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기뢰밭’ 호르무즈에 구축함 투입…이란 압박 승부수

종전 협상 중 구축함 3척 투입…“이란 해협 장악력 무력화 의도”
교전 직후 이란에 “빨리 협정 체결해라” 공개 압박

미 구축함 트럭스턴함(USS Truxtun) [AP]

[헤럴드경제=정목희 기자] 미국이 이란과 종전안을 협상 중인 가운데 7일(현지시간) 전격적으로 구축함 3척을 호르무즈 해협에 투입하면서 중동 긴장이 다시 고조되고 있다.

가뜩이나 불안하게 유지되던 휴전 상황에서 미국이 방공망 핵심 전력인 유도미사일 구축함들을 ‘기뢰밭’으로 불리는 호르무즈 해협에 진입시킨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일각에서는 미국이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장악력을 무력화할 수 있다는 점을 과시하며 종전 협상 수용을 압박하려 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동 지역을 관할하는 미 중부사령부(CENTCOM)는 이날 성명을 통해 “미 해군 유도미사일 구축함들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해 오만만으로 향하던 중 이란의 이유 없는 공격을 저지했고, 자위권 차원의 대응 공격을 실시했다”고 밝혔다.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한 미군 구축함은 트럭스턴함(USS Truxtun), 라파엘 페랄타함(USS Rafael Peralta), 메이슨함(USS Mason) 등 3척이다.

미 구축함들이 해협을 통과하자 이란군은 다수의 미사일과 드론을 발사하며 대응했다.

이에 미 중부사령부는 “접근하는 위협을 제거했다”며 미사일·드론 발사기지와 지휘통제소, 정찰·감시·정보(ISR) 시설 등 미군 공격에 관여한 이란군 시설들을 타격했다고 밝혔다.

미국과 이란 양측 발표를 종합하면, 미 구축함들이 이란이 통제권을 주장하는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며 일종의 무력시위에 나섰고, 이후 이란의 공격과 미국의 ‘원점 타격’이 이어지면서 해협 일대에서 제한적 교전이 발생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미국과 이란이 종전 조건을 두고 중재국인 파키스탄을 사이에 두고 벌이고 있는 간접 협상에서 전후 호르무즈 해협 통제권이 핵심 쟁점 중 하나다.

이런 점을 고려한다면 미국과 이란이 서로 호르무즈 해협 통행 질서의 주도권을 두고 거친 신경전을 벌인 끝에 호르무즈 일대에서 국지적인 교전을 벌인 것으로 해석할 여지가 있다.

이날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한 구축함들은 미국이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발이 묶인 각국 선박을 빼내기 위한 ‘해방 프로젝트’에 착수, 이란과 교전을 벌인 지난 4일 페르시아만 쪽으로 진입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 CBS뉴스는 지난 4일 미 국방부 관계자들을 인용해 트럭스턴함, 메이슨함이 아파치 헬기와 기타 항공기의 지원을 받으며 이란의 포격을 뚫고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해 페르시아만으로 들어갔다고 보도했다.

미 국방부 관계자들은 이 과정에서 이란이 소형보트, 미사일을 이용해 지속적인 공격을 가했다고 설명했다.

브래들리 쿠퍼 미국 중부사령관은 같은 날 취재진과의 전화 브리핑에서 호르무즈 해협과 그 주변에서 이란의 소형선박 6척을 격침하고 이란의 순항 미사일과 드론도 요격한 내용을 밝혔다.

당시 교전이 호르무즈 해협 개방을 위한 미군의 노력을 이란이 저지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을 고려하면 이날 양측의 무력 충돌도 결국 유사한 맥락에서 발생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아울러 이날 미 구축함들의 호르무즈 해협 통과는 ‘항행 자유’라는 미국 측 요구를 분명히 하고 이를 바탕으로 이란에 종전안을 수용하라고 압박하기 위한 차원일 수도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날 양측 교전에 발생한 직후 트루스소셜을 통해 “오늘 우리가 다시 한번 그들을 제압했듯이 만약 그들이 빨리 협정을 체결하지 않으면 앞으로 우리는 훨씬 더 강력하고 잔혹하게 그들을 제압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조속한 합의 수용을 종용하는 듯 “빨리”(FAST)라는 문구를 대문자로 적어 강조했다.

미 CNN방송은 “트럼프 대통령이 호르무즈 해협에서 미 구축함들이 공격받은 이후 이란에 신속히 합의안에 서명하라고 경고했다”며 현재 상황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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