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물이전제 실시해도 수혜 미미할 듯”
기금형퇴직연금 도입 논의까지 악재 겹쳐
“수익률 개선해 다른 업권 대응할 방어수단 필요”
게티이미지뱅크 |
[헤럴드경제=서지연 기자] 400조원 규모의 퇴직연금 시장이 매년 성장세를 거듭하고 있지만, 보험사 수입보험료는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퇴직연금 실물이전제로 은행과 증권사가 공격적인 마케팅을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퇴직연금 시장에서 보험업계의 입지가 더욱 좁아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4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3분기 생명보험사 퇴직연금 수입보험료는 전년 대비 13.2% 감소한 8조3084억원으로 집계됐다. 2분기 16.2%(6조4900억원) 줄어든 데 이어 또 한 번의 감소세다. 가입 규모도 줄고 있다. 생명보험협회에 따르면 3분기 퇴직연금 가입금액은 77조7333억원으로 전분기 77조9698억원에 비해 감소했다.
이는 퇴직연금 시장 확대와 함께 성장을 꾀하는 다른 업권과 대비되는 양상이다. 지난해 기준 권역별 점유율은 은행이 51.8%로(198조원) 가장 높고, 금융투자(22.7%), 생명보험(20.5%), 손해보험(3.9%) 순으로 집계됐다. 전년 대비 은행, 금융투자의 점유율이 각각 0.9% 포인트, 0.7% 포인트 상승한 데 반해 생명보험과 손해보험의 점유율은 각각 1.1% 포인트, 0.4% 포인트 하락한 수치다.
퇴직연금 시장은 규모 자체가 성장세라 수입보험료가 늘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다. 금감원에 따르면 3분기 기준 전체 퇴직연금 적립금 규모는 400조878억원인데, 전문가들은 10년 뒤인 2033년이면 퇴직연금 규모가 현재의 2.4배에 달하는 940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보고 있다.
보험사 퇴직연금 실적이 부진한 이유로는 낮은 수익률이 꼽힌다. 업권별 수익률을 살펴보면, 지난해 국내외 증시가 오르면서 실적배당형 비중이 높은 증권사 수익률이 7.11%로 가장 성적이 좋았다. 이어 은행(4.87%), 손해보험(4.63%), 생명보험(4.37%) 등의 순이었다.
지난 10월 말 퇴직연금 실물이전 서비스 시작과 함께 은행, 증권사들이 퇴직연금 마케팅을 진행하면서 보험사 퇴직연금 가입자 이탈을 부추길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퇴직연금 실물이전 서비스에서 퇴직연금 상품 중 보험계약 형태로 이뤄진 상품과 디폴트(사전지정운용)상품은 빠졌는데, 보험사가 보유한 퇴직연금은 대부분 보험형 자산관리 계약이어서 사실상 보험사는 해당되지 않는다.
연말 만기를 앞두고 있는 퇴직연금 계약의 추가 이탈 러시도 예상되는 상황이다. 장기적으로 논의되고 있는 기금형퇴직연금 도입도 보험사에겐 추가적인 부담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퇴직연금 사업자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는 가운데 가입 확대, 수익률 향상, 연금성 강화 등 개선해야 할 과제가 많다”라며 “퇴직연금 상품이 인플레이션보다 높은 수익률을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도록 금융사들의 경쟁력 강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보험사의 경우 퇴직연금이 CSM(계약서비스마진) 확대에 큰 도움이 되진 못하지만, 놓치기 아까운 시장”이라며 “일부 보험사를 중심으로 유형에 따라 높은 수익률을 보이고 있는 만큼 다른 업권에 대응할 방어 수단을 갖출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 일부 유형에 한해 보험사들이 은행, 증권사보다 높은 수익률을 보이는 곳이 있다. 올 3분기 기준 원리금 보장형 기준 DB형 수익률이 가장 높은 곳은 푸본현대보험(4.60%)이며 교보생명(4.57%), IBK연금보험(4.56%), 미래에셋생명(4.46%), 롯데손해보험(4.38%) 등도 4% 넘는 수익률을 달성했다. 미래에셋생명의 경우 3분기 퇴직연금 원리금 비보장형 기준 확정기여형(DC형) 수익률이 15.1%로 전 금융권(원리금 비보장형 적립금 500억 이상) 1위를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