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 17개단지 8721채 1~2년 연기
당첨자들 “목빠지게 기다렸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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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남양주 왕숙2 A6블록 429가구의 사전청약 당첨자는 오는 12월로 예정된 본청약이 2027년 4월로 미뤄진다는 통보를 받았다. 이 단지는 2022년 사전청약을 진행했다. 당첨자 A씨는 “올해 본청약 일정만 목이 빠지게 기다리고 있었는데 1년 반이나 연기된다는 소식을 듣고 허탈했다”고 토로했다.
정부가 각종 부작용 속출 탓에 지난해 5월 폐지한 사전청약제도의 충격파가 ‘내 집 마련의 꿈’을 가진 서민의 피해로 고스란히 이어지고 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공급한 공공분양 사전청약단지의 절반 이상이 올해 본청약 일정을 지키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나면서다.
21일 헤럴드경제가 LH의 사전청약 주택 공급계획을 분석한 결과, 올해 본청약이 도래한 27개 단지 1만3168가구 가운데 전체의 66%에 해당하는 17개 단지 8721가구의 일정이 연기된 것으로 확인됐다. 오는 12월 본청약 예정이었던 남양주 왕숙2 A6블록 429가구는 2027년 4월로 연기됐다. LH 관계자는 “해당 지구 내 지장물 처리와 선이주 등 선행 일정 지연에 따라 본청약이 미뤄졌다”고 밝혔다.
올해 9월 본청약 일정을 앞두고 있던 인천영종 A24블록 589가구도 오는 12월로 본청약이 연기됐다. 안산장상 A1·A9 블록은 올해 5월에서 2027년 10월로 조정됐다. 이 밖에 ▷안산신길2 A1·2·3·4·6블록과 B1블록 ▷성남복정2 A1블록 ▷시흥거모 A5·10, S1블록 ▷성남낙생 A1블록 등은 2026년과 2027년으로 1년에서 2년가량 연기됐다.
사전청약단지의 입주가 제때 이뤄지지 못하는 것은 택지지구 조성을 마무리하지 않은 채 성급하게 사전 청약부터 받아서다. 지연된 원인도 방음 터널 화재사고로 설계 중단, 고압 송전선로 이설 문제, 주민 이주 반대 등 다양하다. LH 관계자는 “본청약 일정을 연기한 이유는 단지마다 다르나 문화재 조사 및 발굴, 법정보호종 이주, 선행일정 지연 등으로 지연된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강조했다.
사전청약 당첨자들은 본청약 일정에 맞춰 자금마련 및 이사계획을 세운만큼 “주거계획에 차질이 빚어졌다”고 토로하고 있다. 사업이 지연되면서 공사비가 늘고, 분양가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도 불안요소다. 실제로 2021년 사전청약을 진행한 성남신촌 A2블록은 본청약이 11개월 밀려 과거 정부가 제시한 분양가 6억8268만원(전용면적 59㎡ 기준)보다 1억원 오른 7억8870만원에 책정됐다.
이처럼 사전청약 당첨자들이 분양가 인상에 대한 우려를 밝히자 LH는 분양가 인상분을 전액 부담하겠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이한준 LH사장은 작년 10월 국정감사에서 공공주택 사전청약 후 본청약이 예정보다 지연된 경우 사전청약 당시 공고한 본청약시점을 기준으로 분양가를 산정하겠다고 밝혔다. LH관계자는 “본청약 지연으로 발생한 분양가 상승분이 청약자에게 전가되지 않도록 분양가를 결정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사전청약은 아파트 착공과 함께 공급하는 선분양보다 1~2년 앞서 청약 접수를 하는 제도다. 당첨자는 본청약 때 먼저 계약할 기회를 받는다. 이명박정부 때인 2009년 도입됐다가 2011년 폐지됐다. 이후 2021년 문재인정부에서 주택을 조기에 공급해 부동산시장을 안정시키겠다는 취지로 부활시켰지만 본청약이 차일피일 미뤄지는 단지가 속출하면서 마찬가지로 폐지 수순을 밟았다. 박로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