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침 안따른 조합원 50여 명의 실명·소속 공개
다수 조합원 “노조 지도부는 ‘회사파괴자’인가” 비판
현대트랜시스 노조가 2일 오전 서울 한남동 주택가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다. [현대트랜시스 제공] |
[헤럴드경제=김성우 기자] 현대트랜시스 노조 지도부가 서울 한남동 주택가 민폐 시위 강행 등으로 촉발된 내부 갈등에 대해 반대 조합원 무더기 제명과 신상 공개에 나서 논란이 되고 있다.
지도부가 지침에 따르지 않는 조합원들을 ‘조직파괴자’로 낙인찍고, 이름과 소속을 공개하는 등 ‘조리돌림’에 나서는 이례적인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4일 업계에 따르면 트랜시스 노조 지도부는 최근 운영위원회를 잇따라 열고 조합원 5명을 노조에서 제명했다. 사유는 ‘반복적 복무지침 위반’으로 지난 달 11일 파업 철회 이후 지도부 방침에 반해 잔업 및 특근을 실시했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졌다. 노조는 제명 사실과 함께 이들 조합원들의 실명과 소속 및 제명 찬반 투표 결과도 함께 공개했다.
트랜시스 노조 지도부는 강압적인 태도를 고수하고 있다. 지난 달 11일 파업 철회 결정 후에도 간부 위주 단속반인 ‘규찰대(糾察隊)’ 조직을 통해 조합원들이 잔업 및 특근을 하지 못하도록 공포 분위기를 조성한 바 있다.
지난달 21일에도 한 달여간의 파업 기간 중 자발적으로 회사에 출근한 조합원 51명을 ‘조직파괴자’로 명명하며 실명과 소속을 공개하고 노조에서 제명해 사회적 논란을 일으켰다.
노조 집행부는 최근 서울 한남동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자택 인근에서 이른 오전부터 대형 현수막과 피켓을 동원한 게릴라성 시위를 진행했다. 지난 10월 26일 시작된 주택가 시위는 지난 달 18일부터 주2회에서 3회로 횟수가 늘면서 지난 2일까지 이어졌고 누적 횟수도 13회까지 늘어났다. 임단협과 무관한 인근 주민들과 상인 등은 커다란 불편을 호소하고 있는 실정이다.
트랜시스 노조 내부의 갈등도 고조되고 있다. 집행부가 파업 철회 후에도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 재개 없이 주택가 민폐 시위에 나서자, 조합원들 사이에서는 “시위할 시간에 임단협 전략을 고민해라”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여기에 반발한 조합원들을 트랜시스 노조 집행부가 공개적으로 보복하면서, 조합원들은 불만을 제기하고 있는 실정이다.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 내 트랜시스 게시판에는 “조합이 하는 일이 규찰 돌고 확인해서 제명하는 건가”, “조합원 1300명이 지도부 손에 놀아나고 있다”, “제명 조합원들이 처음부터 파업에 동참 안 했나”, “노조가 고용불안, 노노갈등을 조장한다”, “제명 조합원들이 ‘조직파괴자’면 지도부는 ‘회사파괴자’냐” 등 지도부를 성토하는 조합원들의 게시글이 다수 게재됐다.
한편 현대트랜시스는 장기간 파업으로 인한 생산 차질 및 신뢰 회복을 위해 지난 달 11일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하고, 경영진 등 전 임원들은 연봉의 20%를 자진 반납키로 하는 등 위기 극복에 동참해 줄 것을 호소하고 있다.
회사 측은 금속노조 트랜시스 서산지회와 지난 6월부터 임단협 교섭을 진행해 왔으나, 노조는 기본급 15만9800원 인상(정기승급분 제외)과 지난해 영업이익의 2배인 전년도 매출액의 2% 성과급(약 2400억원) 지급을 요구하면서 협상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