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보다 누나‘에 왜 열광할까

[헤럴드경제=서병기 기자]tvN ‘꽃보다 누나’가 방송 1회만에 시청률 두 자릿수(10.5% 닐슨코리아)를 기록했다. 대단한 일이다. 이는 콘텐츠면에서 지상파와 대등하거나 지상파를 압도한다는 의미다. 요즘 같은 현실에서는 지상파 예능도 두 자릿수 시청률을 내는 것이 쉽지 않은 데 케이블 예능이 두자릿수 시청률을 만들어냈다면 케이블 역사에서는 큰 사건이나 다름없다. 몇가지 요인이 잘 물려간 덕분이다.

나영석 PD의 ‘꽃누나’는 전작인 ‘꽃보다 할배‘가 주었던 신뢰감과 기대감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또 복고신드롬을 몰고 오고 있는 ‘응답하라 1994’와 나란히 연속 편성한 것도 강점으로 작용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요인은 1회만에 출연자들의 캐릭터를 확실하게 뽑아냈다는 사실이다. 인위적이고 작위적인 캐릭터가 아니라 그 사람이 지니고 있는 속성을 그대로 잡아냈다.


1회는 여행지인 크로아티아에 간 것도 아니다. 중간도착지인 터키 이스탄불에서 1박 하기 위해 공항을 빠져나가는 교통편을 알아보는 것이 전부였다.

하지만 이를 통해 캐릭터의 정확한 포인트들이 나왔다. 시청자들은 무슨 큰 사건을 기대한 것이 아니라 여행자의 마음속을 보고싶은 것이다. 조그만 에피소드를 통해서도 “아 저 사람이 그런 성격이구나”하고 느끼는 것이다.

‘꽃누나’ 1회는 기가 좀 셀 것 같은 여성들이 지니고 있음직한 장점들이 잘 부각돼 더욱더 시청자들의 호감을 이끌어낼 수 있었다. 소위 ‘한 성격 하는‘ 여배우들의 일상적 모습이 흥미를 유발했다.

돌직구를 잘 날리는 윤여정은 오히려 시원시원하게 문제를 해결해주었다. 교통수단을 찾아나서기 위해 공항직원과 능숙하게 영어로 대화했다. ‘여자 최민수’급으로 알려진 이미연은 교통편을 알아보러간 이승기가 돌아오지 않자 “우리 어떡해? 여기서 잘거야?”라며 급한 성격을 그대로 드러냈다.

우아할 것만 같은 김희애는 땀을 뻘뻘 흘리며 힘들어하는 이승기에게 밴 렌트 서비스 데스크로 안내해, ‘멘붕’에 빠진 그를 구출해주었다. 이를 통해 이승기는 자연스레 ‘짐승기‘라는 캐릭터를 얻었다. 멤버중 조금 이질적인 분위기가 나는, 오히려 ‘마마도’ 느낌이 나는 김자옥도 ‘귀여운 중년‘이라는 자신의 모습을 그대로 유지했다. 컨트롤 안될 것 같은 여배우들과 짐꾼 이승기가 함께 여행하는 모습이 오히려 신선함을 재미를 주고 있다.

서병기 선임기자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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