이 생기는데 이것은 정치가 아니다”고 지적했다.

신현주·이승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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