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코가 운영하는 두코바니 원전 모습[한국수력원자력 제공] |
[헤럴드경제=배문숙 기자]한국수력원자력이 주축이 된 '팀코리아'가 24조원대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되는 체코 신규 원전 2기 건설 사업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원전 수출로는 사상 최대이자 2009년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 수주 이후 15년 만에 이룬 성과다.
체코 정부는 17일(현지시간) 각료회의를 열고 한국수력원자력을 체코 신규 원전 건설사업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고 로이터·AFP통신이 보도했다.
체코는 두코바니와 테멜린 지역 원전 단지에 각각 2기씩, 총 4기(각 1.2GW 이하)의 신규 원전 건설을 검토해왔다. 현재 체코는 두코바니와 테멜린 원전 단지 두 곳에서 각각 4기, 2기의 원전을 운영하고 있는데, 새롭게 4기의 원전을 추가로 짓는 방안을 검토한 것이다.
체코 정부는 이번에 두코바니 2기(5·6호기) 원전 건설 계획을 먼저 확정하고 한수원을 우선협상자로 선정했다. 체코 정부는 향후 테멜린 지역 2기(3·4호기) 원전을 추가 건설할 경우 한수원에 우선 협상권을 주는 옵션도 제공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에 결정이 미뤄진 테멜린 3호기와 4호기 건설은 체코 정부와 체코 전력 당국이 추후 결정하기로 했다.
세부 협상을 거쳐 최종 계약 체결이 이뤄져야 하지만, 업계에서는 한수원이 사실상 신규 원전 2기를 수주한 것으로 볼 수 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체코 정부가 향후 나머지 2기의 추가 건설에 나설 때 한수원의 수주 가능성도 커 이번에 사실상 '2+α'기 수주에 성공한 것으로 볼 여지도 있다.
사업비는 한수원과 체코 측의 추가 협상에서 결정될 예정이지만, 체코 정부는 이날 브리핑에서 우선 확정된 2기 건설 사업비가 4천억코루나(약 24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한수원이 주도하는 '팀코리아'에는 같은 한국전력 그룹사인 한전기술·한전KPS·한전원자력연료와 두산에너빌리티, 대우건설 등 민간 기업이 함께 참여했다.
한수원은 세계적인 원전업체인 미국 웨스팅하우스, 프랑스전력공사(EDF)와 치열한 경합을 거쳐 처음 선진 시장인 유럽 진출 교두보를 처음으로 확보했다. 2022년 3월 입찰 개시 후 한수원, 웨스팅하우스, EDF 3사가 경쟁에 참여했다.
이후 웨스팅하우스가 탈락해 양자 대결 구도로 압축됐고, 한수원이 다시 유럽 원전 시장을 장악해온 EDF를 제치고 우선협상대상자 지위를 획득했다.
한수원은 EDF 대비 우수한 가격 경쟁력과 계획 기간 안에 원전을 완공하는 우수한 공기 관리 능력을 압축한 '온 타임 위드인 버짓'(On time within Budget) 구호를 앞세워 EDF와 경쟁에서 승리했다.
한수원은 "1970년대 원전 도입 이래로 50년 동안 국내외 36기의 원전을 지속 건설해 오며 축적한 기술로 주어진 예산으로 적기에 원전을 건설할 수 있는 세계 최고 수준의 건설 역량을 보유하고 있다"며 "이는 적기 원전 건설을 원하는 체코가 한수원을 최적 파트너로 평가한 가장 큰 이유"라고 밝
혔다.
한수원은 독자 기술로 개발한 최신 한국형 원전인 APR1400을 바탕으로 체코 측 요구에 따라 설비용량을 1.4GW(기가와트)에서 1.0GW로 조정한 APR1000 노형의 원전을 공급할 계획이다.
올해 체코 원전 최종 수주까지 이어지면 2009년 UAE 바라카 원전 수출 후 15년 만에 원전 수주에 성공하게 된다. 현 정부 출범 이후인 2022년 8월 한수원이 이집트 엘다바에 '2차 측'으로 구분되는 터빈·발전기 계통 시설을 중심으로 3조원 규모의 원전 관련 사업을 수주한 바 있다. 다만 여기에는 핵분열을 통해 에너지를 직접 발생시키는 '1차 측'인 원자로와 증기발생기 등은 포함되지 않았다.
체코 원전 수주는 유럽 원전 수출 확대의 발판이 될 수 있다. 유럽에서는 무탄소 전원 확대 필요성에 따라 원전 건설이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독일은 '탈원전'을 했지만, 프랑스와 핀란드 등 여러 국가가 원전을 주요 전원으로 활용 중이다. 여기에 체코, 폴란드, 터키, 영국, 네덜란드 등이 재생에너지와 함께 원전을 주요한 무탄소 전원으로 보고 신규 건설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