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탄탄한 실적에 높은 기대” vs “이익 모멘텀 약화”
10년 전, 스마트폰 시장 하드웨어→소프트웨어 주도주 변화와 비슷
[로이터·게티이미지뱅크] |
[헤럴드경제=김민지 기자] 인공지능(AI) 반도체 대장주 엔비다아가 호실적에도 불구, 시장의 과도한 기대치로 시간 외 거래에서 약세를 기록했다. 이런 가운데 시장에선 AI 랠리를 이어갈 차기 주도주에 대한 활발히 진행 중이다.
엔비디아는 20일(현지시간) 뉴욕증시 마감 후 올해 3분기 350억8000만달러(약 49조1190억원)의 매출과 0.81달러(1134원)의 주당 순이익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월가 예상치를 웃도는 실적이다. 하지만 4분기 매출 전망치는 ‘375억달러±2%’로 제시해 시장 기대(370억8000만달러)에 못 미쳤다.
그럼에도 엔비디아는 실적 발표 직후 시간외거래에서 3% 넘게 급락했다. 다만 AI 칩 블랙웰의 4분기출하 계획으로 당분간 블랙웰 수요는 공급을 초과할 것이라고 밝히자 낙폭은 1%대 안팎으로 줄었다.
증권가에서는 이러한 엔비디아 주가 흐름과 관련해 “이미 탄탄한 실적에 높은 기대감”이라는 분석과 “이익 모멘텀 약화로 과도기”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함께 나오고 있다. 그러면서 시장은 하드웨어가 문을 열고 이를 활용한 소프트웨어로 밸류체인(가치사슬)이 확대되는 주도주 변화 과정에 주목했다.
2010년 초반에도 스마트폰 등장 후 이와 유사한 흐름을 겪은 바 있다. 당시 스마트폰 시장의 성장 기대를 이끌었던 초기 주도주는 애플 중심의 하드웨어였다. 그런데 2012년 중반이 지나면서 하드웨어의 장기 성장률 전망의 상승세는 꺾였고, 스마트폰을 기반으로 커진 소셜미디어와 메타가 포함된 미디어·엔터, 아마존을 비롯한 경기소비유통 등 전자상거래 관련 업종들의 이익 성장 기대가 꾸준히 강해지며 새로운 주도주 역할을 했다.
안소은 KB증권 연구원은 “이제 AI와 관련된 기술들을 잘 활용할 수 있게 정리하고 구축하는 단계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엔비디아 이어 다음 주도주 후보로 꼽히는 건 AI 밸류체인에 속한 소프트웨어라고 바라봤다. 신한투자증권도 “기술혁신 사이클의 일반적인 전개과정을 감안하면 차기 주도주는 소프트웨어가 될 공산이 크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오라클 ▷SAP ▷IBM ▷서비스나우 ▷트레이드데스크 ▷팔란티어를 비롯한 B2B(기업간거래) 소프트웨어 업체를 차기 주도주로 꼽았다.
국내외 소프트웨어 주요 업종 주가 변화 그래프 |
AI 소프트웨어 관련 업체들은 실제로 큰 주가 상승률을 기록하고 있다. 팔란티어 주가는 지난 13일(현지시각) 장중 63.39달러까지 오르며 사상 최고치를 달성했으며 20일 종가 기준 62.12달러를 기록해 주가가 한 달 전 대비 45.4% 상승했다. 팔란티어는 빅 데이터 분석을 전문으로 하는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 업체로, AI 기반의 소프트웨어를 클라우드를 통해 구독자들에게 제공한다. 미국의 대형 소프트웨어 기업인 오라클 주가도 한 달 사이 173.76달러에서 190.75달러로 9.77% 상승했다.
국내 소프트기업도 상승세는 마찬가지다. 올해 3분기 역대 최대 분기실적을 기록한 엠로는 한 달 대비 주가가 44% 상승했다. 더존비즈온은 38%, 한글과컴퓨터도 30%씩 오르며 모두 큰 상승 폭을 기록했다.
나승두 SK증권 연구원은 “투자자들은 AI칩으로 대표되는 하드웨어 성장 이후에 대한 준비를 조심스럽게 시작하는 분위기”라고 전하며 “현재 AI 시장에서 나타나는 행태는 스마트폰 시장 변화와 비슷해 이제 혁신 SW 등장과 성장을 생각해 볼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이어 “생성형 AI와 결합한 형태의 SW가 시장의 큰 주목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며 “제품이나 서비스의 생산 효율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방향으로의 AI 결합이 주목받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안소은 연구원은 “AI 시장이 커지면서 엔비디아 관련 반도체 시장이 커졌고 그 과정에서 칩 관련된 수혜를 받을 수 있는 국내기업들이 관심을 끈 것처럼, 자연스럽게 미국 내에서도 소프트웨어 쪽으로 관심 이동한다면 국내도 마찬가지 흐름이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