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년 3등’ 마이크론, 공격적 인수로 HBM 승부…삼성·SK 쫓기엔 역부족 [비즈360]

대만 타이중에 위치한 마이크론 공장. [마이크론 유튜브]

[헤럴드경제=김현일 기자] SK하이닉스, 삼성전자와 함께 고대역폭 메모리(HBM)를 두고 경쟁 중인 미국 마이크론이 상대적으로 크게 뒤지는 생산능력을 키우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앞서 마이크론이 목표로 내세운 ‘2025년 HBM 시장점유율 20% 달성’을 두고 불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지만 시설 확장을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는 모습이다.

미국·일본·대만에 신규 공장 구축 계획을 발표한 마이크론은 이번엔 대만에 있는 디스플레이 공장 매입에 나섰다. 업계에서는 공장 신설이 아닌 인수를 택한 점에 주목한다.

안정적인 양산 체제를 구축하기까지 시간이 걸리는 공장 신설 대신 기존 공장을 인수하는 방식으로 HBM 생산능력을 빠르게 늘려 SK하이닉스·삼성전자 추격에 속도를 내겠다는 의미로 해석되고 있다.

29일 업계와 중국 경제일보에 따르면 마이크론은 대만 디스플레이 회사 AUO가 보유한 타이난 공장 세 곳과 타이중에 있는 건물 및 시설 일부를 연말까지 인수하는 작업에 나섰다. 연말에 매매계약 체결을 마무리할 예정이다.

대만 타이중에 위치한 마이크론 공장. [마이크론 유튜브]

앞서 마이크론은 대만 디스플레이 회사 이노룩스 공장 인수를 추진했지만 TSMC에 밀려 고배를 마셨다. 그 대안으로 또 다른 대만 디스플레이 기업 AUO의 생산시설 매입에 나선 것이다. 경제일보는 마이크론이 해당 공장들을 인수해 D램 생산능력 확장에 나설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HBM 생산기지로 빠르게 전환해 인공지능(AI) 시대 급증하는 주문에 대응할 것이란 전망이다.

후발주자인 마이크론은 4세대 제품인 HBM3를 건너뛰고 곧바로 5세대 HBM3E 양산에 나설 만큼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를 따라잡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현재 SK하이닉스에 이어 엔비디아의 AI 반도체 H200에 5세대 제품인 HBM3E 8단 제품을 공급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HBM 시장 점유율은 SK하이닉스 53%, 삼성전자 38%, 마이크론 9% 순이었다. 마이크론은 2025년까지 HBM 시장점유율을 20%까지 끌어올리겠다고 공언한 상태다.

그러나 생산능력이 SK하이닉스·삼성전자에 크게 뒤져 목표 달성이 쉽지 않을 것이란 평가를 받고 있다. 경쟁사에 비해 낮은 생산규모를 끌어올리는 것이 가장 시급한 과제로 꼽힌다.

[로이터]

이를 위해 생산기지를 전방위에 걸쳐 구축 중이다. 2027년 가동을 목표로 일본 히로시마에 공장을 건설하고 있으며 대만 타이중 공장도 증설을 추진 중이다. 본사가 있는 미국에서도 8조원 규모의 반도체 보조금을 등에 업고 시설 확대에 나섰다. 지난 6월에는 말레이시아 공장을 HBM 생산기지로 개편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보도도 나왔다.

다만 짓고 있는 공장들의 가동 시기를 고려하면 당장 내년 마이크론의 HBM 점유율 20% 달성이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이를 만회하기 위해 마이크론이 이미 구축된 기존 공장을 인수하는 방식을 택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세환 KB증권 연구원은 “2~4세대 HBM 생산을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가 주도하고 있고, 마이크론은 4세대 HBM을 생산하지 않아 마이크론의 시장 점유율이 단기간 내 크게 증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다만 고부가가치 제품인 HBM3E 양산을 빠르게 시작하고, 내년 1분기 HBM3E 12단 제품을 수익성 개선을 꾀할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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