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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AFP] |
[헤럴드경제=김영철 기자] “우리는 전쟁에 3500억달러(약 503조6000억원)를 썼지만, 대출 형태로 돈을 돌려받은 유럽과 달리 우리는 돌려받지 못했다”
“우크라이나 지도자는 지지율은 4%에 불과하다.”
러시아와 종전 협상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향해 쏟아낸 비판이다. 3년 동안 지속된 우크라이나 전쟁의 원인을 젤렌스키 대통령으로 돌리는가 하면, 우크라이나가 미국으로부터 천문학적인 예산을 가져다 썼다며 빚 독촉을 하는 모양새도 보였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정부에 “지금까지 미국으로부터 받은 지원의 대가로 5000억달러(약 720조원)를 갚으라”며 사실상 우크라이나를 영원히 경제적 식민지로 삼는 것과 마찬가지의 요구를 했다고 최근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의 보도했다.
미국 CNN방송 등 영미권 매체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들의 상당 부분은 사실과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9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 주최로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에서 열린 ‘미래투자이니셔티브(FII·Future Investment Initiative) 프라이오리티 서밋’ 연설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을 언급하면서 “우리는 전쟁에 3500억달러(약 500조원)를 썼지만, 대출 형태로 돈을 돌려받은 유럽과 달리 우리는 돌려받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전쟁이 장기전으로 이어지면서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을 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주장한 ‘3500억달러’에 대해선 사실과 다르다는 지적이 나온다.
독일 싱크탱크 킬 세계경제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할당한 예산은 약 1190억달러다.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3500억달러에 한참 못미치는 수준이다.
미 CNN 방송은 “집계 방법에 따라 다양한 총액에 도달할 수 있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주장한 ‘3500억달러’에 대한 명확한 근거는 없다”고 짚었다.
유럽은 1000억달러를 썼고 미국이 유럽연합(EU)의 두배에 달하는 3000억달러 이상을 우크라이나 지원금으로 썼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 역시 사실이 아니다. 킬 세계경제연구소에 따르면 EU와 개별 유럽 국가들은 지난해 12월까지 약 2580억달러 규모의 군사, 금융 및 인도주의적 지원을 약속했다. 이는 미국이 약속한 지원 규모(약 1190억달러)보다 더 많은 수준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전쟁의 원인을 우크라이나로 돌리는 듯한 발언을 해 논란을 사기도 했다. 그는 지난 18일 플로리다주 팜 비치의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사우디에서 열리고 있는 미ㆍ러 간 우크라이나 전쟁 휴전 협상과 관련해 질문을 받고 “우크라이나는 지난 3년 동안 전쟁을 끝낼 수 있었다. 우크라이나가 (전쟁을) 시작하지 말았어야 했다. (러시아와) 딜을 맺을 수도 있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미 뉴욕타임스(NYT)는 “지난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전쟁이 시작됐다”고 러시아의 침략전쟁을 거듭 강조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의 지지율이 4%에 불과하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 역시 사실이 아니다.
우크라이나의 키이우 인디펜던트는 키이우국제사회학연구소의 최신 여론조사 결과를 인용해 지난해 12월 우크라이나 국민 2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전화 인터뷰 여론조사에서 현재 국정 지지율은 52%로, 트럼프가 말한 4%와는 큰 차이가 있다고 보도했다.
이 외로 트럼프 대통령은 “젤렌스키 대통령도 우리가 보낸 돈의 절반이 없어졌다고 인정한다”고 주장했다.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쓴 예산이 3500억달러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을 감안했을 때 1750억달러의 지원금이 사라졌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젤렌스키 대통령은 지난 1일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가 미국으로부터 약 760억달러 규모의 지원을 받았다”고 말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적한 절반 가량의 예산과는 맞지 않는 금액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