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9 Koreaheraldbiz.com | |
화장품 동호회 회원인 배현진(29ㆍ직장인ㆍ가명) 씨는 얼마 전 동호회 회원 7명과 함께 영등포 L모텔 스위트파티룸을 빌려 모임을 했다. “복층식 구조라 모텔이 아니라 예쁜 펜션에 놀러 간 기분이었어요. 미리 PPT로 초청장을 만들어 돌렸고, 우리 파티의 콘셉트는 란제리룩이었어요.” 배씨와 동호회 회원들은 우선 장을 본 뒤 입실 후 옷부터 갈아입었다. 초청장에 쓰인 “드레스 코드를 지키지 않으면 옷을 찢어버린다”는 무시무시한 경고 탓인지 모두 완벽한 란제리룩을 연출했다. 배씨는 바니걸로 변신했고, 차이니스 스타일 슬립에 망사 스타킹을 신은 멤버도 있다. 화장품 동호회답게 화려한 화장은 기본. 대부분이 스모키 스타일을 선호했다.
다음엔 사진 찍기. “이왕에 하는 파티인데, 심심한 사진은 재미없죠. 포즈도 ‘란제리 화보’ 모델처럼 했죠.” 그 후엔 준비한 음식을 차리고 아래층 대형 TV 앞에 모여 수다의 꽃을 피웠다. 주된 화제는 결혼, 연애, 연예인, 상사 뒷담화 등. 잠들기 전에 멤버들 각자 하나씩 준비해온 선물을 나눠 가졌다. 새벽 4시가 되자 모두 잠이 들었고, 다음 날 점심때가 돼서야 모텔 문을 나섰다. 요즘 모텔, 아직도 안 가봤니? 주차한 차량이 외부에서 보이지 않게 주차장 입구에 길게 드리워진 가리개, 그것도 모자라 혹 그들이 ‘부적절한 관계’일 경우를 대비한 차량 번호판 덮개. 일본의 러브호텔을 따라 무인 체크인 시스템까지 갖추는 등 사실 오랫동안 ‘모텔’은 어둡고 음침하며 때론 부끄러워 언급하기조차 꺼리는 그 ‘무엇’이었다.
그런 모텔의 주 고객층이 소위 ‘불륜’ 연인들인 40~50대에서 20~30대 커플들로 변하고, 4~5년 전부터 불기 시작한 고급화 전략에 ‘부티크 모텔(젊은 층과 여성 고객 취향의 색다른 인테리어, PC, VOD, 빔프로젝트, 게임기, 공주침대, 수영장 등을 갖춘 테마형 모텔)’이 들어서면서 그 이미지가 서서히 변하기 시작했다.
단순히 숙박을 위한 것이 아닌 젊은 층의 새로운 놀이ㆍ문화 공간으로 주목을 받는 모텔이 또 한 번 변신을 한단다. 바로 여성들의 모임 장소로 말이다. 모텔 전문 검색사이트인 ‘야놀자닷컴’에 따르면 파티 전용룸을 갖춘 업체는 사이트에 등록된 것만 전국적으로 40여곳이다. 서울에만 12곳. 주로 종로 신촌 역삼 등 대학가와 직장인 밀집지역이다. 모텔의 진화, 여자 하기 달렸다? 종로의 대표적 부티크 모텔 ‘쉴’의 진동구 지배인은 “2년 전부터 파티룸을 운영하고 있다. 처음엔 연말에 커플용 스위트를 이용하겠다는 여성들이 있어서 종종 빌려줬는데 문의가 많아지면서 아예 몇 개를 개조해 파티 전용으로 만들었다”고 밝혔다. 모텔이 먼저 파티 장소를 제공한 것이 아니라 여성들이 모텔을 ‘노는’ 공간으로 선택한 셈. 여대생, 회사원 등 20대 초반에서 30대 초반의 여성들이 이젠 크리스마스나 연말뿐 아니라 평소에도 생일파티나 모임 등을 하기 위해 찾고 있단다. 기존 부티크 모텔의 등장에도 사실 여성 고객층의 영향이 컸다. 연인들끼리 모텔을 찾을 때도 남성보다는 여성들이 위생 상태나 인테리어에 더 민감하기 때문이다. 직장인 이석훈(30ㆍ가명) 씨는 “모텔은 주로 여자친구가 예약한다”면서 “예쁜 침대나 깨끗한 욕실 등을 갖춘 곳이 어딘지 나보다 훨씬 잘 알고 있더라”고 말했다. 인터넷을 통해 쉽게 모텔의 내부 사진을 접한 여성들이 호텔보다 저렴하면서도 그에 뒤지지 않는 시설을 갖춘 것을 알고 모임 장소나 파티 공간으로 낙점한 것이다. 또 이러한 모텔의 변화와 등장에는 우리 사회에 서구식 파티문화가 많이 보급됐기 때문이기도 하다. 파티컨설팅과 함께 파티플래너를 양성하는 ‘유니파티’ 손보윤 대표는 “여성들을 중심으로 TV 속과 같은 파티에 대한 열망과 기대가 오랫동안 존재했다”며 “그에 맞춰 4~5년 전부터 기업이나 단체를 대상으로 파티컨설팅을 해주는 업체들이 등장하면서 파자마파티, 코스프레파티, 수다파티, 브라이덜샤워(결혼 전 여자친구들끼리 모여 하는 일종의 처녀파티) 등이 서서히 자리 잡았다”고 설명한다. 2~3년 전부터 호텔들은 이러한 파티를 접목시킨 다양한 패키지를 선보였다. 이에 모텔업체들도 여성 고객들을 잡기 위한 파티룸, 다양한 테마룸을 제공하기 시작했는데, 최근엔 아예 초기 단계에서부터 파티를 콘셉트로 잡아 설계하는 곳도 있다. 애들도 남자도 가! 파티룸엔 여성만! 대부분의 모텔 파티룸은 여성 전용이다. 레지던스 호텔이 남녀 혼숙이 가능해 MT나 워크숍 장소로 이용되는 것과 다른 점이다. 이에 대해 ‘쉴’의 진동구 지배인은 “남성들끼리 빌리겠다며 문의해오는 경우도 종종 있지만 받지 않는다”며 “가구나 집기를 거칠게 다룬다는 점도 걸리고, 만에 하나 도박과 같은 범죄의 위험에서도 비교적 여성들만 받는 것이 안전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처음부터 파티룸이 여성 전용이었던 것은 아니다. 대부분 파티룸 고객층은 여성이 많지만 간혹 남성이 끼어 있으면 문제가 생기는 경우가 종종 있었던 것이다. 최근 잘나가던 파티룸을 모두 폐쇄한 화곡동 모텔 ‘미사’ 관계자는 “저렴한 가격에 독립된 파티 공간을 제공하고자 했던 취지가 손상돼버렸다.
남성들의 경우 손님들끼리 몸싸움을 벌여 경찰을 부른 적도 있다. 여성 전용으로 했을 때도 잘 지켜지지 않아 파티룸은 아예 운영하지 않기로 했다”고 폐쇄 이유를 밝혔다. 모텔 입장에서는 마케팅 측면보다 안전상의 이유가 컸지만, 파티룸을 이용하는 대다수는 ‘여성 전용’이란 문구에서 어느 정도 안락함을 느끼는 듯하다.
레지던스 호텔에서의 남녀가 함께했던 MT와 모텔에서의 여성들만의 파자마파티를 모두 경험한 대학생 김소영(24ㆍ가명) 씨는 “객실 한 층이 모두 파티룸으로 이뤄진 모텔을 빌렸었는데, 옆 방 모두 여자만 있다는 생각이 별것 아니지만 안전하게 느껴지고 안심이 됐다”며 “아무래도 남녀를 모두 파티룸에 받는 모텔보다는 여성 전용을 더 이용하고 싶다”고 했다.
박동미 기자 사진=이길동 기자
파티전문가 손보윤이 전하는 Tip
전체적인 콘셉트를 잡아라 여자끼리라고 편한옷 금물
직장상사 흉만 봐도 밤을 꼬박 새울 자신이 있다. 여자 셋 이상 모인 곳. 이야기꽃은 어지간해선 질 줄 모른다. 마음 맞는 친구들끼리의 쉬지 않는 수다는 그 자체로도 충분히 즐겁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도 기억에 남고 이왕 장소까지 빌려 투자한 파티라면 수다 모임만으로 끝낼 순 없다. 파티컨설팅 전문업체 ‘유니파티’ 손보윤 대표의 조언들을 바탕으로 ‘더 신나고 매력적인 파티’를 위한 팁들을 정리했다. 1. 계획을 세우라 : 목적 지향의 파티를 하라. 콘셉트, 비용, 프로그램 등 초기 단계에서의 구체적인 계획은 시행착오를 줄이고 효율적 모임을 유도한다. 2. 역할을 나누라 : 특정 사람의 주도보다는 여럿이 준비를 분담하면 더 적극적인 파티가 된다. 장소 섭외, 음식 준비 등 멤버 각자에게 작은 것 하나라도 해야 할 일을 만들어준다. 3. 파티의 콘셉트를 잡아라 : 전체적인 파티의 분위기를 만들어줄 콘셉트를 정한다. 예를 들어 ‘란제리룩’이 테마이면 그에 맞는 옷차림과 화장으로 흥을 돋우고, 테마가 와인이라면 희귀하고 다양한 와인의 시음과 어울리는 다양한 안주를 준비해 즐길 수 있다. 4. 디테일에 신경 쓰라 : 1)직접 만든 초청장=’끼리끼리’ 다 아는 사이라 해도 초청장을 준비해보자. 어린 시절 생일잔치 때처럼 직접 그려 오랜만에 우편으로 부쳐보는 것은 어떨까? 2)분위기 연출=파티룸들은 그것에 맞게 디자인된 공간이지만 참가자들이 스스로 분위기를 연출하는 것도 쏠쏠한 재미. 풍선, 꽃 캔들라이트, 적당한 BGM으로 분위기를 잡자. 3)작은 선물=액세서리, 음반 등 작은 선물을 준비해 그 안에 사연 혹은 바라는 것을 적는다. 평소에 하기 힘든 이야기로 우정을 돈독히 하자. 4)매일 먹는 음식은 No!=평소에 쉽게 먹을 수 없는 이색적인 쿠키나 독특한 와인 등을 준비한다. 포틀럭 스타일로 각자가 마실 술을 알아서 준비해 오는 것도 좋다. 5)여자끼리라고 편안한 옷차림 금물!=특별히 파자마파티가 아닌 담에야, 굳이 생얼과 잠옷으로 놀 필요는 없다. 어차피 여자끼린데 뭘 신경 쓰냐고? 그러니 더욱 과감하라. 평소에 입기 힘든 파격적 의상을 준비하라. 자주 하는 것도 아닌데 화끈하게 놀자. 6)진짜 기념사진을 찍자=기발한 포즈, 연예인 같은 표정, 생동감 넘치는 모습을 담자. 민망하다고 우두커니 있으면 후회한다. 그녀는 “직접 계획하는 파티가 아직 익숙하지 않거나 바쁜 경우에는 호텔 등에서 기획한 패키지를 먼저 이용해보는 것도 괜찮다” 며 “스파를 묶은 상품, 평일 저렴하게 즐길 수 있는 ‘먼데이 패키지’ 등 여성들 취향에 꼭 맞는 휴가, 파티 패키지 프로그램이 많다”고 귀띔했다.
박동미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