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여성광복군 오희옥 지사, 고국 품서 눈감다

‘故오희옥 애국지사 발인식 엄수…오후 서울현충원서 사회장 영결식 거행
2017년 광복절 기념식서 낯선 ‘광복절 애국가’…순국선열의 날 17일 별세


20일 오후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 현충관에서 故 오희옥 애국지사 영결식이 열리고 있다. [연합]


마지막 여성 광복군으로서 조국 독립을 위해 헌신한 오희옥 애국지사가 20일 영원한 안식에 들었다.

독립운동가 가문에서 태어나 독립운동을 운명처럼 받아들여 목숨을 걸고 국가 존립을 위해 헌신했던 오 지사는 타계 때까지 유일한 생존 여성 독립운동가였다. 고인은 이날 현충원에 안장돼 영원히 고국의 품에 안겼다.

이날 오전 7시 30분께 서울 강동구 서울중앙보훈병원 장례식장에서는 오 지사의 발인식이 엄수됐다.

장남 김흥태씨, 장녀 김미경·차녀 김미연씨 등 10여명이 참석해 고인의 마지막 길을 배웅했다.

고인의 관은 태극기로 덮여 장례식장을 빠져나왔다. 엘리베이터에서 관이 나오자 일부 유족은 조용히 눈물을 흘렸다. 운구차에 실려 떠나는 고인을 향해 국방부 육해공 3군 의장대가 경례해 오 지사의 충혼을 기렸다.

오 지사는 이날 오후 3시 30분께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사회장 영결식을 거행한 후 서울현충원 충혼당에 안장된다.

장례위원장은 이종찬 광복회장이, 장례부위원장은 김진·권영혁 광복회 부회장이 맡는다. 명예장례위원장은 우원식 국회의장이 맡는다.

정부는 올해부터 생존 애국지사들의 조국 독립에 대한 공로를 기리고 국민적 추모를 담은 예우를 다하기 위해 애국지사가 세상을 떠나면 사회장을 지원한다.

오 지사는 1926년 독립유공자인 부친 오광선(독립장), 모친 정현숙(애족장)의 딸로 태어났다. 할아버지는 명포수 출신인 오인수 의병장이다.

부친인 오광선 장군은 대한독립군단 중대장과 신흥무관학교 교관으로 활약했다. 어머니 정현숙 지사는 만주에서 독립군 비밀 연락 업무를 맡았으며 그 밑에서 자란 오 지사도 자연스럽게 일찍부터 조국 독립을 위한 헌신에 눈을 떴다.

고인은 13살이던 1939년 4월 중국 류저우에서 한국광복진선청년공작대에 입대한 뒤 독립운동에 일생을 던졌다.

1941년 1월 광복군 제5지대로 편입될 때까지 일본군 정보수집, 공작원 모집, 한국군 위무 활동 등 항일활동에 몸담았고, 이후 한국독립당 당원으로 활동했다.

정부는 1990년 오 지사에게 건국훈장 애족장을 수여했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지난 18일 오 지사의 별세 소식에 “2017년 광복절 기념식에서 고인이 ‘광복군의 애국가’를 부르시는 모습이 많은 국민들 가슴에 깊은 울림을 남겼다”고 애통해했다.

당시 오 지사는 홀로 세종문화회관 무대에 올라 광복군 애국가를 불렀다. 이때 부른 ‘낯선 애국가’는 많은 이에게 울림을 안겼다. 이는 스코틀랜드 민요 ‘올드 랭 사인’ 선율에 애국가 가사를 얹어 부른 노래다. 졸업식에서 자주 들리는 선율로, 과거 독립운동 시절에는 이 노래에 맞춘 애국가가 주로 불린 것으로 알려졌다.

생존 애국지사 중 유일한 여성이던 오 지사는 숙환으로 서울중앙보훈병원에서 입원 치료를 받던 중 지난 17일 오후 별세했다. 작고 당일은 국권 회복을 위해 헌신한 순국선열의 독립정신과 희생정신을 기리는 기념일인 순국선열의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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