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시드니에 위치한 하버브릿지(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적 관련 없음). [123rf] |
[헤럴드경제=김영철 기자] 호주 정부가 내년부터 연간 등록 가능 유학생 수를 27만명으로 제한하기로 하면서 대학들이 크게 반발하고 있다. 대학 재정 상당 부분을 외국인 유학생 등록금에 의지하고 있는데 유학생 수를 제한하면 수입이 급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28일(현지시간) 호주 AAP 통신 등에 따르면 호주의 국제 교육 시장 규모는 480억호주달러(약 43조3000억원) 수준이며, 전국적으로 25만개의 일자리를 제공한다.
제이슨 클레어 교육부 장관은 “우리가 땅에서 파내지 않는 것 중 가장 큰 수출품”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특히 대학 경우 외국인 학생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
호주 시드니대는 전체 학생 약 절반이 유학생이며, 호주 내 8개 주요 대학 모임인 ‘그룹 오브 에이트’(Go8) 소속 학생 35% 이상이 유학생이다. 여기에 등록금은 외국인 학생이 국내 학생보다 약 3배 많기 때문에 재정 의존도는 더 높다.
호주대학협회 루크 쉬히 대표는 유학생 4명이 교직원 1명을 고용하는 셈이라며 유학생이 줄어드는 만큼 일자리도 사라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웨스턴 시드니 대학교 조지 윌리엄스 부총장도 “이번 정책으로 내년에 약 2650만호주달러(약 241원)의 수입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며 “지역 주민 교육이나 원주민 형평성 프로그램, 저소득층 학생 지원 등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학교 연구 자금에도 악영향이 미칠 전망이다. 대학은 보통 정부로부터 연구 자금을 받는데 대부분 ‘매칭 시스템’이어서 정부가 1달러를 지원하면 60∼70센트는 대학 자체 자금을 투입해야 한다.
대학 자금이 부족하면 정부로부터 충분히 돈을 받을 수 없는 구조다. 결국 연구 자금이 부족해지면 대학 경쟁력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호주 ABC 방송은 전했다.
앞서 호주 정부는 내년부터 연간 새로 등록할 수 있는 유학생 수를 27만명으로 제한하기로 했다. 이는 지난해 새로 등록한 유학생의 85% 수준이다.
호주 정부가 유학생을 제한하는 것은 너무 많은 유학생으로 인해 주택 부족과 임대료 상승 등 사회적 문제가 나타나고, 일부 저숙련 노동자는 유학 비자를 일자리를 위한 체류 비자처럼 사용하고 있어서다. 현재 호주에 거주 중인 유학생 수는 70만명 수준으로 역대 최대 규모다.
클레어 장관은 전날 “많은 학생이 들어오고 있지만 이를 악용해 돈을 벌려는 사람도 늘어나고 있다”며 이 정책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에 Go8의 비키 톰슨 대표는 “유학생 상한제가 의회를 통과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