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은행들의 주택담보대출 광고가 미국의 주택시장을 파탄으로 몰고간 숨은 주범이라고 뉴욕타임스(NYT)가 최근 보도했다.
과거엔 재정적으로 궁지에 몰린 사람들이 은행에서 돈을 빌릴 수 있는 마지막 수단이었던 주택담보대출이 요즘 보편적인 대출 방법으로 인식되고 있는 것은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은행광고의 선전효과 때문이라는 것.
시티코프의 ‘풍족하게 삽시다’, 시티트러스트의 ‘당신의 집에 숨어있는 2만5천달러를 찾아 드립니다’, PNC 뱅크의 ‘현금을 만드는 가장 쉬운 방법, 바로 당신의 집입니다’, 시티 그룹의 또 다른 광고인 ‘당신의 마음이 원하는 것을 무엇이든 할 수 있게 만드는 티켓…당신은 그동안 집에 많은 투자를 했습니다. 이제 집이 당신에게 돌려줄 차례입니다’, 방코 포퓰러의 ‘현금이 필요합니까, 당신의 집을 이용하세요’ 등 편재해 있는 신문광고들을 통해 일상적 미국인들이 은행 창구를 찾아 쉽사리 주택을 담보로 돈을 빌리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1999년 시티코프가 광고대행사인 팔론 월드와이드로부터 ‘풍족하게 삽시다’라는 광고 문구를 프리젠테이션 받을 당시 사무실의 대부분 중역들은 이 광고가 주택담보대출과 같은 금융상품을 더 많이 구입토록 유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 박수를 쳤다고 한다.
그러나 모두는 아니었다. 일부 중역들은 이 광고가 미국인들의 삶을 지나치게 방탕하게 만들 수 있다면서 반대했다고 한다. 그러나 이 광고는 채택됐고, 2001년부터 2006년까지 시티코프는 이 같은 주택담보대출 광고 제작에 10억달러를 들였다.
효과는 컸다. 수십만명의 시티코프 고객들이 앞다퉈 주택담보대출을 하게 된 것.
1980년대초 불과 10억달러 규모에 불과했던 주택담보대출 시장 규모는 최근 1조 달러로 팽창했고 1차 모기지를 갖고 있는 미국인들의 4분의 1이상이 2차모기지 성격인 주택담보대출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많은 전문가들은 이 광고들이 미국인들을 더 많은 채무로 이끌게 됐다는 데 동의하고 있다.
그 결과는 참혹했다.
이미 모기지를 통해 집을 구입한 이들이 주택담보대출로 사실상 2차 모기지를 얻게 되고, 금리가 오르고 주택가격이 내리자 대출을 받은 사람들이 심각한 재정난에 몰리면서 결국 집을 차압당하는 악순환의 고리가 형성됐다는 것이 NYT의 분석이다.
은행들이 이 같은 광고에 열을 올린 것은 주택담보대출의 경우 일정한 수수료를 받을 수 있어 은행의 수입에 상당한 도움이 된다는 판단에서였다. 그러나 은행들 역시 수 많은 사람들이 대출을 갚을 수 없게 되면서 피해자가 되고 말았고, 최근의 신용위기의 한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뉴욕=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