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과시 ‘직무정지’만으로도 타격
대통령실 “헌법 질서 근간 훼손”
윤석열 정부 출범 후 여소야대 국면이 계속되며 야권이 추진 중인 탄핵 대상만 18명에 달하는 등 여야의 갈등이 전례 없이 치닫고 있다. 정부·여당은 “헌법 훼손”, “보복 탄핵”이라며 강하게 반발하는 한편, 야당은 탄핵소추안의 국회 통과 시 시작되는 ‘직무 정지’만으로도 유효타가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4일 본회의에서 최재해 감사원장과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의혹 사건을 수사한 서울중앙지검의 지휘 라인 검사 3명에 대한 탄핵소추안 표결에 나설 예정이다.
민주당이 탄핵을 추진 중인 공직자들의 면면을 보면 부총리급은 1명, 장관급은 5명, 검사는 12명으로 집계된다. 특히 부총리급인 감사원장에 대한 탄핵 추진은 헌정사상 처음으로, 민주당은 국정감사에서의 위증과 국회법 위반을 최 원장에 대한 탄핵 이유로 들었다.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 조상원 4차장검사, 최재훈 반부패2부장 등에 대해선 김 여사의 불기소 처분과 관련한 ‘직무 유기’ 등이 이유다.
대통령실은 이와 관련 지난달 29일 “야당의 감사원장 탄핵은 헌정사상 처음으로 헌법 질서의 근간을 훼손하는 것”이라며 “야당이 원하는 대로 수사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고 해서 중앙지검 지휘부를 탄핵하는 것은 명백한 보복 탄핵”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최 원장도 같은 날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 참석을 위해 국회에서 기자를 만난 자리에서 “헌법 질서의 근간을 훼손하는 정치적 탄핵에 매우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이런 탄핵 카드는 소추 대상자의 ‘직무 정지’를 동반한단 점에서 실제 탄핵 여부와 상관없이 타격을 줄 수 있다. 2023년 2월 8일 현 정부 출범 후 처음으로 탄핵소추안이 국회 문턱을 넘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의 경우, 5개월여 만인 7월 25일 헌법재판소의 기각 결정으로 직무에 복귀했다. 당시 야권은 이태원 참사의 책임을 묻겠다며 이 장관에 대한 탄핵안을 통과시켰다.
이후 민주당의 탄핵 공세 초점은 방송통신위원장과 검찰에 맞춰졌다. 이동관·김홍일 전 방통위원장은 탄핵안 표결 직전 방통위 기능 정지를 막겠다며 자진 사퇴했고, 민주당은 김 전 위원장의 직무 대행인 이상인 부위원장에 대한 탄핵안까지 발의했다. 이에 이 부위원장 또한 자진 사퇴했다. 이후 임명된 이진숙 위원장의 경우, 취임 이틀 만에 탄핵안이 국회를 통과해 현재 헌재에서 심판이 진행 중이다. 이 직무대행까지 포함하면 민주당의 탄핵 추진 대상이 된 장관급만 5명인 셈이다. 아울러 민주당은 현재 김용현 국방부 장관에 대한 탄핵도 검토 중이다. 탄핵안이 발의된 검사들 가운데 안동완·손준성·이정섭 등 3명은 헌재로 탄핵안이 넘어갔지만, 헌재는 안동완·이정섭 검사에 대한 탄핵안을 기각되기도 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11일 강백신 수원지검 성남지청 차장검사와 엄희준 인천지검 부천지청장에 대한 탄핵소추 사건 조사 청문회를 열 예정이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거야(巨野)의 이런 탄핵 공세에 ‘탄핵소추 남용 방지에 관한 특별법안’을 당론으로 발의했다. 주진우 의원이 대표발의한 이 법안엔 국민의힘 소속 의원 전원이 참여했다. 주 의원은 법안 발의 이유로 “직무를 개시한 지 얼마 안 된 행정기관의 장을 연속적으로 탄핵소추해 권한 행사가 정지되도록 함으로써 해당 행정기관의 기능이 사실상 마비될 정도에 이르는 부작용을 초래한 바 있다”고 지적했다. 박상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