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구례군 소재 국립공원야생생물보전원이 관리하고 있는 반달가슴곰 모습[환경부 공동취재단] |
[헤럴드경제(구례)=이태형 기자]한반도에서 멸종위기종이던 반달가슴곰이 20년간의 종복원 사업을 통해 스스로 생존할 수 있을 만큼의 개체수를 확보하게 됐다. 반달가슴곰은 사람에 의한 복원사업에서 이제는 사람과의 공존을 앞두고 있다. 서로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혀야 할 필요성이 커졌다.
28일 찾은 전라남도 구례군에 위치한 국립공원공단 국립공원야생생물보전원(보전원)에는 이날 현재 반달가슴곰 23마리가 관리되고 있다. 현재 지리산, 덕유산 등에서 서식하고 있는 반달가슴곰을 포함하면 국내 전체 개체수는 89마리로 파악된다.
최소존속개체수인 50마리를 훌쩍 넘겼지만 20년 전만 하더라도 반달가슴곰은 멸종위기를 맞았다. 1983년 밀렵에 의해 폐사한 줄 알았던 반달가슴곰은 1996년 지리산에서 최소 5마리가 서식한다고 환경부가 공식 발표했고, 1998년 2월에는 멸종위기 야생생물로 지정됐다.
이후 2004년 10월 러시아 연해주에서 반달가슴곰 6마리를 도입해 자연적응훈련을 거친 뒤 방사하면서 본격적인 종복원 사업이 시작됐다. 2009년 2월에는 야생 상태에서 첫 출산이 있었고, 2018년에는 세계 최초 인공수정에 성공하는 등 20년 동안 지난한 과정을 거치면서 개체수가 현재에 이르렀다.
김보영 국립공원공단 생태복원부장은 “지리산 전체의 생물 서식환경을 향상시키고 지리산의 약 40% 정도를 특별보호구역 지정해서 관리하고 있다”며 “야간시간 탐방을 제한하는 입산시간지정제를 통해 야생동물의 안정적 서식공간과 활동시간을 확보하고, 탐방객과 자연스러운 거리두기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제는 반달가슴곰이 복원해야 할 대상이 아니라 자연생태계 구성원으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관리방식의 변화가 필요해졌다. 보전원은 개체수 확대보다는 밀도산정방식으로 개체군 관리방식을 전환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사람과 반달가슴곰의 공존을 위해 안전사고 예방에도 주의가 요구된다.
이사현 보전원 서식지보전부장은 “반달가슴곰은 사람을 먼저 피하는 습성이 있어 반달가슴곰을 마주치면 소리를 지르고 주민이나 탐방객들에게 종을 달고 다니거나 라디오를 켜놓고 있으라고 당부하고 있다”고 말했다.
탐방로를 벗어나지 말고 반달가슴곰의 먹이가 되는 도토리, 밤, 다래 등 열매와 새순을 채취하는 것은 삼가는 것이 좋다. 또 탐방 시에는 혼자 움직이지 말고 3~4명이 같이 이동하고, 먼 곳에서 곰을 발견하면 뛰지말고 시선을 정면에 두고 뒷걸음으로 자리는 떠나도록 한다.
한편 환경부와 국립공원공단은 반달가슴곰 복원사업 20주년을 맞아 30일 서울 동대문구 JW메리어트 동대문스퀘어에서 기념식을 연다.
기념식에서는 복원사업 유공자 5명에게 환경부 장관과 국립공원공단 이사장 표창을 수여한다. 멸종위기 야생생물 복원 현황과 정책 방향을 논의하는 국제 학술 토론회도 열린다.
대전 유성구 계룡산국립공원박물관에서는 다음 달 5일부터 반달가슴곰 관련 특별 전시를 한다.
강호남 국립공원야생생물보전원 원장은 “2004년에 시작한 반달가슴곰 종복원 사업이 20년을 맞았는데, 이번 기념식과 국제심포지움은 지금까지의 성과를 평가하고, 향후 20년은 어떤 방향으로 갈지 고민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며 “반달가슴곰을 계속 관리대상종으로 둘 것인지, 아니면 야생동물로 인증하고 사람과 함께 살아가는 방안을 모색할 것인지를 놓고 이번 행사공존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전환의 기회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전남 구례군 소재 국립공원야생생물보전원이 관리하고 있는 반달가슴곰 모습[환경부 공동취재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