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AFP] |
[헤럴드경제=원호연 기자]가자지구 전쟁이 8개월을 넘어가는 가운데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를 완전히 격퇴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발언이 이스라일 군 대변인 입에서 나왔다. 그동안 하마스의 완전한 섬멸 없이는 종전이 불가능하다고 누누이 강조해 온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로선 정치적 타격을 입게 됐다.
20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다니엘 하가리 이스라엘 군 대변인은 이스라엘 텔레비전 방송에 출연해 “우리가 하마스를 파괴하거나 세상에서 사라지게 할 수 있다는 생각은 대중에게 오해를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발언했다.
그는 이어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하마스를 대체할 수 있는 다른 무언가를 키우는 일”이라며 “무엇이 하마스를 대체할지는 정치인들이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가자지구 내 전투와 하마스와의 전쟁은 결국 군사적 수단이 아닌 정치적 해결책을 통해서만 종료될 수 있다는 얘기다.
WSJ은 네타냐후 총리가 하마스의 완전한 파괴와 인질 구출을 이번 전쟁의 최종 목표로 제시해왔다는 점을 지적하며 “하가리 대변인의 발언은 네타냐후 총리의 전쟁 목표에 대해 군부가 던진 보기 드문 질책”이라고 평가했다.
이스라엘 총리실은 즉각 하가리 대변인의 발언에 반발했다. 총리실은 “네타냐후 총리가 이끄는 안보 내각은 하마스의 군사력과 통치 역량을 파괴하는 것을 전쟁 목표로 규정했다”며 “이스라엘 군은 이 목표 달성에 전념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스라엘 군 내부에서 네타냐후 총리의 전쟁 목표에 대해 반대 목소리가 나온 것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달 요아브 갈란트 국방부 장관은 가자지구 내 하마스를 대체할 세력을 결정할 것을 정부에 촉구하는 연설을 했다. 이러한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그는 “하마스가 가자지구를 통치하거나 이스라엘 군이 완전히 점령하는 양자택일만이 남았다”고 말했다.
군사 분석가들은 이스라엘의 군사 작전에도 불구하고 라파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스라엘 군의 진격에도 불구하고 하급 전사들 상당수가 생존했기 때문이다. 야흐야 신와르 군사 지도자를 포함한 하마스의 최고 지도부도 전쟁 내내 이스라엘 군의 공격을 피해 살아남고 있다.
미국 싱크탱크 전쟁연구소(ISW)는 최근 보고서에서 “하마스는 이스라엘 군과 교전하지 않고 라파에서 병력을 보존하고 있는데 이는 이스라엘 군의 작전이 치명적일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WSJ는 “이스라엘 군은 예비군 병사에 의존하고 있는데 이들 중 일부는 이스라엘이 레바논 국경과 요르단강 서안지구를 포함한 여러 전선에서 수개월 째 분쟁을 이어가면서 피로감이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