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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특수카메라가 출연자들의 모습을 기록하고 있다. 각 카메라에 연결된 컴퓨터가 그래픽과 출연 자의 모습을 합성해 완벽한 세트장을 연출한다. ⓒ2009 Koreaheraldbiz.com | |
서울 여의도 MBC 방송센터 1층. MBC 매직스튜디오를 담당하는 김선희 씨가 복도 맨 끝에 있는 문을 활짝 연다. “원래 드라마 세트장이 있던 곳을 이렇게 바꿨죠.” 50평 남짓한 큰방의 벽이란 벽은 온통 파랗게 칠해져 있고 가운데에 마네킹과 탁자 하나가 덩그러니 놓여 있다. 일종의 가상 스튜디오인, 일명 ‘블루룸’이다. 기상 뉴스 등 일부 프로그램에만 사용하던 매직스튜디오가 확장 이전돼 블루룸으로 바뀐 것. 이번 새 단장을 통해 스튜디오 공간은 1.5배, 블루룸은 기존의 ‘ㄱ’자 형태에서 ‘ㄷ’자 형태로 변경되면서 배 정도 넓어졌다. ‘뉴스후’ ‘PD수첩’ ‘불만제로’ ‘로그인 싱싱뉴스’ ‘출발 비디오여행’ 등 10여개 대형 프로그램에도 활용할 수 있게 됐다. MBC는 블루룸으로 연간 19억원의 제작비를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서로 다른 프로그램 촬영 때마다 세트를 짓고 다시 부수는 번거로움이 없어졌기 때문. 매회 미술센터에 지급하던 300만~800만원도 아낄 수 있다. 블루룸을 활용하면 초기 그래픽디자인 비용이 개당 300만~400만원에 불과하다. 프로그램별 그래픽디자인을 몇 개씩 구비해놓고, 조금씩 수정해가면서 사용하면 된다. 일 년 내내 ‘신상 스튜디오’를 선보일 수 있는 셈이다. 블루룸의 비밀은 2층에 있는 매직스튜디오 부조실에 있다. 텅 빈 블루룸이 특수카메라와 모니터, 부조실을 거쳐 화사한 세트로 다시 태어난다. 김씨가 양팔이 잘린 마네킹을 이리저리 움직여봤다. “마네킹으로 출연자의 위치를 카메라가 미리 인식할 수 있게 합니다.” 마침내 출연자들이 무대에 서면 부조실 내 그래픽실에 있는 특수카메라가 작동하기 시작한다. 출연자들의 움직임을 감지하는 장치가 내장된 4대의 특수카메라에 각각 그래픽실 모니터 4대가 연결돼 있다. 카메라가 출연자들의 모습을 기록하면 모니터는 이미 입력된 그래픽 위에 그 모습을 덧입힌다. 이렇게 만들어진 합성 동영상이 부조실 VTR를 통해 완벽하게 세팅된 세트와 출연진의 모습으로 송출되는 것. 처음엔 어색해하기만 하던 출연자들도 몇 주 만에 완전히 적응한 모습이다. 스튜디오 옆에 대형 PDP 화면을 두고 진행자가 곁눈질로 VTR 송출 화면을 확인할 수 있게 한다. 눈에 보이지도 않는 액자와 동영상을 천연덕스럽게 가리킨다. 블루룸이 배 정도 넓어지자 그래픽디자인은 더욱 화려하고 과감해졌다. 예전엔 기존 세트를 그대로 본떠 그래픽디자인을 했다면, 최근엔 휘황찬란한 빌딩 숲 위에 출연진을 세우는 등 획기적인 디자인을 속속 선보이고 있다. 블루룸이 아닌 ‘그린룸’도 등장했다. 가상 스튜디오에 사용하는 파란색은 출연진의 피부색과 대조를 이뤄 합성 시 출연자의 경계가 잘 유지되기 때문에 주로 사용됐다. KBS는 최근 ‘국제 방송, 음향, 조명기기 전시회’에서 초록색 가상 스튜디오를 선보인 바 있다. 초록색 스튜디오는 출연자의 옷이나 눈동자가 파란색일 때 유용하다. 각각 ‘버츄얼 스튜디오’ ‘사이버 스튜디오’라는 이름으로 가상 스튜디오를 운영하고 있는 KBS와 SBS도 이를 확대ㆍ운영할 방침이다. 가상 스튜디오는 1997~98년 대선 방송을 계기로 국내에 일제히 출현했다. 기상 뉴스 등에 제한적으로 사용되던 가상 스튜디오 기술은 4년에 한 번씩 돌아오는 대선 방송과 올림픽 중계방송 때마다 발전을 거듭했다. 이명박 정부 이후 ‘녹색성장’ 열풍을 타고 에너지와 자원을 획기적으로 절감할 방안으로 가상 스튜디오가 주목받고 있다. 일반 프로그램 제작에 활용된 역사가 짧은 만큼, 아직 한계가 뚜렷하다. 김씨는 “아직 카메라가 출연자의 위치 정보를 완벽하게 읽어내지 못한다. 출연자의 이동을 카메라가 채 따라가지 못해 부자연스러워 보인다”고 말했다. 하지만 각종 전시회와 연구 발표를 통해 가상 스튜디오가 뜨거운 주목을 받고 있는 만큼, 기술 발전 또한 더 숨 가쁘게 이뤄질 것으로 김씨는 전망했다. 김윤희 기자 |