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석준 성균관대 교수 “AI 반도체 ‘삼각동맹’ 균열조짐…완전히 다른 형태의 메모리 탄생 예고” [헤럴드 기업포럼 2025]

헤럴드 기업포럼 2025 강연
엔비디아·TSMC·SK하이닉스 동맹구도 변화 시그널
“특정 기업의 기술 독점 결코 오래 안 가”
범용 메모리 특화로 효율·속도 제고 전망


권석준 성균관대학교 부교수가 24일 오전 서울 중구 신라호텔 다이너스티홀에서 열린 헤럴드 기업포럼 2025에서 ‘ AI 반도체 산업 재구성 동향 및 한국의 대응 전략 ’을 주제로 강연을 하고 있다. 이상섭 기자


[헤럴드경제=김현일 기자] “고대역폭 메모리(HBM)를 지금 같은 기술로 계속 끌고 나가는 게 맞는지 논의는 계속될 것입니다. 지금보다 업그레이드된 메모리 기술에 대한 양산 가능성 테스트가 이제부터 더 중요해질 것입니다.”

권석준 성균관대 부교수는 24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 다이너스티홀에서 개최된 ‘헤럴드 기업포럼 2025’에서 AI 반도체 시대 한국 기업들이 기존과 다른 새로운 형태의 메모리 기술과 패키징(후공정)에서 역할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 교수는 ‘AI 반도체 산업 재구성 동향 및 한국의 대응 전략’을 주제로 가진 강연에서 “엔비디아·TSMC·SK하이닉스 삼각 동맹이 AI 반도체 시장의 85%를 지배하고 있지만 어떠한 기업이든 기술적인 독점 구조가 오래가지는 않는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이러한 구도에 균열을 만드는 시그널들이 보이고 있다”며 최근 엔비디아가 직접 로직 다이(베이스 다이)까지 만들겠다고 밝힌 것을 언급했다.

HBM의 성능과 속도를 좌우하는 베이스 다이는 그래픽처리장치(GPU) 등 여러 프로세서와 연결돼 통신하는 일종의 ‘두뇌’다. 5세대 제품인 HBM3E까지는 메모리 업체가 직접 제작했으나 HBM4부터는 파운드리 업체가 맡았다.

파운드리의 초미세 로직 공정을 활용하면 전력 효율과 성능 향상은 물론 고객사 니즈에 맞춰 맞춤형 제품을 제공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SK하이닉스가 세계 1위 파운드리인 TSMC와 손을 잡았다면 삼성전자는 자체 파운드리 공정을 활용해 HBM4의 베이스 다이를 완성했다.

그런데 엔비디아가 베이스 다이마저 직접 설계하겠다고 밝히면서 그간 HBM 생태계 내 기업별로 분업화된 구도가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메모리 업체의 입지는 더욱 줄어들 수밖에 없다.

권석준 성균관대학교 부교수가 24일 오전 서울 중구 신라호텔 다이너스티홀에서 열린 헤럴드 기업포럼 2025에서 ‘ AI 반도체 산업 재구성 동향 및 한국의 대응 전략 ’을 주제로 강연을 하고 있다. 이상섭 기자


권 교수는 “이제 HBM이 아닌 완전히 다른 형태의 메모리 수요가 나올 수 있는 배경이 형성되고 있는 것”이라며 “기존에 우리가 쓰고 있던 범용 메모리를 특화시켜 에너지 효율과 동작 속도를 더 높이는 방법 등에 대한 논의가 생겨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더욱 중요해지는 기술로 후공정에 속하는 패키징을 꼽았다. 권 교수는 “한국은 메모리 제조 강국이지만 패키징 기술은 아직 점유율을 갖고 있지 못하다”며 “우리나라가 AI 반도체 시대 대응 전략을 짤 때 반드시 해결해야 하는 과제”라고 강조했다.

권 교수는 세계 반도체 산업의 키를 쥐고 있는 미국이 AI 생태계를 자국 중심으로 재편하기 위해 구사하고 있는 패권 전략을 언급하며 이를 ‘애치슨 라인’에 빗대 설명했다.

애치슨 라인은 1950년 1월 딘 애치슨 당시 미국 국무장관이 그린 극동방위선이 한반도를 밖으로 배제하면서 북한의 6.25 남침을 촉발했다는 비판을 받는다.

권 교수는 “애치슨 라인 안으로 들어오는 국가들은 AI 대전환에 따른 산업 혁신을 같이 누릴 수 있지만 여기에 동참하지 않는 국가들 혹은 미국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국가들은 애치슨 라인 밖으로 밀려버리게 된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 지금 미국이 취하는 AI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미국이 자국에 AI 데이터센터를 짓는 ‘스타게이트 프로젝트’에 5000억달러(약 679조원)를 투자하겠다고 했지만 상당액은 민간에서 조달된다”며 “한·미 관세 협상이나 일본과 미국 간의 협상에서 약속한 수천억 달러 규모의 투자 계획들도 이것과 무관한다고 볼 수 없다. 우리가 유념해서 봐야 하는 지점”이라고 지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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