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 [로이터] |
[헤럴드경제=김현경 기자] 중동 지역 국부펀드들이 미국 인공지능(AI) 스타트업에 수십억 달러를 투자하며 실리콘밸리의 ‘큰손’으로 부상하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피치북(Pitchbook)에 따르면 지난해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쿠웨이트, 카타르 등 중동 국가들의 AI 기업에 대한 투자금이 5배 급증했다고 CNBC가 22일(현지시간) 전했다.
소식통들에 따르면 UAE의 새로운 AI 전문 펀드인 MGX는 오픈AI의 최근 자금 조달(펀딩) 라운드에 참여를 원한 투자자 중 하나로 알려졌다. 이번 라운드에서 오픈AI의 기업가치는 1500억달러(약 200조원)로 평가될 것으로 전해졌다.
MGX는 이번주 초 블랙록, 마이크로소프트(MS), 글로벌인프라스트럭처파트너스(GIP)와 AI 인프라 파트너십을 체결하기도 했다. 이들은 데이터센터 및 기타 인프라 투자를 위해 최대 1000억달러(약 133조원)를 모금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지난 3월 출범한 MGX는 UAE 국부펀드인 무바달라와 AI 기업 G42가 설립 파트너로 참여했다.
무바달라는 오픈AI의 대항마로 꼽히는 AI 스타트업 앤스로픽(Anthropic)에도 투자했으며 지난 4년간 8건의 AI 투자를 진행한 활발한 벤처 투자자 중 하나다.
사우디아라비아의 공공투자펀드(PIF)는 미국 벤처캐피털 안드레센호로위츠와 400억달러(약 53조원) 규모의 파트너십을 체결하기 위해 협상 중이다. 또한 사우디인공지능회사(SCAI)라는 AI 전용 펀드도 출범했다.
중동의 석유 부국들은 경제 다각화를 모색해 왔으며 헤지(위험 회피) 수단으로 기술 투자에 눈을 돌리고 있다.
이들은 MS, 아마존 같은 빅테크(거대 기술 기업)와 경쟁할 수 있을 만큼의 막강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AI 스타트업에 투자하고 있다.
보스턴컨설팅그룹(BCG)에 따르면 걸프협력회의(GCC) 국가의 총자산은 2021년 2조7000억달러(약 3603원)에서 연평균 5.2% 성장해 2026년 3조5000억달러(약 4670조원)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사우디 PIF의 자산은 9250억달러(약 1234조원)를 돌파했으며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의 ‘비전 2030’ 이니셔티브의 일환으로 투자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PIF는 우버를 비롯한 기업에 투자하고 있으며 LIV 골프 리그와 프로 축구에도 막대한 비용을 지출하고 있다.
UAE의 무바달라는 3020억달러(약 403조원), 아부다비투자청(ADIA)은 1조달러(약 1334조원)를 운용하고 있다. 카타르투자청(QIA)은 4750억달러(약 634조원)를 보유하고 있으며 쿠웨이트펀드는 자산 8000억달러(약 1067조원)를 넘어섰다.
미국으로서는 국부펀드들이 중국과 같은 적국이 아닌 미국 기업에 투자하는 것이 지정학적 우선순위의 문제였다.
재러드 코헨 골드만삭스 글로벌 부문 총괄 사장은 “사우디와 UAE 같은 국가로부터 불균형적으로 많은 자본이 유입되고 있으며 그들은 자본을 전 세계에 배치하려는 의지가 있다”면서 이들을 “지정학적 경합 국가(geopolitical swing states)”라고 지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